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참 좋게 보았다던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이다.
너와 닮아서 좋았을까 너와 달라서 좋았을까
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너의 어머니가 쓴 에세이 책을 보고 어린 시절의 너와, 네 주위를 감싸던 분위기까지 함께 경험한 듯 생생했다. 미운 너를 보다가 어린 네가 맑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면 나도 따라 미소 지으며 누이의 마음으로 너를 보듬게 되던 날도 있었다. 애틋한 남동생처럼 느껴지는 그런 날에는 품에 안아 얼굴을 쓰다듬고 눈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던 시절에 나는 너를 안다고 생각했다.
금방 파악이 되는 단순하고 명료한 사람이라고, 내가 보는 모습이 전부라고 자신했다.
나는 너를 똑바로 보았을까.
너에게 당위를 부여하며 너를 내 도형 속에 끼워 맞추려 한 것은 아닐까.
사랑이라 부르던 시간에 나는 무엇을 사랑했을까.
사랑이라 불리던 시간을 지우며 비로소 나는 너를 알게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