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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Dec 30. 2021

2권 텔레마코스의 회의 소집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읽기 안내서

모든 위대한 그리스 서사시는 뮤즈를 초대하는 것으로 시작하듯이, <오디세이아> 1권도 그렇게 시작해서, 이 책이 트로이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임을 알렸다.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10년이 지났고, 모든 영웅들이 집으로 돌아갔는데 오디세우스만 돌아가지 못했다. 오디세우스는 현재 칼립소에서 7년간 머물고 있고, 페넬로페는 이타카에서 많은 구혼자들에게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이 구혼자들은 이타카 오디세우스 왕국을 차지하려는 자들이다.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아들 텔레마쿠스는 이 구혼자들을 막아내려고 하는 중이다. 1권 <신들의 회의>에서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아버지 제우스의 허락을 얻어서 텔레마쿠스에게 가서 격려하고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아테나 여신은 텔레마쿠스에게 아버지는 살아계시다고 말하고, 아버지 오디세우스의 소식을 알아보려면 필로스(Pylos)로 가야 한다고 알려준다.


텔레마쿠스의 연설


2권 시작 부분에서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쿠스가 이타카의 모든 사람들과 구혼자들을 모이도록 회의를 소집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텔레마쿠스는 아테나 여신이 조언한 대로 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그는 청동 창을 들고 2마리의 개와 함께 늠름한 모습으로 회의장에 입장한다. 오디세우스가 떠난 후 지난 20년간 한 번도 회의가 없었다. 텔레마쿠스는 아들만 의지하고 살고 있는 어머니 페넬로페에게 구혼자들이 달려들어 구애하는 통에 매우 속상해 있었다. 구혼자들이 득실거리며 집안을 어지럽히는 것을 정리할 목적으로 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먼저 노 영웅 아이깁토스(Aegyptius)가 발언한다. 그는 오디세우스와 함께 트로이 원정을 떠난 자신의 아들 안티포스(Antiphus)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으로, '그런 소식이 있다면 빨리 알려달라'고 애원한다. 그의 아들 안티포스는 <일리아스> 4권에서 활약하는데, 그러나 <오디세이아> 9권에서 괴물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에게 잡아 먹혔다. 


아테나 여신은 그에게 신처럼 보이고 눈에 띄게 보이게 만들어주었다. 텔레마쿠스는 일어서서 회의를 소집한 이유를 설명한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트로이 원정대의 귀향 소식이 아니라,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말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2가지 불행을 말하는 데 첫째는 어머니가 싫다는데도 구혼자들이 득실거리는 것과, 둘째는 그들이 날마다 집의 가축들을 제물로 바치고 잔치를 벌이며 고기와 포도주를 축내고 있는 비참한 현실을 말한다. 구혼자들이 있는데 매우 용기있게 자기의 권리와 책임을 주장한 것이다. 특별히 원로들에게 호소하여 자신의 아들들을 자제시키도록 한 모양이다. 텔레마쿠스의 연설의 일부이다.


"영감님, 모임을 소집한 것은 제 개인의 필요성 때문이고, 제 집에 떨어진 설상가상의 재난입니다. 먼저 저는 고귀한 아버님을 잃었습니다. 그보다 지금 더 슬픈 일이 도래한 겁니다. 제 집을 모조리 파탄시키고, 재산을 몽땅 빼앗아 갈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겁니다. 구혼자들이 내 어머니의 의지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괴롭히고 있습니다. 이 고장의 지도자, 바로 그분들의 아드님들에서 말입니다. 그들은 이 집에 날마다 드나들면서 황소며 양, 살찐 염소들을 도살해서 비싼 술만 주책없이 먹어치운답니다. 더 이상 가다가는 바닥이 보일 판입니다. 우리 집의 손해를 보호해 줄 오디세우스와 같은 적임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의지할 곳 없는 텔레마쿠스가 의지할 곳이 있다. 신들의 정의에 의지하는 것이다. 지금 약해서 눈물을 흘리고 불의를 당하지만, 신들이 정의를 회복할 것을 간절히 기도하고 기대한다. 시민들에게 호소한다. 신들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이 구혼자들-불의하게 자신의 가산을 탕진하는 자들-을 몰아내 달라고 호소한다. 신들의 이름으로 구혼자들에게 자신의 집을 떠나 달라고 요구한다.


우리는 그 집을 몸소 지키기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기에는 우린 빈약합니다. 용기를 쓸만한 재주도 없고요. 힘만 제 편이라면 난 그 집을 보호할 겁니다. 그들의 하는 짓이란 정말 눈뜨고는 못 볼 지경입니다. 어이없이 내 집은 파멸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스스로 수치를 느껴야 합니다. 

