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96
(…) 사르디스 (…)
(…) 이따금 여기서 그녀를 생각하네 (…)
마치 (…) 우리 (…)
여신과 같은 너, 네 노래야말로
무엇보다도 그녀를 즐겁게 하였지.
이제 그녀는 뤼디아 여인들
가운데 우뚝 서 있네, 마치 해진 뒤
장밋빛 손가락의 달이
뭇별을 압도하듯. 달빛은
소금기 많은 바다든 꽃으로 뒤덮인
들판이든 똑같이 닿는 법.
아름답게 내려앉은 이슬 속에서,
장미와 연약한 처빌,
달콤한 클로버가 만발하도다.
저 멀리서 서성이며, 그녀의 상냥한 마음은
갈망에 삼키어져,
그녀는 아리따운 아티스를 기억하네.
우리 그리로 가서 (…) 알지
못한 채 (…) 때때로
(…) 가운데에서 그녀는 노래하네.
우리가 여신들의 아름다운 생김새와
겨루기란 쉽지 아니한 일,
(…) 너는 어쩌면 (…)
[ ]
많은 (…) 사랑
그리고 (…) 아프로디테께서
(…) 황금의 (…)에서
신주(神酒)를 부으셨으니 (…)
(…) 그녀의 손으로, 페이토.
[ ]
[ ]
[ ]
(…) 게라이스토스의 사원으로
(…) 친애하는 여인들 (…)
(…) 어느 누구도
※ Reproduced with permission of the Licensor through PLSclear.
※ Rayor, Diane J., trans. & ed. Sappho: A New Translation of the Complete Work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nd ed. 2023. Introduction and notes by André Lardinois.
<note>
많은 부분이 훼손되어 있어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긴 어렵지만 대강의 이야기는 짐작해 볼 수 있다. 사포의 공동체에 속했던 어느 한 여성이 어떤 이유로 뤼디아 왕국의 수도인 사르디스로 떠난 상황이다. 어쩌면 뤼디아 남성과 결혼을 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사포는 동료들과 함께 그 여성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그의 아름다움을 찬미한다. 화려하고 사치스럽기로 당대 제일인 뤼디아 왕국에 미모의 여성들이 숱하게 있었으련만, 사포는 마치 달이 뜨면 별들이 가려지듯 이 시의 주인공이 아름다움에서 그들을 모두 압도하리라 노래하고 있다.
이 여성은 아마 아티스라는 이름의 여성과 특별한 관계였던 모양이다. 아티스는 사포의 작품 속에서 매우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예나 지금이나 바로 이 아티스가 사포와 가장 밀접한 사이였으리라 흔히 생각하지만, 이 노래에서는 사포가 뒤로 빠지고 사르디스로 떠난 이름 모를 그 여성과 아티스의 관계를 더욱 강조하는 것 같다.
사포의 노래 속에 여러 여성들 사이의 애정이 드러난다고 하여 굳이 성적인 의미로 해석하고 동성애와 연결시켜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이 시에서만큼은 더욱 그러하다. 하나의 공동체에 속하여 오랜 시간 함께 어우러져 노래하고 춤을 추며 친밀하게 지내던 여성들 상호간의 깊고 따뜻한 정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을 감상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P. Berol. 9722 side1, Sappho,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 "사르디스" : 뤼디아 왕국의 수도로서 당대 상업의 중심지. 뤼디아에 관하여는 <단편 16> note 참조.
* "여신과 같은 너" : 이 작품 속 "너"는 아티스를 지칭하는 듯하다. 물론 확실하지는 않다.
* "페이토"Peitho : 설득의 여신으로서, 그 이름이 영어 단어 persuasion의 어원이 되었다. 흔히 사랑의 신 에로스와 함께 아프로디테를 수행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 "게라이스토스" : 그리스 에우보이아 지방의 한 도시 이름인데, 어떤 맥락에서 이 도시를 언급하였는지는 불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