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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Dec 13. 2021

스토아학파, 이성중심의 보편주의

20대에게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 고대 철학

밴스야, 장학금을 신청하느라고 자기소개서와 미래계획서를 쓰느라고 수고했다. 잘 되기를 바란다. 만일 안되면 좀 더 보완하여 다음 기회에 또 신청하도록 하자. 앞의 글에서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를 이야기했는데 오늘은 금욕주의자인 스토아학파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둘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 의외이다. 이 둘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에피쿠로스의 평정심과 스토아학파의 부동심 비교


 '철학한다는 것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선택과 결단을 통해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인생은 짧다! 스토아 철학의 과제는 이 짧은 인생을 허비하지 않고 즐겁게 사는 것이다.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는 '경험'을 중시하여 지나친 욕심을 절제하고 각 개인이 마음의 평정심(아타락시아)을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스토아학파는 '이성'을 중시하고 쾌락보다는 사회적 의무를 강조하여 전체 사회가 질서있고 조화로운 것을 추구했다. 스토아학파는 부동심(아파테이아)을 강조했다. 쾌락주의가 개인주의라면, 스토아학파는 보편주의라고 볼 수 있다.


철학한다는 것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인 일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나쁜 일이 일어나더라도 부동심(아파테이아)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스토아 사상-


스토아학파의 창시자, 제논


스토아학파의 창시자는 그리스의 제논(Zeno of Citicum, 334-262 BC)이다. 그는 본래 성공한 장사꾼이었다. 그가 어느 날 배가 침몰해서 많은 재산을 잃어버렸다. 크게 낙심하여 아테네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돌다가 어느 책방에 들렀다. 거기서 한 권의 철학책을 발견해서 읽고 평생 철학에 전념하게 되었다. "배의 침몰이 나에게는 매우 유익한 사건이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스토아학파의 사상은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하여 후회하거나 한탄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인생이 너무나도 덧없고 짧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마음의 평안을 추구했다. 그들은 철학 상담가들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죽는다든지, 무슨 비극적인 일을 만나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기 나름이다(Our thoughts are up to us.)"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간에, 그 일에 대한 태도를 통제하는 것은 너다! 너의 감정과 너의 생각은 네가 선택하는 것이다!"



스토아학파의 기본 사상, 아모르파티(Amor Fati, 운명애)


아모르파티의 개념은 스토아 철학자의 사상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아모르파티'란 말을 애용했다. "네 운명을 사랑하라. 운명은 너의 것이다." 일어나는 일은 어쩔 수 없지만, 그에 대한 반응 - 감정과 생각 - 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고 보았다. 감정은 날씨처럼 변덕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에 스토아학파에 반대한다. 왜냐하면 감정과 생각은 선택의 문제라고 스토아 철학자들은 생각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네가 바라는 대로 일어나기를 요구하지 말고, 오히려 일어나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일어나기를 원하라. 그러면 모든 것들이 잘 되어 갈 것이다."


이러한 스토아 사상은 운명론 또는 숙명론적이어서, 개혁이나 변혁의 사상이 약하다. 순응을 강조하는 인상이다.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라는 철학상담인 듯하다.


스토아 사상을 번성하고 꽃을 피운 것은 로마에서다. 로마는 그리스를 점령했으나 그들의 문화와 정신세계를 존중하고 배우고자 했다. 로마의 스토아 학자로는 에픽테토스, 키케로, 세네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있다.



키케로와 세네카


키케로(106-43 BC)는 짧은 인생을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인생은 짧다. 우리는 늙어간다. 스토아 철학의 '메멘토 모리' 개념은 연약하고 유한한 인간이 서로 연대하여 서로 사랑하는 사회적 의무를 강조한다. 키케로는 변호사이고 정치가였다. 웅변을 잘했다. 《늙음에 대하여 On Old Age》에서 나이 들어감에 따라서 네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나이 들면 일하기가 어렵고, 몸이 약해지고 병들고, 육체적 쾌락이 줄어들고, 그리고 죽음이 다가온다. 늙는 것은 불가피하다. 가수 노사연의 노래에 보니까 '늙은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라고 했다. 늙어감에 따라서 기력이 쇠해지지만, 그런대로 인생은 또 살만하다.


늙은이는 지혜를 나누어줄 수 있다. 몸과 마음을 단련만 한다면 급작스레 늙지 않을 수 있다. 육체적 쾌락은 줄어들지만, 좋은 사람과의 대화와 우정을 더욱 즐길 수가 있다. 죽으면 끝이라는 쾌락주의자 에피쿠로스와는 달리, 스토아학파는 죽으면 영혼이 불변하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영혼불멸설에서는 죽으면 육체라는 한계와 감옥에서 해방된다고 본다. 키케로는 늙어가는 것은 자연과정이고 그에 대처하는 태도는 우리가 얼마든지 결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세네카(1 BC - AD 65)는 네로 황제의 스승이자, 예수님과 동시대 인물이다. 세네카도 짧은 인생을 즐기는 법에 대하여 지혜를 주고 있다. 세네카는 인생이 얼마나 짧으냐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시간을 어떻게 선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설령 인간이 수 천 년을 산다고 해도 인생을 선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불평을 했으리라고 그는 보았다. 중요한 일에 투자하라. 쓸데없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늙어서 후회하지 말로 미리 결단하고 선택하여 시간을 선용하라고 조언한다. 세네카는 사람들이 사소한 일에 분주한 이유가, 진리를 회피하려는 핑계를 대기 위해서라고 했다. 음~~ 날카로운 지적이다. 무리 짓는 것을 피하고 분주한 삶을 피하라고 그는 충고한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은둔가로 금욕적인 삶을 살면서, 진정한 삶을 향유하는 철학을 공부하라고 추천한다. 철학한다는 것은 지혜롭게 사는 것이고, 덕스럽게 사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분노를 막는 방법을 살펴보자. 세네카는 분노하지 않으려면 화나는 일들이 실제로는 해를 끼치는 일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사소한 일에 습관적으로 화를 내면 하루를 거의 망치게 되어 손해 보게 되는 것이다.


