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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 Mar 12. 2021

튀김가루, 마늘 한 스푼, 작은 국자

하루 요리 일기-부추 편

어제 내가 부추를 산 이유는 부침개를 만들어 먹기 위해서였다. 주말마다 식당에서 알바를 하는데 아주머니의 요리 솜씨가 엄청 좋으시다. 아침에 딱 알바를 가면 아주머니는  손님들이 셀프 부침개 바를 이용할 수 있도록  부추 부침개 반죽을 만들고 나는 반죽을 큰 바트에 반죽통을 끼워 넣고 얼음물을 채워 앞쪽에 세팅을 해놓는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알바고 3시부터 브레이크 타임, 즉 점심을 먹는다. 한 번은 같이 일을 하시는 분이 부침개를 부쳐서 우리 점식 식탁에 준비해두었다. 그때부터였다. 그 뒤로 집에만 가면 그 부추 부침개가 생각나던 것이. 바삭하고! 쫀득하고! 맛있다. 그 뒤로 아침에 아주머니가 반죽에 뭘 넣는지 알아내려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오늘 그 꿀팁을 공개하려고 한다. 아주머니는 부침가루를 안 쓰고 튀김가루를 쓰시는데 사실 셀프 부침개 바가 생기기 전에 미리 아주머니가 만들어준 부침개를 먹었을 때 바삭하다 못해 딱딱해서 입안이 베일 것 같이 날카로웠다. 시행착오 과정 중에 먹은 거라 완벽하지 않은 비율의 부침개를 먹은 것이다. 그리고 다진 마늘 반 스푼이 맛을 낸다. 튀김가루와 물의 비율은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1:1 오늘 만들어 보니 튀김가루와 물 1:1 비율의 튀김가루를 살짝(수북이 두 스푼) 정도 더 넣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작은 국자로 조금만 퍼서 얇게 필 것! 일반 국자가 아닌 더 작은 국자를 세팅해둔 이유는 반죽을 너무 많이 하면 부풀어 오르고 전혀 맛있는 식감이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여러 번 만들어 먹는 건 상관이 없다고 입으로 들어가는 건 젼혀 아깝지 않다고 하셨다. 맛있게 먹지 못하는 게 아쉬우신 것 같았다.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붓고 재빨리 반죽을 피면서 부추도 한 곳에 몰리지 않도록 잘 배분한다. 서서히 끝부분이 불투명해지면서 기름진 냄새가 거실에 퍼진다. 팬을 흔들었을 때 반죽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손잡이로 이불을 깔지 않은 전기장판 같을 쓰다듬는 거친 느낌이 전해지면 그때 딱 짧게 휙 하고 손을 앞으로 밀고 잡아당긴다. 크게 회전하면서 느리게 팬을 굴리는 게 훨씬 안정하다는 걸 알지만 나는 그게 잘 안된다. 그래서 짧고 강하게 팬을 굴려서 나는 뒤집는다. 명심해야 할 것은 망설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물쭈물 돌리면 반죽이 접힌다. '성공이지!'라고 생각하면서 과감하게 혹은 부드럽게 프라이팬을 굴린다. 근데 부침가루가 아니라 튀김 가루여서였는지 반으로 접혀도 원상복구가 가능했다. 만들어 먹어본 전은 그 공간에서의 바삭함과 맛이 아니었다. 그때는 배가 너무 고파서 맛있었는지 아니면 정말 손맛이라는 게 있는 건지, 프라이팬에 기능성 차이인지 모르겠다. 항상 아쉬운 부분들이 조금씩 있는 것 같다. 부추전을 지지는 동안 안 내심이 많이 부족한 나는 자꾸 부추전을 건드려 본다. 익었나 안 익었나 색깔이 어느 정도 노릇하게 났나 젓가락으로 끝부분 밑을 살짝 집어넣고 든 후, 고개를 살짝 기울여 살펴본다. 전을 빨리 익히려고 뒤집개로 꾹꾹 누르면 안에 공기층이 다 빠져나가서 바삭해지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궁금해서 꾹꾹 눌러서 만들어보고, 누르지 않고 뒤집기만으로 익혀서 비교해봤다. 꾹꾹 누른 전은 바깥쪽은 바삭했지만 가운데는 정말 부침개 식감이었다. 누르지 않고 만든 전은 바삭하다고 하기에도 애매하고 부침개 같은 식감이라고도 애매한 그 중간 정도의 바삭함이었다.  인내심이 없다면 그냥 꾹꾹 전을 눌러 부쳐서 먹어도 된다. 아니면 다른 할 일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번째 전을 부칠 때부터는 요 부침개를 하고도 절반이나 남은 부추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찾아봤다.

부추 겉절이가 눈에 들어왔다. 부추를 썰고 양파를 썰고 밥그릇에 양념장을 만들었다. 항상 인터넷이나 유튜브로 레시피를 찾아볼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검색해서 제일 먼저 위쪽 해서 뜨는 추천 영상이나 블로그는 기본 레시피였으면 좋겠다. 정말 기본적인 재료들로만 만들 수 있는 레시피. 겉절이는 만들고 바로 먹어야 맛있는데 전을 4개를 부쳐먹고 완성한 부추 겉절이는 오늘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숨이 죽으면 아쉽긴 하겠지만 어쩔 수 없지. 대신 너는 내일 고기랑 같이 먹어줄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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