여러분은 신들의 분노를 두려워해야 합니다. 이런 불의의 소행으로 신의 노여움을 사서 보복을 당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올림포스의 제우스 신과 사람의 모임, 조상, 친구들을 모이고 헤치게 하시는 정의의 신의 이름으로 그대들에게 간청합니다. 내 아버지이신 착한 오디세우스 왕이 악으로써 그리스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 보복으로 나를 해치고 이 자들이 채찍질을 함이 아니라면 이 자들을 몰아내어 주십시오.
페넬로페의 베짜기. 낮에는 베짜기를 한다. 구혼자들이 창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추근댐.


안티노오스의 반론


구혼자의 대표격인 안티노오스가 1권 말미에서도 텔레마쿠스를 기죽이더니 이 회의장에서도 반발하고 일어난다. 그의 주장은 두 가지인데, 이 나라가 시끄러운 것은 페넬로페 왕비 때문이라는 것이고, 페넬로페가 결혼하여 새로운 왕이 생겨나기까지 계속 혼란이 지속될 것이니 빨리 결혼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안티노오스의 주장에 따르면, 왕이 공석이 길어질 때 -왕이 죽었으리라고 판단될 때 - 왕비는 결혼해서 새 왕을 세워야할 의무가 백성들에게 있었다. 그래서 페넬로페는 결혼을 하되, 시아버지 라에르테스의 수의(shroud)를 다 짤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낮에는 베짜기로 옷을 만들지만 밤이 되면 그것을 다 풀어 헤치며 시간끌기를 한 것을, 구혼자들과 한 통속이 된 하녀들에 의해 들통났기 때문에, 페넬로페가 결혼을 미루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안티노오스는 페넬로페를 친정으로 돌려보내든지 아니면 청혼을 받아들이고 새로 결혼하여 왕을 세우든지 하라고 압박한다.

페넬로페가 밤이 되면 낮에 짠 수의를 풀어서 질질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


페넬로페의 시간 끌기


시아버지 수의를 다 만들면 청혼을 받아들이겠다며 낮에는 베짜기를 하고 밤에는 그 짠 옷을 풀어헤치며 시간끌기를 하는 페넬로페는 남편 오디세우스처럼 영리하다. 그녀의 의무는 남편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녀의 나태함(inaction)은 명예로운 것이다. Her inaction is honorable. 불명예스러운 것은 구혼자들의 행태이지, 페넬로페의 시간 끌기는 명예롭다. 


텔레마쿠스는 안티노오스의 요구를 거부한다. 결혼을 원치 않는 어머니를 강제로 외할아버지 집에 돌려보낼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어려움을 제우스에게 호소한다. 


"어머니를 그 의사에 반대하여 쫓아낼 수는 없습니다. 아버님이 아직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계실지도 모르는 일이고, 신들께서도 제게 보복을 내리실 것이니 다만 당신들이 마음 한 구석에 수치감을 느낄 줄 안다면 이 집에서 당장 나가 주십시오. 만일 이 집의 가산을 당신들이 배상도 없이 파멸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면 그리하십시오. 나로서는 늘 굽어살피는 신들에게 호소할 따름이니 당신들은 벌을 면치 못하고 죽음을 당할 것입니다."



징조를 해석하는 예언자, 할리테르세스


이 때 독수리 두 마리가 산봉우리에서 싸우는 모습이 보이다가, 오른쪽으로 독수리들이 날아간다. 오른쪽은 길조이고 왼쪽은 흉조을 상징한다. 텔레마쿠스의 호소를 들은 제우스가 상징적으로 보낸 것이다. 이 모습을 본 원로 할리테르세스(Halitherses)가 발언한다. 


"잘 들으시오. 특히 구혼자들 말이오. 이제 재앙이 당신들 머리 위에 덮쳐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만 중지해 주었으면 좋겠소."


원로 할리테르세스에 따르면 이것은 오디세우스가 살아 있다는 전조이며, 20년 전에 자신이 예언했듯이, 전우들은 모두 잃게 될 것이지만 오디세우스는 천신만고 끝에 살아 돌아올 것이며, 구혼자들과 백성들을 응징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에우리마코스의 막말


이 때 안티노오스와 함께 구혼자의 대표격인 폴리보스의 아들 에우리마코스가 막말로 반박한다. "이 늙은이야, 헛소리하지 말고 입 닥쳐라! 괜히 떡고물이라도 있을 줄 알고 텔레마쿠스에게 아부하고 있는데, 큰코다칠 줄 알아라." 구혼자들의 막돼먹은 행동에 텔레마쿠스가 자신의 결심을 발표한다. 


