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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Dec 31. 2021

3권 필로스(Pylos)의 네스토르왕 알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읽기 안내서

텔레마쿠스가 네스토르가 왕으로 있는 필로스를 향한다. 거기서 트로이 영웅이신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식을 듣고자 가는 것이다. 아테나 여신이 그의 여행을 축복하면서 그는 신의 승인을 받아서 이 여행을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가 여행을 출발했을 때 어머니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모두는 이 여행이 미친 짓이라고 여겼다. 20년 전에 집을 떠난 오디세우스는 이미 죽었을 텐데 왜 무모하게 여행을 떠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텔레마쿠스는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로부터 아버지가 아직 살아계시다는 신적인 확신을 얻었다. 그래서 아테나가 준비시켜준 배와 선원들을 데리고 20년 동안 무소식인 아버지의 소식을 알아보고자 모험을 떠난 것이다.



필로스에서의 텔레마쿠스


다음날 새벽에 일행은 필로스에 도착했다. 시민들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희생제의를 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희생제물이 어마어마했다. 4500명의 시민이 모여서 황소를 포세이돈에게 바치는데, 이는 포세이돈이 강력한 힘을 가졌을 뿐 아니라 성질이 불같기 때문에 그에게 특별히 정성을 쏟는 것으로 보인다. 9줄로 되어 있고 각 줄에는 500명이 9마리의 황소를 각각 바친다. 넓적다리뼈의 기름을 태워서 고소한 향기가 하늘로 올라가게 한다. 기름은 신에게 바치고 내장과 살코기는 회중이 먹는다.


텔레마쿠스는 네스토르 왕처럼 높으신 분 앞에서 말을 할 생각을 하니 긴장이 되었다. 언제나 낯선 곳에 도착하면 일종의 연설을 해야 하는데 이는 긴장되는 일이다. 아버지 친구 멘토르(아테나 여신의 변신)가 그를 격려해준다. 자신에 대하여 확신을 가지라고, 자기가 생각한 것보다 텔레마쿠스는 더 유능하다고, 신이 그를 축복하고 있다고 격려한다.


멘토르: "텔레마코스, 이젠 수줍어하지 마시오. 그대가 바다를 건너온 까닭은 바로 아버지에 대한 소식을 알기 위해서고, 하늘이 어느 지경에 그를 버렸는가, 어떠한 죽음을 맞이하셨는가를 알기 위한 이 과업을 완수함인 것이오. 유명한 마부 네스토르에게로 가서 그의 마음속에 간직한 지혜를 알아보도록 하지요. 스스로 그에게 사실을 알려 달라고 간청하시오. 그는 어진 양반이므로 그대에게 거짓말을 할 분은 아니거든요"

텔레마쿠스: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어떻게 인사를 올립니까? 아직 말솜씨가 있어야지요. 어른에게 말씀드리기란 젊은이에게는 수줍은 일이니까요."

멘토르: "텔레마코스여, 그대의 심중을 솔직히 말하는 거요. 그럼 천상에선 더 많은 것을 보내줄 것이오확실히 신의 뜻이 아니고는 그대가 태어날 수도 자랄 수도 없었을 테니까요."


멘토의 역할: 청년을 격려함

신의 뜻이 있어서 이 땅에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용기를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능력있다는 자기 신뢰를 가져라! 경험이 없고 젊은 청년들에게 두려움을 물리치고 용기를 가지라고 격려하자. 멘토르는 '솔직하게 말하면, 그다음에 적절한 말을 신이 보내 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스의 손님 환대(Xenia, 크세니아) 예법


필로스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에 있는 손님을 환대하는 예법(Xenia, 친절)을 따른다. 지체하지 않고 과객에게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고, 그런 연유에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 등을 묻는 것이 예법이었다. 필로스 인들이 달려와 악수로 맞으며 안기를 권한다. 


네스토르의 막내아들 페이시스트라토스(Peisistratos)가 일행을 안내하여 만찬 자리로 인도한다. 포도주 잔을 들어 포세이돈에게 헌주하라고 멘토르(아테나 여신)에게 권한다. 손님으로 연설하기 전에 먼저 희생제의에 초대하여 절차를 밟는다. 멘토르(아네나)는 페이시스트라토스가 예의바르고 슬기로운 것을 기뻐하며 다음과 같이 포세이돈에게 헌주하며 기원한다.


"대지를 뒤흔드는 포세이돈 신이여 들으소서. 우리의 축원을 들으시고 이 노력의 결실이 헛되지 않도록 하여 주소서. 먼저 네스토르 당신의 아들들에게 명예를 내려 주시고, 다음으로 모든 필로스 시민에게 이 빛나는 제전의 영광된 보수를 잊지 마십시오. 아울러 질주하는 흑색의 배를 타고 이곳까지 온 저와 텔레마코스가 임무를 완수하고 떠나갈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


제의에 참여하여 절차를 밟은 후에 여행객의 정체와 방문 목적을 밝힌다. 네스토르가 그들의 정체를 묻는다. 나그네는 자신을 텔레마쿠스라고 소개하고, 전쟁이 끝난 후 10년 동안 소식이 없는 아버지 오디세우스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버지의 이야기를 아시는 대로 들려주시기를 청한다. 


