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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잎싹 May 08. 2023

2023년 5월 8일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연극이 끝났다.

연극이 끝나고 일주일이 흘렀다.


지난 2월 27일부터 내 마음을 온전히 빼앗았던 우리의 연극이 막을 내리고 다음날은 1박 2일로 MT를 다녀왔다. 덕분에 끝나기 무섭게 찾아올 줄 알았던 고요함은 이틀의 말미를 더 주었다.

MT까지 마치고 난 후에는 급작스러운 허전함이 아침 6시부터 찾아왔고 잠깐도 혼자 있기 어려워 친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언니의 배려로 가족들을 만나러 부산에 4박 5일 다녀왔다. 주말에는 1박 2일 캠핑도 따라갔다. 이제 다시 서울, 고양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에 돌아와 밀린 집안일을 하고 밀린 일기를 쓰기 위해 연극을 보러 온 지인이 선물해 준 커피에 얼음을 타서 앉은 참이다.


우리가 그 네모지고 검은 동굴에서 관객을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나온 뒤에도 세상은 당연히 변하지 않았다. 오늘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무심히 바깥으로 눈길을 던졌는데 어느새 파릇파릇하게 자라난 잎들에 빛이 닿아 부서지며 반짝였다. 내 마음은 여전히 허전한데 세상은 순리대로 돌아가고 있다.

세상은 과연 순리대로 돌아가는 것일까? 모르겠지만, 여전히 반짝이고 일렁이고 불안하다.


준비가 되었든 되지 않았든 때가 되면 연극의 막이 오른다. 편집도 없이 실수를 감출 수도 없이 준비가 덜 되었든 많이 되었든 그대로 내보여진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공연이 썩 만족스러웠다. 공연을 실연하는 과정에서 연습실에서는 몰랐던, 놓치고 있던 감정선들이 꿰어졌고 마지막 공연에서야 스스로 어느 정도는 만족할 수 있을 만한 흐름이 만들어졌다. 그 마지막 공연이 첫 번째 공연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아, 그랬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은 없는 듯해서 괜찮다. 곧 찾아올 다음 작품에서는 이번 작품에서 배우고 터득한 것들을 잘 이용해서 더 잘하면 된다.


작품을 하나 끝내고 나면 늘 찾아오는 불안함이 있다. 두 달을 매일매일 출근하며 연기하는 배우로 살았다 보니 더 쓸쓸하고 불안한 며칠을 보냈다. 쿨다운 해야지. 많이 행복했고 즐거웠다. 그래서 빨리 다음 작품을 또 만나서 온전히 마음을 쏟고 싶다. 요즘 나의 관심사는 연기, 연기, 연기 그리고 사랑, 사랑, 사랑 그리고 배우, 배우, 배우.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 좋은 배우란, 멋진 배우란 뭘까? 오늘 한번 고민해 봐야겠다.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고 격려해 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연극 준비를 하는 동안 많은 도움을 준 우리 회사 분들 특히 대표님께 너무나 감사드린다. 보러 와주시고 연락 주신 지인들의 마음과 정성에도 감사드리고 이끌어주고 끌어준 팀원들에게도 참 고맙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복이 많은 사람이다.

이렇게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크게 느꼈다. 잊지 않고 갚으며 살아야지. 늘 겸손하고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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