이제 우리 집과 어머님의 일로 왈가왈부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나는 배를 준비하여 본토로 갈 것입니다. 아버님의 소식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혹시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게 확인이 된다면 즉시 돌아와 성대한 장례식을 치르고 어머님도 새로 결혼을 하셔야겠지요. 


이렇게 말하지만 구혼자들은 귀도 기울이지 않고 조롱한다.



오디세우스의 친구 멘토르(Mentor)


텔레마쿠스의 결정을 등고 좌중에 있던 오디세우스의 심복이자 친구 멘토르가 일어서서 발언한다. 멘토르는 오디세우스가 출정하기 전까지 집안일을 책임졌던 사람인데, 여기서 멘토르는 아테네 여신이 변신한 모습이었다. 안내와 지지 역할을 하는 멘토(Mentor)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멘토르가 텔레마쿠스를 이렇게 변호한다.


이타케 섬의 여러분 오디세우스는 훌륭한 국왕으로서 여러분에게 은덕을 베푸신 분이었건만 지금에 와서 아무도 그를 생각지 않으니 배은망덕이자, 신의 저주를 받을 일이 아니겠소?  그대들의 비열한 침묵은 정의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소수의 구혼자들을 비난하거나 말리려 들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그대들의 무성의가 역겹소.


격분한 멘토르가 열변을 토했다. 갈등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 에벤노르(Evenor)의 아들 레이오크리토스(Leiocritus)가 나서서 멘토르의 발언을 조롱하며 집회를 해산한다. 


멘토르여! 헛소리하지 말아라. 우리의 힘은 주민들을 능가한다. 설사 오디세우스가 살아 돌아오더라도, 우리에게 대항하면 그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레이오크리토스가 멘토르의 발언을 조롱하며 집회를 해산시킨다.



텔레마코스의 출항


홀로 바닷가에 나와서 아테나에게 구혼자들의 방해로 곤란해 처한 자신을 도와달라고 기도한다. 기도를 듣고 아테나 여신은 멘토르의 목소리로 대답하며 텔레마쿠스를 격려하고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그들은 참으로 어리석은 데다가 분별 없이 날뛰는 하루강아지 같아서 정의감조차 없는 위인들이니, 재앙이 코 앞에 닥쳐와 있어도 죽음의 그림자조차 모르고 있소. 더 이상 염려는 마시오. 내가 부친에 대한 신의로 그대를 도울 것이니, 빠른 배를 구하고, 그 배에 나 역시 동행하도록 하겠소. 그리고 나는 지원자들을 불러모을 것이니 어서 가서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챙기시도록 하시오. 넓은 바다로 부친을 찾아 떠납시다.

멘토르가 동행하며 보호하고 안내하며 지지해준다. 텔레마쿠스는 집으로 돌아가는데, 구혼자들은 회의장에서 그가 한 연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잔치를 벌이며 가산을 축내고 있었다. 텔레마쿠스는 신실한 유모 에우리클레이아에게 여행에 사용할 보릿가루와 포도주를 준비해달라고 부탁한다.



유모 에우리클레이아의 반대


유모가 텔레마쿠스의 계획을 반대한다. 아버지 오디세우스가 죽었는데 어디를 가느냐, 그가 떠나면 구혼자들을 죽일 음모를 품고서 마침내 집안의 재산을 다 빼앗아 갈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텔레마쿠스는 신이 이 여행을 준비하고 인도하는 것이라고 그녀를 안심시키며 어머니에게는 적어도 11일이나 12일이 지나기 전에는 절대로 알리지 말라고 맹세하게 한다. 


아테나 여신가 텔레마쿠스로 변장하여 마을을 다니면서 사람을 접촉하여 말을 걸어 배를 준비하고, 선원으로 합류할 만한 좋은 사람들을 모았다. 배는 프로니우스의 아들 노에몬에게 부탁해서 준비했다. 아테나 여신은 필요한 것들을 배에 실고서, 선원들을 모아서 용기를 북돋우어 주었다. 


아테나 여신은 오디세우스의 집으로 가서 구혼자들에게는 잠들게 하고, 텔레마쿠스를 불러서 출발하도록 알려준다. 텔레마쿠스가 배에 오르자, 아테나 여신도 함께 배의 뒷전에 앉아, 그를 보호하고 인도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텔레마쿠스의 바로 곁에서 아테나 여신이 동행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준비되자, 일행은 돛을 펴고 노를 저어 출항한다. 


배에 탄 사람들은 술잔을 먼저 아테나 여신에게 바쳤다. 동행하는 아테나 여신이 흐뭇해 한다. 텔레마쿠스의 첫 번 목적지는 네스토르가 있는 필로스(Pylos)이다. 지리적으로 메세니아(Messinia)이다. 그다음은 육로로 메넬라우스가 있는 라케다이몬(Lacedaemon, Sparta)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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