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오빠

by 이잎싹


신년을 맞아 부모님 댁에 내려와 쉬는 중이다.

오늘은 서울에 있는 혼자 사는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평소와 같다면 기차에 오르기 3시간 전인 지금, 엄마가 반찬이며 생필품이며 이것저것 싸주느라고 분주할 텐데 지금 나는 불이 꺼진 거실에서 오로지 빛을 발하는 노트북 앞에 혼자 앉아있다.


어젯밤, 엄마 옆에서 잠이 들었는데 새벽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우리가 자고 있는 방의 불이 켜졌다.

나의 오빠가 턱에 휴지를 대고 약간 멍한 눈빛으로 문을 막고 서있는데 가만 보니 턱의 살점이 찍혀 나가떨어져 있다. 상처가 꽤 큰데 피는 더 이상 나지 않는다.


어제 우리가 무얼 했느냐고 묻는다.

그제는 또 무얼 했느냐고 묻는다.

기억이 나지 않는단다.



오빠는 2020년 겨울에 쓰러졌다가 뇌출혈로 병원에 한동안 입원했었다.

당시, 자다 깨서 새벽에 화장실에 갔다가 혼자 쓰러져 잠깐 의식을 잃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구토와 두통에 시달렸지만 전날 마신 약간의 술 때문이라고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숙취가 해소되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조금만 늦었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오빠에게 왜 바로 병원에 가지 않았느냐 물어보니 넘어진 게 뭐 대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20년도에 감정사 자격시험공부를 한다고 서울의 혼자 살던 집을 정리하고 본가에 내려와 부모님과 살고 있었는데 그전에도 혼자 지내면서 두세 번은 넘어졌다고 했다. 사람이 살다가 넘어질 수도 있지.. 라며 모두가 겪는 일인 듯 말을 해서 우리 가족이 모두 벙찐 적이 있었다.

그 후로 오빠의 건강관리는 가족들의 공통관심사가 되었다.


그런데 바로 오늘 내가 다시 돌아가야 하는 그 새벽에 오빠가 다시 쓰러졌다.


오늘 아침에 상태가 어떠냐 물어보니 영화를 보고 삼겹살을 먹고 한 일들은 기억이 나는데 넘어지던 순간부터 얼마간은 기억이 없다고 한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하얀 수건에 피가 흥건한 걸 보니 혼자 지혈하고 정신 차리려 노력했나 보다.


오빠는 넘어지는 순간 정신을 잃는다. 의지와 상관없이 넘어진다. 의지는 없다.

어디에서, 어떤 위험한 물건이 있든 성인 남자의 무게를 그대로 싣고 앞으로든 뒤로든 옆으로든 쓰러지는 것이다.

이번에는 그래, 천만다행으로 턱에만 약간의 상처를 남기고 넘어갔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다. 어젯밤 이후의 시간이 거짓말 같고 이 순간, 목이 콱 막힌다.


오빠와 나는 1분 간격으로 태어난 쌍둥이 남매다.

한날한시에 같은 공간에서 세상에 났지만 성격도 성향도 정반대인 우리는 여느 남매들과 같이 서로를 애정하고 미워했다. 하지만 내 몸에 두 개씩 존재하는 눈, 귀, 콧구멍, 팔, 다리, 내장들 중 하나씩은 우리가 나눠가진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쌍둥이 텔레파시라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한 명이 아프면 다른 한 명도 아파하곤 했다. 같은 환경을 공유해서 감기나 약한 병을 함께 겪은 것일 테지만 묘하게 거슬리는 느낌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


형제자매는 제일 가까운, 제일 믿을 수 있는 친구이기도 하지만 또 아주 먼 관계이기도 한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함께 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마음은 더 가까워진다.


오빠는 곧 시험을 앞두고 있다.

오늘 새벽의 사고로 다시는 오빠에게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마음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액땜 다 한 걸로 치고! 시험도 잘 보고 꼭 합격할 것이라 믿는다.


몸도 마음도 그만 아팠으면 좋겠다. 내 운명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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