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produced with permission of the Licensor through PLSclear. ※ Rayor, Diane J., trans. & ed. Sappho: A New Translation of the Complete Work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nd ed. 2023. Introduction and notes by André Lardinois.
<사포의 죽음>(Gustave Moreau, "The Death of Sappho", 1873-76, Public domain via WIKIART)
<note> 단편 150을 우리에게 전해 준 고대 그리스의 수사학자 튀레의 막시무스(서기 2세기)에 따르면, 이 노래는 임종을 앞둔 사포가 그의 딸 클레이스에게 건네는 말이라고 한다. 마치 소크라테스가 그러했듯, 비통하거나 눈물이 흘러넘치는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아니라 지금껏 살아왔던 삶의 연장선상에서 차분하게, 평소와 다름없이 담담히 생을 넘어가고자 하는 이의 유언 같은 당부다.
사포는 언제 어떻게 세상을 떠났을까? 고대 아테네의 희극작가 메난드로스(BC 342-291)는 그의 작품 <사포>에서 중년에 이른 사포가 젊은 미소년 파온을 짝사랑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비관하여 레우카스 절벽에서 몸을 던져 자살했다고 썼다. 나중에 로마시대의 위대한 시인이자 <변신 이야기>의 작가인 오비디우스(BC 43 - AD 17)가 <사포가 파온에게>라는 절절한 연애시를 창작한 이후로는 이 이야기가 거의 기정사실화되어 오늘날까지도 전해져 내려오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후대의 많은 화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는데, 리라를 든 여성이 절벽 위에 서 있거나 뛰어내리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을 본다면 십중팔구 사포를 그린 것으로 생각해도 틀림없다.
다만 오늘날에는 애초에 파온이라는 인물 자체가 신화적 가공인물에 가깝다고 보며 메난드로스나 혹은 다른 누군가가 상상력을 발휘해 창작한 이야기가 그대로 사실인 양 굳어진 것일 뿐, 실제 있었던 일은 아니었으리라는 보는 이가 다수다.
그렇다면 사포 최후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우리로선 알 수 없게 된 셈이나, 적어도 이 단편 150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로 본다면 아마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가족과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무사이Mousai : 예술의 여신인 무사Mousa의 복수형이다. "무사들", 혹은 "무사 여신들"이라는 뜻으로 보면 된다. 영어로는 Mus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