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패스포트의 첫 도장

나는 올레길을 걷고 있다 / 연작 에세이

by 김창수

나는 제주공항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여행의 목적이 다른 많은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공항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니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시커먼 구름이 깔려있었다. 첫 트레킹부터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를 타고 서귀포 7코스의 시작 지점인 제주올레 여행자센터로 향했다. 올레길 트레킹이 처음이라 낯설긴 했지만,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인지 설렘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버스 안에는 많은 사람이 타고 있지 않았지만,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버스 안내창에는 국제 관광지답게 몇 개의 언어로 표시되었다. 버스 창가로 보이는 풍경이 품종이 다른 나무 때문인지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7코스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18Km의 해안을 따라 서귀포 앞바다를 볼 수 있어 많은 여행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올레길 코스로 꼽았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다.


나는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에서 간단한 안내를 받고, 바당색(바다의 제주도 방언)의 파란 제주 올레 패스포트를 샀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출발 전 긴장을 풀었다. 주변이 웅성거렸다. 완주자를 위한 대형 브로마이드 앞에서는 올레길 완주자들이 종을 치면서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완주증서와 메달을 목에 걸고 사진을 찍고 있는 그들의 얼굴에는 지나간 고생은 잊어버리고, 환희와 뿌듯함이 가득했다. 그들이 부러웠다.

건물 밖으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파란색 간세의 문을 여니 스탬프 두 개가 끈에 연결되어 있었다. 각각의 뚜껑 속에는 7코스의 시작과 7-1코스의 도착 스탬프가 있었다. 7-1코스 도착 스탬프는 다음 날을 위해서 남겨 놓은 채, 7코스 시작 첫 스탬프를 패스포트에 정성껏 힘주어 찍었다. 스탬프 잡은 손에서 느껴진 전율이 머리까지 전달되었다. 배낭과 운동화 끈을 다시 조여 매고, 올레길의 첫발을 디뎠다.


나는 제주 바다를 상징하는 푸른색과 지역 특산품 감귤을 상징하는 오렌지색으로 구성된 바람에 흔들리는 올레 리본을 따라 걸어갔다. 가끔 리본이 보이지 않으면, 잘못 들어섰나 두리번거리며 다음 리본을 찾았다.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았지만,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서귀포시의 평탄하던 길은 경사가 지면서 숨이 차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어서인지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다. 드디어 삼매봉 팔각정에 도착했다.

멀리 보이는 올레길의 첫 바다 풍경은 시커먼 구름으로 덮여 있었다. 비가 올지 몰라 오래 있지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다음 행선지를 향했다. 바닷가로 진입하면서 바람은 거칠게 몰아쳤고, 폭풍의 언덕을 들어서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배낭 레인 커버를 씌우고, 준비해 온 일회용 우의(雨衣)를 입었다. 바다에 홀로 서 있는 외돌개를 보며,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는 외로운 할머니가 얼마 전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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