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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작가의 골프 이야기

에세이

by 김창수

골프를 시작한 지 30여 년이 넘었다는 김창수 작가는 처음에 사막에서 골프를 배웠다고 했다. “중동국가에 근무할 때 운동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골프를 배우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죠. 열악한 기후도 그렇지만, 땀을 흘린다는 것 자체가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운동은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는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에어컨 없이 살 수 없는 나라에서 골프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습니다.”라는 말을 하면서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김작가는 옛날 생각이 나는지 잠시 한숨을 쉬었다. “어느 날, 선배가 골프를 가르쳐주겠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죠. 지하실에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연습하면 힘들지 않다고, 쓰던 골프백에 골프채를 가득 넣어왔죠. 몇 번 동작을 가르쳐주더니, 한번 읽어 보라고 골프 관련 책도 주었죠, 그리고 내일 새벽에 골프장 갈 준비 하고, 나만 믿고 따라오면 된다는 말만 남긴 채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밤을 꼬박 새우고 차에 실려갔죠. 그 이후 벌어진 일들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김창수 작가는 지난 4월 초, 골프를 접을 늦은 나이에 생애 처음으로 월송리 cc 17번 홀(파3, 189m)에서 홀인원을 했다. “지난해부터 거리도 잘 나가지 않고, 스코어도 좋지 않아 골프를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회사에서 모시던 선배님들의 골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서 결정을 못 내리고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평생 꿈도 꾸지 않았던 홀인원을 한 거죠.” 그는 ‘앞으로 3년 재수가 좋을 것 같아 그때까지 열심히 치려고 합니다.‘라고 자신감이 묻어있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릴 적부터 황순원 선생님의 순수하고 감동적인 이야기 「소나기」 같은 글을 쓰고 싶었어요. 40여 년 간 공부와 바쁜 직장생활로 작가의 꿈을 가슴에 묻고 살아왔는데, 그 오랜 시간에 겪었던 경험이 글의 소중한 글감이 됐죠.” 30여 년간 무역회사에서 근무했던 저자는 2015년 소설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지 1년 만에 소설 ‘카이로의 자스민 청년’으로 135회 월간문학 소설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2012~2014년 이집트에서 주재원으로 활동했을 때의 경험이 소설의 토양이 됐다.

“30여 년간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오대양 육대주를 돌아다니며 맨땅에 헤딩했다.”는 그는 이집트뿐만 아니라 1980~1990년대 루마니아, 러시아, 이스라엘 등 치열한 산업 현장에서 주재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수많은 일을 겪었다. 그 치열했던 경험은 김 작가의 소설을 이루는 탄탄한 역사적 근거가 됐다.

얼마 전, 그동안 문학지에 발표한 글을 모아 소설 모음집 ‘옴두르만의 여인들’을 출간했다. 그 책 속에는 종교와 문화, 인권, 역사를 꿰뚫어 본 작가만의 색채가 선명하게 드러나면서도 공감의 폭이 넓은 10편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대와 종교, 국가를 넘나드는 10편의 단편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인간의 내면세계다. 저자는 빠르게 변화하고, 소용돌이치는 시대에 자신만의 렌즈로 포착한 연약한 생명체에 주목하고, 소설로 담담하게 밝힌다.

김창수 작가의 단편소설들의 주제는 각각 다르고, 때론 피를 토하듯 절규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삶의 조각을 뜻밖에 발견해 줘 반갑고 정겹다. 황순원 소설가의 서정성과 순수함을 여전히 흠모하는 소년성이 연륜 깊은 글에 묻어나 더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듯하다. 

김작가에게 골프는 글을 쓰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골프 예약이 잡히면 항상 마음이 설레면서 분주해지죠. 잠시 쉬었던 골프 연습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하루 전날 골프채를 닦고, 골프공, 장갑 그리고 입고 갈 의상 등을 챙깁니다. 친구는 하루 전에 골프공을 가슴에 품고 자야 잘 맞는다고 합니다.” 그는 골프는 많은 이유로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다며, 결국 마음의 안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골프장에 들어서면 몸의 유연성을 위해서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드라이버 연습하는 사람 옆에 가서 드라이버는 쇼라고 하면서, 퍼팅 연습만 하는 사람도 있죠. 속칭 ‘설거지’라고 하는 쇼트게임에 몰두하는 사람도 있고, 어프로치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개인의 기량에 따라 ‘쇼’를 할 건지 아니면 ‘설거지’에 집중할 건지가 결정되는 거죠. 물론 둘 다 잘하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골프는 항상 공정합니다.” 그는 적어도 한 가지는 잘 되지 않는다고 하며, 모두 잘 되는 날을 ‘그분이 오신 날’이라고 하지만, 그분도 짓궂게 굴 때가 있다고 웃었다. 골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김창수 작가는 골프를 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친구들, 사업과 관련된 분들, 그리고 해외여행 중 모르는 현지인들과 조인하는 분들이다. 그는 “몇 시간을 동반자들과 골프를 치면서 배웠던 골프의 매너를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매너가 살아온 삶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겠죠.” 그는 가끔 동반자에게 골프의 매너를 배운다고 했다. 그것은 배려와 여유로움이며, 그들의 골프 실력은 그 매너를 월등히 넘어서는 것이 아닐까.

나이는 골프의 비거리와 반비례한다. “골프를 배우면서부터 힘을 빼라고 하지만, 나이 때문인지 더 이상 뺄 힘도 없어 요즘 드라이버가 더 잘 맞는 것 같다.”는 그의 말이 와닿는다. 드라이버는 쇼라고 한다. 하지만 ‘The show must go on’ 해야 한다. “드라이버의 거리와 방향성은 살아온 인생을 보여주는 거죠.”라는 그의 말이 골프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김작가의 생존형 골프 실력과 좋은 소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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