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때, 너를 기억하지 못할 줄 알았다.
너와 함께했던 시간이 아주 짧았고,
말도 많이 나누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너의 향기만은 아직도 선명하다.
잎사귀를 비틀었을 때 나는 그린한 냄새,
햇빛 아래 데워진 나무 껍질의 따뜻한 기운.
그 모든 걸 닮은 향.
"Philosykos."
너는 그 향을 뿌리고 있었다.
우리는 무화과 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말없이 바람을 맞았고,
서로의 그림자가 천천히 겹쳐졌다가 또 멀어지곤 했다.
그늘은 짙어지고, 너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 세상은 아주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햇살은 무겁고, 바람은 짧았고,
너는 말이 없었다.
그 후로 너를 다시 만나지 못했다.
편지를 받지도 않았고,
누가 너의 소식을 전해준 적도 없었다.
기억은 가끔씩 지워졌고,
나는 이따금 너를 놓아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백화점 한구석의 향수 코너에서
Philosykos를 다시 만났다.
병을 열고 향을 맡는 순간,
그 모든 것이 돌아왔다.
무화과 나무의 그늘.
너의 조용한 숨결.
햇빛과 나무 냄새.
그리고 그날의 우리.
나는 아직도 그곳에 있다.
시간이 지나도, 계절이 바뀌어도
그 여름의 향기는 내 안에서 쉬지 않는다.
너는 잊혔지만,
그 여름은 여전히 나를 붙잡는다.
※ 이곳에 연재되는 에세이와 소설은,
제가 실제로 겪은 경험과 향기를 통해 떠오른 상상을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일부는 실화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또 어떤 글은 한 순간의 향기로부터 피어난 순수한 창작 이야기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기억과 감정에도
향기처럼 조용히 스며드는 이야기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