세네카는 에스파냐의 코르도바에서 태어나 뛰어난 작가였으며 로마에서 대단히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 원로원 의원으로 활약했다. 서기 41년에 정치 음모에 휘말려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조카딸과 간통했다는 혐의로 재산을 몰수당하고 코르시카로 추방되었다. 코르시카에서 세네카는 철학에 몰두하며 스토아 사상을 발전시켰다. 8년 뒤 사면되어 로마로 돌아왔고 네로의 스승이자 나중에는 고문관이 되었다. 그러나 서기 65년, 세네카가 음모를 꾸민다고 생각한 네로는 세네카에게 자살하라고 명했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처럼 기이한 죽음을 맞이하는데, 자살로 죽음을 맞이한 그는 끝까지 차분하고 평온함을 유지했다.



에픽테토스(AD 55-135)


에픽테토스가 장애자임을 보여주는 지팡이가 보인다. 화려하지 않은 옷은 그가 노예 출신임을 암시한다.


"인간의 정신을 방해하는 것은 사건들 자체가 아니라 사건들에 대한 인간의 판단이다."


"우리의 모든 소유는 운명의 여신이 잠시 맡겨둔 것일 뿐 내 것이 아니다. 너에게 맡겨져 있는 동안 남의 물건을 대하듯 하라. 마치 여행자가 여관을 대하듯 하라."


"어떤 것에 대해서도 결코 내가 그것을 잃어버렸다고 말하지 말고 그것을 되돌려주었다고 말하라. 자식이 죽었는가? 되돌려준 것이다. 마누라가 죽었는가? 되돌려 준 것이다. 땅을 빼앗겼는가? 그것 또한 되돌려준 것이다."


-에픽테토스-


에픽테토스는 서기 55년에 노예로 태어났다. 그는 황제의 서기관이 부리던 노예로서 궁중의 지적 분위기를 접했다. 네로 황제가 죽은 뒤 에픽테토스는 자유를 얻었다. 당시 교육받고, 똑똑한 노예들에게 이런 일들이 있었다. 그는 그리스 서부에 철학 학교를 세웠다. 그는 삶의 찰나성을 성찰하는 법을 알려주는 실용적인 인생철학을 펼쳤다.


스토아의 대표적인 사상은 금욕주의 사상이다. 쾌락보다는 이성적 의무를 강조한다. 칸트의 사상에 영향을 미쳤다. 내가 생각했던 끔찍하고 비인간적인 금욕주의는 아닌 듯하다. 나는 금욕주의에 대한 끔찍하고 비인간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스토아 철학자들을 보면 심리치료사나 철학 상담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참, 에픽테토스의 철학 학교에 온 사람들이 하나 같이 찌푸린 얼굴을 하고 돌아가게 하는 게 목표였나 보다. 찰나적인 인생을 성찰하는 것은 소풍을 나가듯 즐거운 것이 아니라는 게 에픽테토스의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고 김수환 추기경이 그런 사람이었다고 한다. 사제들은 그를 멀리했다고 한다. 그는 대중들에게는 한없이 자애롭고 따뜻했지만, 사제들에게는 직설적이고 꿈을 깨는 말을 했다고 한다. 식당에 있을 때 주변에 사제들이 멀리 떨어져 앉았다고 한다. 왜? 그만큼 사제들을 사랑했고, 그들에게 날카로운 한 마디 말을 한 일화를 들었다. 에픽테토스의 철학 학교 운영에서 그런 일면을 보았다.


메멘토 모리: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
아모르파티: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
아파테이아: 흔들림 없는 마음의 부동심



스토아학파의 단점


아파테이아(Apatheia, 부동심), 이렇게 마음을 통제해서 냉정한 마음을 유지하면 불행을 덜 느꼈을지 몰라도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고 차갑고 비인간적일 수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아우구스티누스(영어로는 어거스틴)는 파토스를 제거하려던 스토아 철학자들과 달리 파토스가 충만한 사람이다. 그는 열정적인 사람이며, 고난과 악의 문제를 심도 있게 고심한 사상가이다. 사도 바울의 계보를 잇는 기독교의 큰 스승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우리가 듣는 모든 것은 하나의 의견일 뿐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하나의 관점일 뿐 진실이 아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우리가 듣는 모든 것은 하나의 의견일 뿐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하나의 관점일 뿐 진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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