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냐 저것이냐> 2부작 중 1부 7장
키에르케고어 <이것이냐 저것이냐> 1부 7장 <윤작 輪作(CROP ROTATION)>에서는 '권태'라는 주제를 다룬다. 쇼펜하우어도 가장 고통스러운 것 가운데 권태를 꼽고 있다. 인생 자체가 권태이다. 이 권태를 극복하기 위한 심미적인 기술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상의 작품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권태>였는데, <윤작>이라는 글에서도 소름끼치는 대목들이 등장한다.
<윤작>에서는 최고의 향락의 방법을 제시한다. 모든 인간은 권태 속에 살며, 이 권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분별이 필요하다. 분별력을 적절히 활용하면 권태로운 인생을 능히 즐길 만한 인생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혼의 윤작이 필요하다.
윤작은 농경법인데, 저급한 윤작이 있고 고급스러운 윤작이 있다. 가장 저급한 윤작은 농부가 땅을 바꿔가며 농사를 짓는 것과 같이, 향락의 대상을 바꿔가며 외면적인 변화를 즐기는 것이다. 돈 후안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돈 후안은 1004명의 여성을 유혹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한성을 면할 길이 없고 완전한 자기 자신의 자유를 누릴 수가 없다.
최고급 윤작은 경작지를 바꾸지 않고 동일한 경작지에 번갈아 작물을 바꿔가며 자신의 의도한 바가 성공을 거두는 것을 바라보며 즐거워하는 농사법이다. 외적인 대상을 바꾸어 외적인 변화를 즐기는 것아 이나라 하나의 대상을 여러 모로 가꾸어 여러 각도로 바라보며 자신의 외적인 변화를 즐기는 것이다. 자신이 엮어 놓은 결과를 즐기고 자신의 가능성을 즐기는 일이다. 여기에는 고도의 공상력이 필요하다. 구상력을 통하여 딱딱한 현실을 가능성의 세계로 바꿔 놓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