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수 Jan 19. 2024

세상에서 잠수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

매일 블로그 문을 연다.

문을 열기 전 약간의 긴장으로 마음은 쪼그라들었다. 

얼마 방문하지도 않는 블로그인데도 오늘은 몇 명 방문했는지, 누가 내 글에 공감했는지 

서늘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삶을 잘 살아보려고 글을 쓴다며 블로그에 떠들어댔는데 과연 나는 잘 살고 있는 건가 속으로 묻게 된다.

 

반복된 일상을 살면서 글을 쓰는 행위는 좋았다. 뭔가 반짝이는 소재를 찾아낸 날이면

글을 쓰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렇게 내 일상은 매끄럽게 잘 흘러가는 듯만 했다.


그런데 말이다.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느낌이 언젠가부터 얹어졌다.

글 쓸거리를 찾기 위해 잘 사는 것인지, 잘 살고 있어서 그걸 글로 표현하고 싶은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문득 사람을 만나는 것도 연락을 하는 것도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이게 과연 잘 사는 걸까.’     


나는 문제가 생기면 회피를 굉장히 잘하는데 이럴 때는 또 도움이 된다.

몇 년 동안 꾸준히 글 쓰는 일을 해왔는데 그만두자는 생각이 든 것이다. 


글 쓰는 걸 하루라도 놓으면 내 일상은 또 엉망이 되는 건 아닐까.

글 쓰는 일을 잊어버리는 건 아닐까.

내 일상에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점점 삶에서 나를 고립시키려는 마음과 행동들이 강렬해졌기에 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블로그 문을 닫기로.   




   



힘들 때 해답을 찾으려고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유튜브. 연사들의 말들은 나의 시답잖은 생각들을 순간이나마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줬다. 그런데 누군가의 말을 곁들을수록 나 혼자 결정을 내리려는 순간이 있을 때마다 불안했다. 

이렇게 유튜브의 해법도 듣지 않고 마음대로 했다 실패하면 어쩌나.

 또 불안이 자욱해졌다. 

그래서 유튜브도 꺼버렸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액세서리처럼 귀에 끼고 다니며 연사들의 말을 친구처럼 들으며 길을 걸었는데. 

맨 귀로 걸어 다니는 것은 화장을 다 지운 민낯으로 누구를 만나러 가는 것만큼이나 어색했다.      


그래도 집중하고 싶었다. 

나의 내면의 소리에.


누군가에게 허락받지 않고 인정을 구하지 않고 실패하고 망하더라도 내 식대로 결정하고 책임지고 싶었다. 

블로그에 굳이 잘 사는 모습을 내비치지 않아도 디지털 속에 흔적을 남기지 않아도 조용히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언제가 다시 글로 내비치고 싶었다.      

그 마음이 동해 이렇게 글을 쓴다. 


천천히 느린 속도로 삶을 음미하며

느꼈던 것을 써 보려 한다.      


아직도 잠수는 진행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이 어려워지면 또 오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