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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잎싹 Jul 13. 2023

2017년 7월 13일

과녁의 정중앙에 나의 화살이 탁!



꿈에서 두 번의 화살을 쏘았다. 앞뒤 상황은 기억나지 않고 정확히 두 번의 화살을 쏜 기억만 선명하다.

첫 번째 화살은 완전히 빗겨나갔지만 두 번째 화살은 민첩하고 묵직하게 날아가서 과녁의 정중앙에 팍 꽂혔다. 그 화살을 쏘는 순간 꿈속의 나는 마음으로 속삭였다. "됐다."

카메라 렌즈가 가까이 다가가듯 과녁으로 줌인되어서 정중앙에 꽂힌 화살을 확인하고서 바로 꿈에서 깼다.

아직 한창 새벽이었고 다시 잠에 들어 다른 꿈으로 이 멋진 느낌이 덮여버리기 전에 메모해두고 싶었다.

그런데 그 순간에도 스마트폰을 들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에 5초 주저하다가 그대로 잠들었던 것 같다.

(요즘 잠들기 전, 잠에서 막 깨고 난 후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대신 책을 읽는다.)

모든 잠이 끝나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기억나는 순간, 과녁에 정확히 날아가서 꽂히는 나의 화살.

이거다. 첫 번째 화살은 제대로 빗나갔지만 두 번째 화살은 그대로 날아가 목표물을 정복했다.


한동안 외부로부터 또 내면으로부터 폭풍 같은 시간을 살았다. 한 달 반정도의 시간을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흘려보냈다. 그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대로 미쳐버린다고 해도, 도망가고 포기한다고 해도 이해받을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상황에서도 이해는 받고 싶어서 더 지랄병 난 상태를 노출시켰다.

시간이 약이었던가 버둥대며 악을 쓰고 벗어나고자 노력한 마음이 약이 되었던가. 이제는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누구를 붙잡고 하소연을 해도 밤새 울어도 해결되지 않음을 당시에도 알고 있었지만 혼자 있을 수 없어 매달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나를 끝까지 옆에서 지켜준 사람들에게 정말 고맙다. 나를 놓지 않고 그 수모를 다 겪으며 옆에 있어준 사람들 덕분에 고립의 시간도 가질 수 있을 만큼 치유가 되었다. 결국 사람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거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구 쏟아내고 난 후 지금은 혼자 고립 중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규칙적으로 산다. 온전히 내 의지로 시간을 보내며 내내 책을 읽고 간간히 영어공부나 영상편집을 하고 미드 <프렌즈> 나 <섹스 앤 더 시티> 같은 재밌는 TV쇼를 보며 웃는다.

입은 꾹 다물고 있다. 이럴 때는 말을 하면 할수록 손해다. 나 자신에게도 상대에게도.


요즘은 한결 기분이 좋다.

좋은 기운이 돈다. 좋은 일이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지하까지 내려가 무기력했던 시기가 있었나 싶을 만큼 목표도 뚜렷해진다. 


나는 강하다. 



*오늘 잠에서 깨기 직전의 꿈에서 어떤 언더웨어 디자인 이미지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내가 꾼 그림은 스포티하면서 패셔너블한, 언더웨어 자체가 이너로서 함께 어우러져 스타일을 완성시키는 그런 모습이었다. 란제리 사업은 서영이의 소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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