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화(1)_가는 곳 세화

세화여야 한다,

by 하루사리

누군가의 홍콩 앞바다가 나에게는 세화 앞바다다.




전화벨 소리에 급하게 눈을 떴다가 다시 이불속에서 밍기적 밍기적 포근함을 만끽하는데 my 아티의 '맨 처음 고백'이 울려 퍼진다. 며칠 전 가장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기상알람 소리를 바꿨다. 아침부터 고백이라니, 역시 감미롭게 속삭이는 아티의 음색은 해답이다.


기분 좋게 일어나 오른쪽으로 고개만 살짝 돌렸을 뿐인데 바다다. 흐린 날씨와 어울리는 채도 낮은 에메랄드빛의 아름다운 세화 바다가 펼쳐져있다.


세화에 왔다!


침대 밖으로 나오자마자 자연스럽게 포트에 물을 올린다. 왠지 눈을 뜨면 차 생각이 가장 먼저 날 것 같았는데 역시 이 풍경에 차를 마시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사랑해도 참아야 하는 것이 있다면 공복 찻자리다. 그래서 살짝의 여운만 담긴 모닝 찻자리를 위해 어제저녁에 우림이 끝난 찻잎을 정리하지 않고 개완에 그대로 뒀었다. 뜨거운 열수를 개완에 붓고 첫 우림인 듯 우린다. 스쳐가는 여릿함의 달콤한 향미가 썩 마음에 든다.

온몸 가득 채워지는 온기를 느끼며 창밖을 본다. 만조, 끊임없이 밀려오는 일렁임이다. 평온한 듯 잔잔한 수평선부터 조금씩 조금씩 꿈틀꿈틀 너울지더니 해안가가 가까워지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하얀 거품으로 부서져 평온해지는 파도다.


세화여야 했다.


집 주변보다 더 많이 거닐며 구석구석 돌아다녔던 세화다. 매번 굳이 또 세화를 가야 하느냐지만 나에게는 세화여야만 하는 곳이다. 감정 인식이 둔감해 몸이 반응을 하고 나서야 '아! 힘들구나!' 하는 나에게 세화는 너울진 파도가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부서져 고요해지는 곳이니.


복잡한 마음을 다독이고 다듬어 정리를 하면 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하던 생각들이었건만 없다. 비자림을 들렀다 좋아하는 우유식빵을 사러 송당에 갈지, 성산 쪽으로 해서 동백꽃을 보러 갈지 고민하며 잠들었는데 머물러야겠다. 오롯이 세화에.




가는 곳 세화에 왔으니 가는곶세화 빵을 먹을 예정인 하루사리

작가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