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향기, 그 오후의 햇살

어제의 온기를 품은 향기

by YesterdaysScent

어제의 온기를 품은 향기

"얘야, 여기 좀 들어줘. 이불은 접는 방향이 따로 있단다."

"알았어 엄마! 이렇게?"

"그렇지, 참 잘했네. 이렇게 해두면 이불이 더 오래 깨끗하게 쓰이거든."


어릴 적, 해가 질 무렵이면 엄마는 빨래를 걷어 창가에 쌓아두곤 했다

나는 엄마 옆에 앉아 이불을 개는 흉내를 내며 킁킁거리기 바빴다.

햇살에 바짝 마른 빨래에서는 따뜻하고 산뜻한 냄새가 났다.

마치 하루 종일 놀다 지친 나를 꼭 안아주는 이불 같았다.

그저 그런 일상이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마음을 조용히 데워주는 소중한 기억이다.


요즘도 가끔 그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흰 빨래가 바람에 흔들리던 골목, 창틀 너머로 스며들던 노을빛, 그리고 엄마의 콧노래. 나는 옆에 앉아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괜히 편안해졌었다.

엄마는 말없이, 그러면서도 가장 따뜻하게 나를 품어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시절은 사진 속처럼 멀어졌다. 엄마는 이불을 개며 흥얼거리는 대신, 전화기 너머로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니?"라고 묻는다. 나는 늘 그렇듯 씩씩하게 대답하지만, 마음 한쪽은 늘 쓸쓸하다. 바쁘고 복잡한 하루들 속에서 문득 멈춰 선 날, 나는 클린 웜 코튼 향수를 꺼낸다.


뚜껑을 열고 향을 맡는 순간, 나는 다시 그 오후로 돌아간다. 바닥에 빨래를 펴던 엄마, 살랑거리던 커튼, 그리고 해 질 무렵의 고요한 풍경. 향기 하나로 잊고 지내던 따뜻한 장면들이 다시 내 앞에 펼쳐진다. 그 속에서 나는 여전히 아이였고, 엄마는 그 자리에 있었다.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속 풍경을 불러온다. 클린 웜 코튼은 그 시절 엄마가 걷어오던 햇볕 냄새를 닮았다. 머스크와 부드러운 꽃향기가 뒤섞인 그 냄새는, 마치 방금 갠 빨래처럼 익숙하고 편안하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평화가 그 안에 있다.


향이 천천히 사라질 무렵이면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오지만, 마음 한구석은 아직 따뜻하다. 작은 향기 하나가 이런 감정을 꺼내 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나는 그 향기를 통해 어제를, 그리고 엄마를 다시 떠올린다.

그리고 다시 다짐한다. 어제가 내게 힘이 되어주듯, 오늘도 잘 살아보자고. 그리운 마음은 힘이 되기도 하니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향수를 뿌린다. 아주 작은 습관이지만, 그 속엔 오래도록 나를 지켜준 기억이 담겨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 방울의 향, 한 편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