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프롤로그

나는 올레길을 걷고 있다 / 연작 에세이

by 김창수

내가 걷는 행위는 단순한 운동보다 그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이다. 젊었을 때는 몸속의 가득 찬 술과 담배 그리고 스트레스라는 찌든 독소를 뽑아내기 위한 것이라면,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건강과 사색의 시간을 가지기 위한 수단으로 걷기를 하고 있다. 자연을 벗 삼아 걷는 일은 친구들과 만남 이상으로 내게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다. 다니던 코스가 달라지면 흥분과 기대가 뇌 속에서 되살아난다.

어느 날, 친구가 출간한 책 「같이 걷자, 바람이 부는 산티아고로」 한 권을 받았다. 책장을 넘기면서 그가 걸어간 길을 따라갔다. 사진을 덧붙인 글은 그동안 내가 걸었던 길과 다르게, 마음의 평온을 얻기에 충분해 보였다.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 울창한 숲 속에서 품어 나오는 피톤치드의 향을 느낄 수 있는 풍경과 마을을 지날 때 성당의 탑이 하늘을 향해 구원의 손길을 펼치는 상상을 했다.


나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나라의 도시와 농촌, 산과 바다를 보았다. 출장으로 주로 차량과 열차로 바쁘게 다녔기에 지금은 아련하게 떠오르는 그 아름다웠을 풍광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 아쉬움이 친구의 책을 보면서 나도 ‘산티아고의 순례길을 걷고 싶다는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너무 늦은 나이라는 부담감은 있었지만, 더 늦출 수 없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웠다.

우선 경험이 많아 도와줄 수 있는 주변의 친구를 찾았다. 지금도 꾸준히 트레킹과 자전거 여행을 다니는 그는 한국에도 많은 트레킹코스가 있어 굳이 해외로 나갈 필요가 없다는 조언을 해줬다.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고집하는 이유는 어쩌면 생애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그곳에서 모든 것을 씻어내고 싶었다. 우선 체력을 키우고 한국에서 비슷한 코스를 찾아 훈련하기로 했다. 그곳이 제주도의 올레길이었다.


나는 437km, 27코스로 구성된 올레길을 한 번에 완주한다는 것은 무리라 생각하고, 다섯 번으로 나눠서 1년에 완주하기로 했다. 제주도 날씨를 고려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의 경치를 만끽할 수 있는 일정으로 정해 우선 1차로 떠나기로 했다. 배낭을 가볍게 하려고 준비물을 최소화했으나, 짐을 싸면서 점점 불어났다. 물 한 병들고 걸었던 간단한 트레킹은 이제 잊어버려야 했다.

자세한 일정표를 만들고, 제주도행 비행기와 코스별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면서, 마음은 이미 제주도 올레길에 가 있었다. 해외 출장 준비는 전날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새벽 비행기 타는 데 문제없었는데, 국내로 가는 트레킹은 왜 이리 걱정이 앞서는지 알 수 없었다. 잠자리에 들면서 올레길에 휘날리는 리본을 따라 뚜벅뚜벅 걷고 있는 나를 상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