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이렇게까지 완벽할 필요는 없었다.
번아웃도 아닌데 번아웃 같은 삶에서 뭔가 새로운 환경에 자아를 놓아두면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길, 방향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터닝포인트를 찾고자 호기롭게 새로운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늦덕으로 새로운 영역에서의 매력적 기쁨을 알게 된 것이 도전의 시발점이 된 것도 있다.
첫날, 아는 사람이 단 1명도 없는 낯선 분위기의 근무지도 당황스러웠지만 가장 비선호 부서에서 가장 연장자라는 것에 현타가 왔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첫 업무 협의를 위해 모인 자리에서 순간 나이의 무게에 짓눌렸다. 막연히 젊은 분위기에서 근무하면 신선한 방향성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며 평소 생각을 해보긴 하였으나 실제로 이렇게 까지 나이 차이가 나는 동료들이라니.
오랜 경력이 말해주듯 근무지를 옮겨도 아는 사람이 몇은 있었는데, 어느 근무지로 옮겨도 중간 정도의 연령대이거나 막내라인이었는데, 허허벌판에 홀로 서있는 기분이 엄습하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평생 절대 하지 않을 거라던 영역의 업무처리까지 내 영역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까지 리셋의 새로움을 원한 건 아니었는데 새해 도전을 지나치게 과하게 실천하게 되었다. 자의로 선택한
시작이 타의로 완성된다. 등 떠민 사람 하나 없는 순수한 자신의 결정과 선택이 만들어낸 운명이다. 내 손으로 던진 주사위의 수가 이렇게 클린 할 수가 없다.
가만히 있으면 본전이라 했건만, 딱 거기까지만 했어야 했다. 현생은 현생일 뿐이건만.......
뱅갈고무나무를 꼭 살려야겠다.
'도'일지 '모'일지 모를 2025년의 하루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