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단편 11
제임스 더피 씨 Mr. James Duffy 고독하고 강박적인 혼자 사는 남자로서 시니코 부인이 친밀함을 원해서 다가왔을 때 피하고 만다. 더피 씨는 은행 출납원으로 일한다. 과한 것을 싫어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한 더피 씨는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시니코 부인과의 관계가 편안한 수준을 넘어서자 그 관계를 도피하고 만다. 더피 씨는 거의 은둔자로서 친구나 가족을 만나지 않는다. 시니코 씨가 죽었을 때 더피 씨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다가, 자기가 질서와 통제된 삶을 추구한 결과 너무 고독하게 되었는가 깨닫게 된다. <더블린 사람들>에서 비극적인 주인공으로 극도로 외로워한다.
시니코 부인 Mrs. Sinico 중년의 부인으로 그의 남편은 집에 있지 않는다. 남편의 직업이 항해사로 출타할 때가 많았다. 더피 씨가 그녀를 떠난 후에 알콜중독자가 되었고 전차에 치어 죽는 기사가 신문에 난다. 이 사건은 자살임을 암시한다. 더피 씨가 시니코 부인을 떠나게 이유는, 시니코 부인이 더피 씨에게 최소함의 친밀함을 표시하려고 더피 씨의 손을 잡아서 자기 뺨으로 데려갔을 때, 더피 씨가 불편해서 떠났던 것이다.
매리 시니코 Mary Sinico 시니코의 딸. 시니코 부인이 죽은 사건이 신문에 개재된 이후에 엄마가 술에 취했다고 매리가 밝혀준다.
시니코 씨 Mr. Sinico 상인이다. 항상 해외에 있고 아내에게는 관심이 없다.
제임스 더피 씨가 샤퍼리자드에 사는 이유는 자신이 시민으로 있는 도시에서 가능한 멀리 떨어져 살고 싶었으며 더블린의 나머지 지역은 모두 비열하고 유행만 좇으며 가식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래되고 어두침침한 더피 씨네 창문에서 내다보면 문 닫는 증류주 양조장이 보였고 위쪽 얕은 강을 따라 자리 잡은 더블린이 보였다.
더피 씨는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질서를 어지럽힐 낌새가 보이는 것이라면 무조건 혐오했다. 중세 시대 의사가 봤다면 그를 토성의 영향을 받아 음산한 사람이라고 진단했을 것이다. 살아온 세월을 고스란히 지고 온 더피 씨의 얼굴에는 더블린 거리의 갈색빛이 돌았다. 길쭉하고 약간 커다란 머리에서는 검은 머리칼이 메말라 가고 있었고 황갈색 콧수염은 무뚝뚝한 입을 제대로 덮지도 않았다. 더피 씨를 엄격해 보이게 하는 데에는 광대뼈도 한몫했다. 하지만 황갈색 눈썹 밑에 놓여 세상을 바라보는 두 눈에는 엄격함이 없었고, 대신 다른 사람의 단점을 상쇄할 만한 점을 부지런히 받아들이다가 이내 실망하고 마는 듯한 인상이 풍겼다.
더피 씨는 예측가능하고 모험을 싫어하는 은행 출납원으로 정돈되고 신증한 삶을 살았다. 집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똑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매일 같은 전차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더피 씨는 수년 동안 바곳 가에 있는 사립 은행의 출납원으로 일했다. 매일 아침 그는 샤퍼리자드에서 전차를 타고 왔다. 정오가 되면 댄 버크에 가서 점심으로 라거 맥주 한 병과 작은 쟁반에 담긴 칡 과자를 먹었다. 네 시가 되면 자유였다. 조지 가에 있는 간이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이 간이식당은 잘 나가는 더블린 젊은이 무리로부터 그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이자 메뉴에 특유의 깔끔한 정직함이 베어 있는 곳이었다. 저녁 시간은 안주인의 피아노 앞에서 보내거나 도시의 변두리를 돌아다니며 보냈다. 모차르트 음악을 좋아했기에 이따금 오페라나 콘서트에 갔다. 이것이 더피 씨의 유일한 일탈이었다.
그는 직장 동료도 친구도 없었고 믿는 종교도 없었다. 다른 사람과 어떤 교류도 하지 않는 채 자신만의 숭고한 삶을 살았고, 크리스마스에 친척 집을 방문하고 친척이 죽었을 때 묘지까지 동행하는 것이 교류의 전부였다. 오래된 품위를 지키고자 이렇게 두 가지 사회적 의무를 하기는 했지만 도시인의 생활을 다스리는 관습에 더 이상은 자신의 그 어떤 것도 내주지 않았다. 더피 씨는 특정한 상황이 되면 은행을 털리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런 상황은 절대 오지 않았기에 그의 인생은 평평하게 굴러갔다 - 특별할 일 없는 이야기.
가끔 오페라나 콘서트를 가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다. 모차르트 음악을 좋아한다. 19세기 후반에 모차르트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불운을 짓밟고 가난을 비웃는 활기찬 본성을 강조하는 행위였다. 어느 날 저녁 청중으로 온 시니코 부인이 젊은 딸과 함께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후로도 콘서트에서 몇 번 만났고, 세 번째로는 더피 씨가 시니코 부인을 일부러 만나려고 시간과 날자를 정했었다. 시니코 부인은 결혼했고 남편은 상업용 배를 타서 늘 집을 떠나 있기 때문에, 더피 씨는 은밀하게 부인과 만나는 것에 대하여 약간 불편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피 씨와 시니코 부인은 계속 그녀의 집에서 만났다.
