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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잎싹 Apr 13. 2023

2023년 4월 13일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연극 연습에 집중하느라 바쁘고 고된 날들이었다.

지난 금요일(7일)부터는 거의 매일 연습 마치고 팀원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늦게까지 마신 날도 있었지만 취하도록 마시지는 않았다. 그때쯤부터 집중의 시간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하나씩 정해지고 정리됐던 것 같다.


6일, 목요일에는 대학교 선배가 참여한 국립극단의 연극을 보러 명동에 다녀왔다.

언니는 나랑 2살 차이이고 세 학번(이게 맞는 표현인가?) 차이인데 언제나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준다. 그 큰 무대에서 멋지게 두 발로 서서 당당하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홀딱 반해버렸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둘이 맥주를 한 잔 하면서 그간의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배우의 모습으로 웃는 언니가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선배가 있어서 감사하다. 나의 공연도 보러 와주기로 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충분히 연습해야지.


지난 9일(일요일)에는 대학교 동기가 공연하는 연극을 보러 대학로에 갔다. 가서 극장 몇 곳에 우리 공연의 리플릿을 배치해 두었다. 동기의 공연은 남자선배 두 명과 함께 보았는데 오빠들을 졸업하고 거의 처음 보는 자리였다. 하나도 늙지 않고 멋있는 오빠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또 내 연극도 보러 오기로 하고 2차까지 갔다가 11시쯤 헤어졌다. 오랜 친구는 참 좋다. 그 자리에는 없었지만 함께 친한 다른 친구에게 전화도 걸어보고 또 함께 만나자며 약속도 잡았다. 그렇게 편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인간관계가 참 좁은 것 같으면서도 친구가 참~ 많다. 벌써 공연 보러 오는 나의 지인들만 7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얼마나 감사하고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가. 아, 이 날 공연 보러 가는 지하철 역에서 전 남자 친구를 마주쳤는데 거의 7년 만에 얼굴을 보았다. 많이 변해있었다. 전 남자 친구를 길에서 마주친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월요일에는 공연을 위한 헤어커트와 볼륨매직을 했다. 완전한 똑단발로 변신했고 화요일, 수요일까지 매일 연습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월요일에도 화요일에도 연습을 마치고 간단히 한잔씩 했는데 오늘은 바로 집으로 와서 맥주 한 캔을 꺼내 앉아 일기를 쓰는 중이다.


연습이 많이 진행됐다. 많이 정리되고 약속이 생기고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오늘 첫 런을 돌았는데 아직 연습이 되지 않은 장면과 정리되지 않은 전환, 동선이 있지만 목표하는 시간과 근접하게 나왔다. 110분을 목표로 하는 중인데 그보다 더 길어지면 지루해지니까 최대한 2시간 안에 런타임을 접어 넣어야 한다. 접지 말고 펴서 넣자 이왕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공연으로 만들어 관객들에게 즐거운 2시간을 선물하자. 보러 와주신 고마운 관객분들께 정성을 담아 준비한 공연을 고이 펼쳐 보이자. 그리고 우리 상도 받자. 나는 이 연극으로 신인연기상을 받을 거다. 받았다. 감사하다!! 모든 것이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매일매일 공연을 보러 오겠다는 연락이 온다. 알고 지낸 감독님들도 연락을 주신다. 이렇게나 관심을 가져주셔서 참 감사하다. 멋진 연기를 준비해서 신인연기상도 받고 차기작도 여러 작품 제안받아서 바쁘고 기쁜 23년 하반기를 보내도록 하자! 아자아자 파이팅이다. 나는 분명히 된다. 이루어낸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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