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우수

시간이 약이라는 말, 시간만이 약인 거다.

by 하루사리

매섭게 춥던 그날은 어디 가고 봄기운 완연한 햇살에 마음이 따시다.




오전에 엄마를 만나러 가야지 하며 잠들었는데 일어나기가 싫다. 한참을 멍하게 이불속에 파묻혀 정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거실로 나와 10분 타이머를 켠다, 천천히 천천히 반복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새해부터 시작한 척추스트레칭이다. 3년 전 제주 한달살이를 하면서 방문했던 요가센터에서 배운 동작인데 불현듯 아침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알람이 울리고 마지막 동작까지 마무리한 후 찻자리를 준비한다.


스트레칭하면서 켜둔 명상 음악을 그대로 두고 천천히 천천히 차를 우리고 비워간다. 몸이 무거운 것도 아닌데 움직임이 느리다. 점점 더 느려지는 동작과 손끝에 마음을 맡기고 시간을 흘려보내다 찻자리도 정리를 한다.


날씨를 확인하니 대기 상태도 좋고 쾌청하다. 점심은 엄마랑 먹어야겠다. 빈 도시락통과 수저를 챙기고 커피까지 내려 준비를 마친다. 집 근처 김밥 집에 들러 오래간만에 땡초김밥을 사서 엄마를 보러 간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맞아주시는 엄마를 보며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만 맴돈다. '4년, 4년, 4년' 어떻게 4년이 흘렀을까! 어떻게 4년이 흐를 수 있을까! 유리를 닦고 닦으며 무한 반복 되뇌어보지만 4년일 수 없는데 4년이 지났다.


2월에 큰 챙모자는 아니지 싶어서 캡모자도 챙겨 왔는데 햇살이 눈부시게 따사롭다. 올블랙에 피크닉용 큰 챙모자를 쓰고 도시락을 챙겨 익숙한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는다. 이어폰을 끼고 유난히 깊숙이 들어오는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도시락을 먹기 시작한다.


천천히 천천히 또 그렇게 느려진 동작으로 김밥을 먹는다. 땡초김밥 먹는 실력이 많이 늘었다. 반 정도 먹었는데도 단무지로 달랠 수 있는 정도다. 노력형 맵찔이의 어깨가 으쓱하다. 마지막 3알이 남았는데 매운맛이 확 올라온다. 단무지를 먹고 커피를 마셔도 안된다. 나머지 김밥에서 땡초를 빼내고 다시 천천히 먹는다. 매운 여운이 남아 있어 한 동안 쓰읍 쓰읍을 하고 나서야 진정이 된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청명한 하늘이다. 그날도 이렇게 날씨가 한없이 맑고 청명했다. 하지만 마음이 시려서였는지 매섭게 추웠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오늘은 눈부신 햇살이 온몸을 따끈따끈하게 해 준다. 간간이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결이 상쾌하게 느껴질 만큼 따사롭다.


"엄마 만나고 왔는데, 날씨가 따뜻해서 참 좋더라"


"그날도 오늘처럼 날씨가 참 맑고 따뜻했는데...보고싶네"




곧 언젠가 끝까지 땡초를 빼지 않고 먹게 될 하루사리.

작가의 이전글다시 세화(4)_태초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