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워터프루프 북
여러분은 반신욕을 즐기면서 어떤 것을 주로 하시나요? 음악 듣기? 영상 보기? 책 읽기?
저는 덜렁이라서, 반신욕을 할 때는 정말 반신욕만 한답니다. 휴대폰이나 크레마 같은 기기는 정신 차려 보면 물 속에 들어가 있고, 종이책은 어느새 한쪽이 찢겨 너덜거리기 일쑤거든요. 감성 같은 건 덜렁이에게 사치다...
TV에서 나오는 감성 반신욕(잔잔한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여유롭게 책을 읽는...)을 즐기고 싶지만, 덜렁이여서 슬펐던 이들을 위해 민음사가 나섰습니다. 물에서 읽어도 괜찮은 워터프루프 북을 출간한 거죠!
민음사는 2018년부터 워터프루프 북을 출간하기 시작했어요. <82년생 김지영>, <시스터후드>, <동물 생각> 등 다양한 책들을 워터프루프 버전으로 펴냈죠. 욕조를 비롯해 냇가나 계곡, 수영장 등에서도 안심하고 독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어요.
올해 새롭게 선보인 워터프루프 북은 <동물 생각>과 <팔도유람기>. 모두 우리나라의 고전 산문을 담고 있답니다. 에디터는 그 중에서 <팔도유람기>를 선택했어요. 한국의 명소를 집에서, 그것도 물 속에서! 특별하게 즐겨보고 싶었거든요.
워터프루프 북은 이렇게 책 커버에 싸여 있어요. 커버를 열면 책이 나온답니다. 책 안에는 물에 젖지 않는 소재로 제작된 작은 책갈피도 들어 있어요.
그런데, 소재가 매우 독특해요. 두께에 비해 약간 묵직하다고 느껴졌는데, 뒷장에 적힌 글자가 비칠 정도로 종이 자체는 매우 얇아요. 종이를 손으로 만져 보니, 일반적인 책과는 달리 맨들맨들 반질반질한 느낌이었어요. 반지르르 윤기가 나는 전단지 소재는 아닌데, 손끝에 닿는 느낌이 아주 부드러웠습니다. 이 질감이 정말 독특했어요.
왜 이렇게 신기한 질감을 갖고 있나 했더니, 방수 지도에 쓰이는 '미네랄 페이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래요. 돌을 재활용해 만들어졌고, 제조 단계에서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친환경 소재라고 해요!
문득 궁금해졌어요. 이렇게 맨들맨들한 종이에도 필기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어 봤는데, 결과는 성공! 일반 종이보다는 몇 초 정도 시간이 더 걸렸지만, 잘 마르고 묻어남이나 번짐도 없었어요. 물에 넣었더니 밑줄이 사라지긴 했지만요.
자, 이제 책을 물에 넣어볼 시간! 욕조에 물을 받고, 책을 담가 보았어요. 책을 물에 둥둥 띄워 보기도 하고, 푹 잠기게 넣어 보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인 종이 책은 물에 넣었다 빼면 심하게 변형되는데, 이 책은 그런 현상이 없었어요. 찢어지거나 변형되지 않아서 물이 닿았을 때에도 페이지를 넘기는 데 무리가 없었답니다.
책을 물에서 꺼내면 이런 모습! 종이가 물을 머금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물이 매끈한 종이 위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에요. 또, 책이 실로 엮여 있어서 책장이 쉬이 뜯어지지도 않았어요. 웬만한 습기나 물기는 거뜬히 견뎌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내용 역시 흥미로웠어요. 어디론가 훌쩍 떠나 여행을 떠나고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 시국'만 아니었다면 햇빛 좋은 바닷가나 냇가에서 읽었을 텐데, 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답니다. 여행 떠나기 어려운 요즘, 옛 사람들의 문장을 통해 한국의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어 행복했어요.
어디서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독서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틀림없이 민음사의 워터프루프 북을 좋아하실 거예요. 독특한 책과 함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분, 또는 반신욕 하며 책을 읽고 싶은 덜렁이(like me) 분들도요. 물에 젖지 않는다는 점이 너무 신기하고 편리한데, 내용까지 좋은 책이거든요.
다음 여름을 책임질 워터프루프 북 시리즈로는 어떤 책이 나올까, 벌써부터 기대가 돼요.
이제 막 방수 책의 매력에 눈을 뜬 저는, 지금까지 출간된 워터프루프 책들을 좀 더 둘러보러 갈게요! 여러분도 워터프루프 책의 매력에 풍덩 빠져보길 바라며··· 그럼 이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