네스토르, 트로이 전쟁에서 귀향함 


게레니아의 말의 명수, 넬레우스의 아들 네스토르는 트로이 전쟁을 회상하면서, 노인네답게 장황하게 이야기한다. 트로이 전쟁에서는 승리했으나 귀향길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먼저 자신의 아들 안틸로코스를 비롯하여 전쟁에서 많은 영웅이 죽은 것을 기억합니다. 아킬레우스, 텔라몬의 아들 아이아스, 파트로클로스 3인의 영웅을 먼저 추모합니다. 그리고 귀향길에 올랐을 때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 두 왕의 의견이 충돌해서 말다툼을 했다. 


메넬라오스는 함대와 함께 즉시로 트로이를 떠나자는 입장이고, 아가멤논은 트로이에 남아서 아테나 여신의 마음을 달래는 제사를 드리자고 주장했다.


두 의견이 일치를 보지 못해서 각자 행동하기로 하고 오디세우스는 메넬라오스와 함께 배를 타고 출발했고 테네소스까지 왔다가 맘을 바꾸어서 다시 트로이로 돌아왔다고 한다. 오디세우스는 메넬라오스 일행의 배의 절반을 이끌고 트로이로 돌아와서 아가멤논 왕에게 충성을 보이고자 했다.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 메넬라오스와 함께 한 네스토르 일행은 무사히 고향땅에 도착했던 것이다. 


네스토르와 디오메데스는 해안선을 따라 자신의 고향 필로스와 아리고스까지 무사히 귀환했고 메넬라오스는 이곳에서 고향 스파르타(라케다이몬)로 돌아가지 못하고 7년간 고난을 경험한다. 자신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훗날 소식을 들으니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 포이아스 지방의 지도자 필록테테스, 크레타 섬의 왕 이도메네우스, 아르고스 미케네 왕 아가멤논이 무사히 귀향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오디세우스의 소식은 더 이상 듣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가멤논 왕의 비극적인 죽음과 아들 오레스테스가 복수하는그 용기를 찬양한다.


아가멤논은 집에 도착해서 그의 본처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의 애인 아이기스토스의 모략에 걸려 살해당했다. 1권 올림포스 신들의 회의에서 바로 이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텔레마쿠스는 아버지 아가멤논의 복수를 한 그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부럽다고 한다. 자기도 신들의 도움을 받아서 집안의 재산을 탕진하고 빼앗으려 하는 구혼자들을 물리치고 복수하고 싶다고 한다. 네스토르는 오디세우스가 돌아와서 구혼자들을 벌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고 신들의 가호를 간청하라고 텔레마쿠스에게 말한다. 


텔레마쿠스는 슬프게도 신들이 돕지 않으리라고 부정적으로 말하며, 신들이 자기들 편이라고 믿기가 어렵다며, 신들이 오디세우스를 미워해서 고국땅에 결코 돌아오지 못하리라고 말한다. 신들이 아버지를 저주했으리라고 생각한다. 텔레마쿠스는 네스토르에게 메넬라오스 이야기를 좀 더 해달라고 한다. '아가멤논은 어떻게 죽었으며, 왜 메넬라오스는 형 아가멤논의 죽음에 복수를 하지 않았는지, 교활한 아이기스토스는 그분을 어떻게 죽였는지?' 묻는다. 


부정적인 생각에 지배당하는 텔레마쿠스

아테나 여신은 텔레마쿠스가 이미 신들의 호의를 덧입고 있음을 암시해준다. 그럼에도 텔레마쿠스는 신들이 오디세우스를 저주하고 미워해서 성공적으로 귀향하지 못하리라고 말한다. 

필로스에서 네스토르 왕을 만나는 오디세우스. 가운데는 막내아들 페이시스트로토스.


아가멤논의 비극적인 죽음 이야기


여기서 호메로스는 '아가멤논 왕의 죽음 이야기', 아가멤논 일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메넬라오스가 이집트에서 7년간 체류한 이야기도 한다. 이 대목은 에우리피데스의 <헬레나>,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을 비롯하여, 여러 비극 작품에서 다루는 소재이기도 하다.


네스토르가 텔레마쿠스에게 아가멤논 왕의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기스투스(Aegisthus)가 아가멤논 왕의 부인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유혹했을 때, 메넬라오스는 여전히 트로이에 머물러 있었다. 아가멤논 왕이 트로이 원정에 나설 때 부인을 그의 악사(bard)에게 보호하도록 맡겼었고, 악사가 살아 있을 동안에 왕비는 왕에게 신실한 왕비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기스투스는 그 악사를 외딴섬으로 추방하여 죽였고 자기 뜻대로 왕비를 유혹하여 갔다. 그리고 신들의 진노를 풀기 위해서 수많은 짐승의 넓적다리(허벅지 고기)를 구워서 신들에게 바쳤다. 비단과 황금 등의 많은 제물도 바쳤다. 한편 제우스는 메넬라오스를 이집트로 떠나려 가게 해서 그곳에서 7년을 체류하며 약탈하며 부를 축척했다. 아프리카 지방의 아이귑토스가 오늘날 이집트와 리비아 지역에 해당한다.  


