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그녀의 집 근처 카페.공간의 느낌과 창밖 흐릿한 날씨가 딱 눈이 올 것 같다. 11월 중순에 한겨울에도 눈구경 어려운 따뜻한 남쪽에 살면서 눈이 내릴 것 같은 날씨라니. 올 겨울에는 눈 보러 갈 곳을 찾아봐야겠다는 말을 넌지시 덧붙이며 웃어본다. 그리고 다음날 기적처럼 설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비행기 이륙과 동시에 깜빡 잠이 들었다 순간 눈을 뜨고 창밖을 보니 여기가 어딘가 싶다. 두껍게 틈 없이 펼쳐진 구름이금방은 절대녹지 않을 것 같은만년설처럼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지금 지상에서 올려다본다면 우울하기 그지없는 구름 가득만 우중충한 하늘일텐데,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더니구름 가득한 상황에서도 햇살은 이렇게순수하게 빛나고 있었구나 싶어 탄성이 터져나온다.
기후위기로 익사하는북극곰처럼 나의 머릿속도 그런 게 아닐까. 적당히 가득한 빙하에 안전하게 두발을 디디고 바닷속에서 자유로이 헤엄칠 수 있는 북극을 꿈꾸는 북극곰처럼,하늘 위 떠다니는 구름도, 바다 위 떠다니는 빙하도, 내 머릿속 떠다니는 생각도, 삶에 떠다니는 무채색에도 저마다 찬란한 존재의 의미가 있는건데 결벽증처럼 깨끗하게 치우는 것에만 집중하며 살고 있는것은아닐까!
곧 비가 올 것 같은 제주공항에 착륙한다. 날씨가 왜 이래 했을 순간이지만 눈부시게 느껴지는 건 분명 나의 착각이리라.착각은 현실이 되어버스를 타고 1시간 반 이동하는 사이 구름이 걷히면서 지상에서도 햇살이 눈부시다.구름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 주려고 극적으로 연출된 흐림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