그녀의 남편이 자주 집을 비웠고 딸도 음악 레슨을 하러 나가기 때문에 더피 씨는 시니코 부인과 교제를 즐길 기회가 많았다. 더피 씨도 시니코 부인도 전에는 이런 모험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이것이 부정하다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더피 씨는 서서히 자신의 생각을 그녀의 생각에 얽혀들게 했다. 그녀에게 책을 빌려주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지적인 생활을 공유했다. 그녀는 늘 경청했다.
때로는 더피 씨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 그녀가 답례로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모성애에서 우러난 걱정을 하며 더피 씨에게 본성을 완전히 열어 보이라고 다그쳤다. 그녀는 더피 씨의 고해 신부가 되었다. 시니코 부인은 그에게 왜 이런 생각을 글로 쓰지 않느냐고 물었다. 무엇 때문에 글을 쓰겠느냐고, 조심스레 경멸감을 내비치며 그가 물었다.
둘은 지적인 흥미를 공유했다. 책이나 정치 이론이나 음악 이야기도 했다. 만날 때 더 가까워졌다. 이렇게 공유하면서 더피 씨의 어려운 성품이 점차로 누그러졌다. 그런데 한 번은 시니코 부인이 더피 씨의 손을 잡고 자기의 얼굴에 갖다 댔는데, 이때문에 더피 씨가 매우 불편해졌다. 더피 씨는 이 제스처가 성적으로 진전하기를 원하는 신호로 잘못 해석했던 것이다. 더피 씨는 그 이후로 관계를 끊었다. 더블린의 케이크 가게에서 마지막으로 만나서 이별을 고했다. 이전에 늘 시니코 부인의 집에서 만나다가 이별할 때에는 일부러 외부인 케이크 가게에서 만났던 것이다. 둘은 만남을 끝내기로 했지만, 그 만남에서 시니코 부인이 나타났지만 그렇게 작별인사를 할 마음이 없었다.
4년이 흘렀다. 늘 그렇듯이 마을에서 저녁식사를 했는데, 더피 씨는 신문을 읽다고 놀래서 식사를 중단하고 급히 집으로 갔다. 거기서 신문을 읽는데, 제목이 '가슴 아픈 사건(A Painful Case)'이었다. 증인에 따르면 사인(死因)은 충격이나 심장마비이였고, 전차 때문이 아니었다. 시니코 부인은 술에 취했고 2년 동안 남편과 별거하고 있었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어느 누구에게도 잘못을 돌리지 않았다고 신문은 결론을 내린다.
검시관 대표는 이 건이 가장 가슴 아픈 사건이라고 말하며 시니코 선장과 딸에게 큰 유감을 표했다. 대표는 비숫한 사고가 생길 경우에 대비해 강력한 대책을 세울 것을 철도 회사에 촉구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잘못을 돌리지 않았다.
시니코 부인이 죽었다는 뉴스를 읽고서 더피 씨는 처음에는 화가 났다가 나중에는 슬퍼졌다. 아마도 자살이거나 성격이 약해서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더피 씨는 그녀의 죽음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그녀의 생명과 자신의 생명이 연결되었다고 느꼈다. 더피 씨의 분노는 사그러들기 시작했고 집으로 걸어가기 위해서 걸어나갔을 때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더피씨가 그녀와 관계를 끊낸 것 때문에 그녀가 알콜중독에 빠지고 자살했다고 생각했다. 공원에서 집으로 가는데 연인 한 쌍을 보면서, 더피 씨는 자신의 삶에서 유일하게 경험했던 그 사랑을 자기가 포기했음을 깨닫는다. 그는 심히 외롭다고 느낀다.
자신이 인생의 연회에서 진작 버림받은 것 같았다. 한 인간이 그를 사랑하는 듯했는데 그는 그녀의 인생의 연회에서 진작 버림받은 것 같았다. 한 인간이 그를 사랑하는 듯했는데 그는 그녀의 인생과 행복을 거부했다. 그녀에게 불명예를, 수치스러운 사형을 선고했다.
강 너머로 킹스브릿지 역에서 나가고 있는 화물 열차는 머리에 불이 붙은 채로 열심히, 결연하게 어둠 속을 헤치며 기어가고 있는 벌레 같았다. 열차는 천천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귀에는 시니코 부인의 이름을 한 자씩 열심히 반복하는 엔진 소리가 낮게 들렸다.
그가 왔던 길로 돌아가는데 엔진 리듬이 귀에서 울렸다. 기억이 일러준 바의 진정성이 의심되기 시작했다. 나무 한 그루 아래에 멈춰서 리듬이 잦아들도록 내버려두었다. 어둠 속에서 가까이 있는 그녀를 느낄 수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었다. 귀를 기울이며 몇 분을 기다렸다.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밤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다시 귀를 기울였다. 쥐 죽은 듯 고요했다. 혼자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