아가멤논 왕이 집에 돌아왔고, 아이기스투스에 의해 살해당했다. 아이기스투스는 7년간 아가멤논의 땅 미케네를 지배했는데,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Orestes)가 돌아와서 아이기스투스와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죽이고 아버지의 복수를 했다. 오레스테스가 아버지의 복수를 하여 그 반역자 커플의 장례가 있던 날이 바로 메넬라오스가 고국땅에 도착한 날이었다. 이 이야기를 마치고 네스토르는 텔레마쿠스에게 말한다. 너무 고국땅을 오래 비우고 떠나 있지 말라고, 스파르타왕 메넬라오스가 돌아오는 길에 곳곳을 여행했으니 아버지 오디세우스의 소식을 들었을지 모르니 그를 방문하라고 추천한다. 배를 이용할 수도, 육로를 이용할 수도 있는데, 육로로 간다면 자신이 마차를 준비하고 아들이 안내하도록 배려하겠다고 말한다.


악사(Bards)의 역할: 기록자, 기억자

악사는 역사를 노래하는 사람이다. 악사가 왕비 클리타임세스트라에게 아가멤논 왕의 이야기를 계속 들려주고 상기시킬 때까지는 정절을 지켰다. 반역자 아이기스투스는 바로 그 악사를 제거했고, 왕비는 남편을 잊어버리고 배반하게 된다. 반역자 아이기스투스는 신들에게 제사를 드려서 넘어가려고 했지만, 끝내 그는 불명예스러운 행위에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신들이 오레스테스의 복수를 막아주지 않았던 것이다.


멘토르(아테나)가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고 알려준다. 네스토르는 한사코 선물을 주겠다고 말하며 하루 더 머물라고 말한다. 멘토르는 하루 더 머물겠지만 배에서 자고 새벽에 스타르타(라케다이몬)로 - 카우코니아 족을 찾아서 -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불멸의 여신 아테나가 인간과 함께 잘 수 없어서 배에서 자겠다고 핑계를 댄 것이다. 아테나 여신은 독수리로 변해서 날아간다. 보는 이들이 모두 놀랐다. 노장 네스토르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텔레마쿠스의 손을 붙잡고서 연설조로 말하고 화려한 궁전으로 데려간다. 11년이나 지난 좋은 포도주를 따라서 아테나 여신에게 첫잔을 올리고 따라 마시며 마음을 풀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텔레마쿠스를 주랑 밑 침상에 눕게 하고, 그 옆에 네스토르의 막내 아들 유일하게 미혼인 창의 명수인 페이시스트로토스(Pisistratus)가 누웠다. 


다음 날 새벽이 밝았다. 네스토르 왕이 연회를 열었다. 부왕 넬레우스가 앉았던 자리에 네스트로가 권표(sceptre)를 손에 들고 앉았고 그 주위로 왕자들이 앉았다. 에체프론, 스트라키우스, 펠세우스, 아레투스, 신과 같은 트라시메데스, 그리고 막내이자 유일한 미혼 페이시스트로토스가 차례대로 앉았다. 연회의 첫머리에 네스토르 왕은 손을 씻고 보리를 뿌려 즉시 아테나 여신께 축원을 올렸다. 제물의 머리털을 잘라서 불에 넣는다. 준비된 제물인 암소를 용감한 아들 트라시메데스가 도끼로 힘껏 내려치고 힘이 빠진 암소를 힘이 가장 센 페이시스트로토스가 목을 벤다. 검은 피가 콸콸 쏟아져서 숨이 끊어진 뒤에 암소를 해체하여 기름에 쌓인 날고기를 장작 위에 올려놓고 그슬리면서 위에서부터 붉은 술을 붓는다. 다리를 다 그슬린 다음, 내장을 먹고 나머지는 잘게 썰어서 꼬챙이에다 꿰어서 제각기 굽는다. 


네스토르는 가장 인물이 좋은 막내딸 폴리카스테(Polycaste)에게 텔레마쿠스를 목욕시키고 감람기름을 몸에 바르고 화려한 상하복을 입히게 한다. 텔레마쿠스의 맵시는 불사의 신과 같았으며, 나와서 네스토르 옆에 않는다. 연회가 시작되고 술과 음식을 마음껏 즐긴다. 잔치 후에 말과 마차를 준비해서 막내아들 페이시스트로토스가 직접 그 팀을 인솔해서 육로를 통해서 스파르타로 향한다.

네스토르가 준비한 말과 마치를 막내아들 페이시스트로토스가 직접 몰고 오디세우스 일행을 육로를 통해서 스파르타까지 안내한다. 대단한 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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