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몸이 이상하다. 이유도 모르겠고 열도 안 나는데 아픈 곳이 없는데 분명히 아프다. 몸이 이상하니 마음도 이상하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 좁은 집에서 앉지도 눕지도 못하고 뱅글뱅글 서성이다가 거실에 깔아 둔 담요를 발견한다.
무릎을 꿇고 몸을 최대한 웅크린 채 따뜻한 온기로 가득한 담요를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가만히 있어본다. 온몸이 풀리는 듯 바닥 온기를 따라 저만치 아래로 가라앉는다. 그렇게 한참을 미동 없이 담요에 폭 쌓여있다 보니 한 달쯤 깊은 동굴에서 최소한의 숨만 쉬면서 겨울잠이 자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