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대학생이 되는 걸 나는 카페에서 봤다

by 똥굴이



한 카페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시간이 흐르는 걸 이상한 방식으로 느끼게 된다.


나는 한 카페에서 11년 동안 일을 했다.

처음에는 그저 손님이 오고 가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간이 지나가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됐다.


처음 카페에 왔을 때 초등학생이었던 아이가 있었다.


교회에 다니는 초등학생 남자아이였다

내 기억 속 그 아이는 나보다 훨씬 키가 작았고

음료를 받을때면 통통한 볼이 돋보이게 웃던 귀여운 남자아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어느 순간 교복을 입고 오기 시작했고

어느 날은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들어왔다.

목소리도 변하고 키도 훌쩍 커졌다.


그리고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온 그 아이를 보고

잠깐 멈칫한 적이 있다.


이제는 나보다 훨씬 키가 큰

건장한 청년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나.


나는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이에서 누군가는 초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되었고

누군가는 취업을 했고

누군가는 결혼을 했다.


가끔 이사를 간 손님들이 오랜만에 카페에 들르는 날도 있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반갑게 말한다.


“아직도 계세요?”


그 말이 반갑기도 하지만

어쩐지 조금 묘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는데

세상은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럴 때 가끔 이런 생각도 한다.


나는 너무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나는 그저

사람들의 시간을 조금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초등학생이 대학생이 되는 시간,

학생이 직장인이 되는 시간,

그리고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

여전히 이 카페를 기억하고 있다는 시간.


카페에서 일한다는 건

어쩌면 그런 시간들을 조용히 지켜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오늘도 같은 자리에서 커피를 내리지만

이 공간에서는 여전히

누군가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카페에서 일하면 알게 되는 손님의 유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