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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나의 숲 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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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회귀 Nov 15. 2023

손절_2

짤없이 냉정하게 선긋기

오매불망 침대에 누워서도 바다가 훤히 보이는 숙소를 예약했건만 나의 모습만 선명히 비추는 밤바다다.




수요일, 조식을 건네며 게하사장님이 금요일은 풍랑으로 배가 뜨지 않을 가능성이 크단다. 정확한 상황은 내일 조식 먹을 때 다시 알려준단다. '금요일에 나가야 하는 면 내일 나가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우도에서 3박 4일을 계획하고 왔지만 며칠 더 있을 생각도 했던 터라 순간의 마음에 맡겨보고자 한다. 


봄날씨처럼 따스한 우도의 아침. 느릿하게 움직여도 일찍 준비가 된 덕에 더없이 느리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해안길을 걷는데 나의 발걸음에서 3월의 발걸음이 아님을 알아차린다. 순식간에 우도에 머물 이유가 사라졌다. 금요일 배가 안 뜬다고 하면 2박3일의 일정으로 줄여서 내일 우도를 나가야겠다.


지금 나에게는 없는 간절함을 넘어선 절실함이 '3월 제주를 찾았던 그때의 나에게는 처절한 절박함 있었구나!' 그때의 나를 보여주기 위해 8개월 만에 다시 바다가 보고 싶었던 건가! 그때의 내가 애잔하고 가엽게 다가온다.


그때의 표류 중이던 불안정했던 나를 지금의 나는 토닥임보다 더 깊은 포옹으로 따뜻하게 안아 줄 수 있기에 나를 아껴주고 돌보며 곁에 있어 그때의 내가 대견하고 고마울 뿐,  더는 바다의 위로도 수행하듯 걷고 걷고 걸었던 발걸음도 필요치 않다.




고진감래 후 토사구팽을 당당하게 드리미는 내일을 모르는 하루사리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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