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창에 비가 주룩주룩 흘러내린다. 무게를 견디지 못한 구름은 비가 되어 눈치 보지 않고 내린다. 비행기가 결항이 되고 지연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곤란해져도알바 아니라는듯 당당해서 얄밉지만 부럽다. 의지와 무관하게 떨어지던 나의 눈물은 타인에게 피해 주는 것도 아니었을 텐데도 혼자일 때만 흘러내렸다. 알아서 눈치껏 자연스럽게. 가여웠던 나의 눈물이 비와 함께 스친다.
비행기가 비를 뚫고 하늘 높이 떠올라 거대한 비구름 속에서 비행 중이다. 구름의 형상도, 비도, 하늘 아래 세상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얀 도화지 위에 비행기만있다. 내가 원하는대로 마음껏 그려보라는듯.
언젠가 또다시 내 삶이 짙은 비구름 속을 거닐게 된다면 목적지를 향한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하얀 도화지 위에서 이 비행 또한 마음껏 즐겨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혹여 좀 빨리 비구름 속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어리광 부리는 나를 만난다면 눈치 보지 말고 신나게 주룩주룩 마음껏 더 울어서 비워내는 방법도 있음을 알려주리라.
구름이 힘에 겨워 내려놓은 비는 반드시 그칠 테고 앞이 보이지 않던 하늘은 푸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곧 새로운 구름이 유유자적 다양한 모양과 크기, 속도로 언제나처럼 유유히 떠다니며 흘러가겠지.
지상이 가까워지자비구름 아래로 희미하게 불빛과 건물이 보인다. 비행기가 비구름 속을 헤매는 동안에도 세상은 아무 일 없이 돌아가고 있다. 나도곧 그 세상 속에 아무렇지 않게 놓여질 예정이다. 도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