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이 달라졌어요!

by 김형범

“헐. 사진을 이렇게 찍었었나?”

전에 찍은 사진 속에서, 삼각형 구도로 찍은 사진을 찾다가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아직도 초보 사진가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의 사진은 정말 형편없어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사진 속 피사체들은 중심을 잃고 삐뚤게 자리 잡고 있기가 다반사(茶飯事)일 뿐만 아니라 사진의 밝기가 자연스럽지 않아 너무 환하거나 너무 어둡기 일쑤였다. 게다가 초점은 내가 의도하는 피사체에 맞춰졌다기보다는 천편일률(千篇一律)적으로 한가운데 잡혀있고, 구도라는 것은 아예 실종 상태라고 하겠다. 더군다나, 소위 황금분할이라고 일컫는 삼분할 구도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 왔건만 그냥 무시해 버린 까닭에 내가 찍으려 했던 피사체가 대부분 사진 한 가운데 있었고,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사진의 네 귀퉁이 중 한 곳으로 몰려가거나, 사진의 맨 위나 맨 아래에 있기도 했다.


“도대체 뭘 찍었는지 모르겠네요.”

처음 사진을 배울 때, 사진 선생님이 어쩌다 하시는 말씀이 나의 자존심을 심하게 할퀴곤 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깔로 가득 찬 사진을 보면서 혼자서 뿌듯해하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선생님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지도 않고, 그저 자존심이 상해서 허리춤에 손을 얹고 혼자 씩씩거리곤 했다. 심지어, 선생님이 나를 무시한다고 여겨 선생님에게 멀리 떨어져 지내던 어느 날, 오랫동안 사진을 배우고 찍어온 사진 강습반의 선배가 다가와 다독거리며 한마디 툭 던지고 갔다.


“우선, 사진의 수직, 수평을 잘 맞춰봐요. 그냥 피사체만 보면서 맞추기 어려우면 카메라 뷰파인더의 수직 수평계를 사용해 봐요. 도움이 될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노력해 볼게요.”

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소곳이 대답했다.

어떤 선배는 대뜸 한 마디 던졌다.

“헤. 사진이 삐뚤어졌네.”

기분이 몹시 나빴다. 나는 사진을 똑바로 찍는 데 열중했다. 마침내 대부분의 사진을 똑바로 찍게 되었다. 간혹 삐뚤게 찍힌 사진이 있어도 삭제하고 다시 찍으면 그만이었다. 세상이 좋아졌다. 초점과 노출에 대해서도 꾸준히 공부하고 연습했다. 측광(測光)을 통해 내가 원하는 노출값을 찾아냈다. 카메라 노출을 결정하는 조리개, 셔터, 그리고 ISO를 자유롭게 조절하여 사진의 밝기를 알맞게 맞출 줄 알게 되었고, 브라케팅을 이용하여 적정 노출값보다 어둡게도 찍고, 밝게도 찍으면서 가장 보기 좋은 사진을 찾을 줄 알게 되었다. 비로소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을 줄 알게 된 것이다.

“브라보!”


그렇지만,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도구에 지나지 않는 카메라의 단순한 기계적 조작이라는 것을 나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나는 사진에 이야기를 담을 줄 몰랐다. 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이런저런 사진 이론을 들먹이며 자신의 우위를 확인하려 했다.


DSC_0219.JPG 올림픽 공원, 나홀로 나무 / 니콘카메라 Z5-Ⅱ, 초점거리 41㎜, 노출시간 1/125초, f/16.0, ISO 200


“클리셰(cliché)를 깨트리세요.”

나는 ‘그냥’ 하루를 보내는 취미 활동으로 사진을 찾아냈을 때처럼 또 한 번 유레카를 외쳤다. 이 한마디는 나를 이 복잡하고 어려운 구도와 미학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였다. 자신의 해박한 사진 이론을 가지고, 내 사진이 왜 부족한 사진인지를 설명하고, 자신이 나보다 훨씬 나은 사진가임을 뽐내려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대꾸한다.

“클리셰(cliché)를 깨봤어요.”


DSC_0573.JPG 올림픽 공원 / 니콘카메라 Z5-Ⅱ, 초점거리 135㎜, 노출시간 1/125초, f/6.3, ISO 100


겉멋이 잔뜩 들어버린 나는 공식화되어 있는 구도를 과감히 탈피하는 사진을 찍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처음에 내 사진이 어땠었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마구잡이로 셔터를 누르면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 내가 의도적으로 그런 사진을 찍었을 거라고 근사하게 오해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이면서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질 뿐, 애써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나는 비록 초보 사진가이긴 하지만 사진가로서의 의도가 포함된 결과로 사진 촬영 이론을 거스르는 사진을 찍고 있다. 특히, 나는 삼분할 구도를 끔찍이도 싫어한다. 삼분할 구도에 맞춰진 피사체가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어색해서, 부조화로 여겨진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무엇을, 왜, 어떻게 찍으려고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나는 여전히 초보 사진가임이 틀림없다.


DSC_0254.JPG 올림픽 공원 / 니콘카메라 Z5-Ⅱ, 초점거리 24㎜, 노출시간 1/125초, f/22.0,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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