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연민은 어떻게.
나에게 가장 친절하고 다정해지고 싶다.
리모컨을 무의식적으로 누르다가 잠시 딴짓하는 타이밍에 멈춰 선 화면에서 영화스포하는 멘트가 귀에 꽂힌다. 늘 마음속 찜찜한 그 무엇의 상태를 이보다 더 간결하고 완벽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
"불편한 편안함"
그 어떤 변수도 없이 지금 이 평온함이 계속되길 바라면서도 불편한 그 무엇이 편안함의 발목을 잡고 불안과 자책을 자극한다.
타인을 볼 때는 존중을 강요한다. '그럴 수 있지, 인간은 바뀌지 않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자, 괜찮아'를 당연하듯 인정하고 합리화의 폭도 퍽 너그럽다.
자신에게는 객관화와 명확함을 강요한다. 지나친 자기 검열을 통해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납득이 되어야 인정하고 수용이 된다.
스스로에게 가장 불친절하고 냉정한 마음이 불편한 편안함을 만든다. 어쩌면 불편한 편안함 보다는 편안한 불편함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삐죽 고개를 드는 설연휴 마지막 날이다.
올 한 해는 '자기 연민을 기꺼이 소중히 돌보며 키워보겠다' 뜬금없이 급 새해 다짐을 하고 계획을 세운다. 키워본 적 없는 이 녀석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AI에게 물어 방법도 다양하게 찾는다.
생각들을 뒤적이며 연습을 해보는데, '아닌 건 아닌 거지', '뭐라는 거야'하며 녀석이 발들일 틈도 주지 않고 습성의 텃세가 심하다. 거 참.
연초부터 팍팍한 하루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