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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Jan 01. 2022

5권 칼립소의 동굴_오디세우스의 뗏목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읽기 안내서

※ <오디세이아>, 그리스 전국민이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책, 어린이의 필독서. 1-4권은 텔레마쿠스의 모험, 5-12권은 오디세우스의 모험, 13-24권은 고향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가 아들과 힘을 합쳐서 온 재산과 명예를 빼앗아가는 구혼자들을 물리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블로그에서는 오디세우스가 칼립소에 감금되어 있다가 모험을 출발하는 5권부터 소개하고, 텔레마쿠스의 모험(1-4권)은 나중에 소개하고자 한다.

칼립소의 섬에서, 오디세우스의 근심과 슬픔


그는 해변에 앉아서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귀국을 애태워 슬퍼하고 그의 달콤한 생활이 쇠퇴해 가서 님프도 더 이상 그를 기쁘게 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밤이면 하는 수없이 동굴 속에서 그녀의 호의를 버릴 수 없어서 잠자리를 같이했다. 그러나 낮이면 바위와 모래밭에 앉아서 눈물과 슬픔과 신음으로 마음을 졸이며 아득한 바다 넘어만 바라보며 눈물을 쏟았다. 


그토록 용맹하고 꾀가 많고 강한 사람도 이렇게 나약하고 눈물 흘리고 마음 졸이며 절망할 때가 있다. 오디세우스가 칼립소 여인이 거주하는 섬에 머물 때의 모습이다. 여행 중 가장 오랜 기간인 7년을 머물렀다고 한다. 팩트체크를 해봐야지. 신들은 오디세우스를 어찌나 사랑하는지 올림포스 산에서 회의를 소집했다.



신들의 회의, 오디세우스 귀향에 대한 회의


<오디세이아> 1권과 5권 첫머리에 나오는 '신들의 회합'은 같은 모임이며, 좀 더 자세히 설명한 것이다. 1권은 이타카의 텔레마쿠스에게 간 아테나 여신을, 5권은 오디세우스가 있는 칼립소의 섬 오기기아에 제우스의 명을 전하러 가는 헤르메스를 보여주고 있다.


제우스는 아테나(미네르바)에게는 아들 텔레마쿠스의 안전한 여행을 보장하고, 헤르메스(머큐리)에게는 칼립소에게 오디세우스를 귀향하도록 풀어주라는 명령을 전하라 한다.


신들이 또다시 올림포스 산에 모였다. 포세이돈이 결석한 것이 눈에 띈다. 이는 1950년 6월 27일 소련이 불참했기에 유엔 안보리가 연합군을 한국에 파견할 수 있었던 상황과 비슷하다. 포세이돈은 오디세우스를 아주 증오한다. 그 이유는 차차 알아가 보자. 아테나 여신, 제우스가 사랑하는 딸이 포세이돈이 없는 동안에 오디세우스가 고향에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아버지 제우스에게 부탁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아테나 여신의 웅변술이다. 아이러니(Irony)와 반어법을 사용한다. 한 나라의 왕(오디세우스)을 신들이 돕지 않으면 이 땅에 공의로운 통치나 심지어 신들에게 후하게 바치는 제물도 얻어먹을 생각하지 말라는 뼈를 때리는 호소력이 돋보인다. 아테나 여신이 제우스에게 오디세우스를 도와달라고 호소한다. 


"오, 제우스 아버지시여, 그리고 영생하는 축복된 모든 신들이시여, 다시는 용상의 왕으로 하여금 인자하거나 점잖도록 허지는 마시고, 내심 정의에 신경을 쓰지 않도록 하옵소서. 대신 무정하고 비정한 일을 하도록 하옵소서. 민중의 영주요, 착하신 아버지 못지않은 오디세우스를 안중에 새기고 있는 분이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그는 심한 고통을 받으면서 요정 칼립소의 집에 강제로 붙잡혀 있습니다."


제우스는 텔레마코스의 안전한 귀향과 페넬로페의 구혼자들을 응징하는 것은 아테나의 능력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며 그렇게 처리하라고 말한다. 오디세우스의 귀향 문제는 헤르메스를 불러서 칼립소(Calypso)에게 가서 오디세우스를 붙잡지 말고 풀어주라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 


"헤르메스 듣거라. 네가 모든 일을 전하는 나의 전령이거든 머리를 곱게 내린 님프(칼립소)에게 우리의 정확한 의향을 전하여라. 고난 중의 오디세우스가 귀환에 관하여 스스로 길을 찾게 하되 신의 도움이나 사랑을 힘입지 않도록 하여라. 그는 잘 엮은 뗏목을 타고 쓰라린 고난을 겪겠지만, 스무날이면 기름진 스케리아(Scheria)에 닿을 것이다. 파이아케스(Phaeacians) 족의 나라를 일컫는 것이다. 여기의 그들은 그가 마치 신인 것처럼 커다란 영광을 돌릴 것이다. 그들이 배에 태워 그리운 고국으로 돌려보낼 것이며, 오디세우스가 해를 받지 않고 자기 몫을 가지고 귀향할 수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가 트로이에서 얻은 전리품보다 더 많은 동이며 금, 의복을 그에게 줄 것이니라. 이와 같이 그는 친구들을 만나고, 고향집에 이를 숙명을 지니고 있노라."


제우스의 뜻은 오디세우스가 많은 아픔과 고난을 겪으며 항해할 것이며, 20일 항해하여 파이아케스 족이 사는 스케리아 섬에 도착하는 것이다. 파이아케스는 오디세우스를 환대하여 고국으로 돌려보내는데 금과 동과 의복 등 푸짐한 선물을 배에 실어서 마침내 오디세우스가 고향 땅 이타카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고난을 겪겠지만 그리운 고국으로 돌려보내리라.

오디세우스를 향한 제우스의 뜻이 이미 초반에 명시되어 있다.



칼립소를 방문한 전령 헤르메스

제우스의 전령 헤르메스가 님프 칼립소를 방문하여 오디세우스를 놓아주라고 한다.


헤르메스가 즉시로 오기기아(Ogygia) 섬으로 출발한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를 칼립소에게 풀어주러 간다. 오기기아 섬에서, 칼립소는 헤르메스의 말을 듣고, 제우스를 화나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마지못해서 그 뜻을 따라서 '오래 참는(Long-enduring)' 오디세우스를 풀어준다. 칼립소는 "남자 신들은 이쁜 인간 여성들과 잠자리를 하면서, 여자 신이 얼짱 남자하고 잠자리를 같이하는 것을 질투하다니 말도 안 돼!" 하면서 소리쳐 분노하며 아쉬워한다. 칼립소는 오디세우스를 남편으로 사랑했고, 그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주려고 했지만 결국 오디세우스를 놓아준다. 칼립소는 오디세우스에게 뗏목과 물자를 제공한다. 뗏목이라. 험한 바다를 뗏목을 타고 건너기는 힘들다. '나를 버리고 가신 님은 10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노래가 생각난다. 마지못해 제우스의 명대로 오디세우스를 놓아주지만 오디세우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칼립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고향 이타카를 바라보는 오디세우스와 오기기아 섬 주인 칼립소


오기기아 섬, 마지막 밤


비록 요정 칼립소와 잠자리를 함께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아내 페넬로페와 고향땅을 생각하면서 눈물 흘린다. 칼립소가 그에게 '더 이상 울지 마세요. 집에 보내드릴게요.'라고 말한다. 오디세우스가 의심하자, 칼립소가 맹세코 그를 해코지하지 않겠다고 한다. 


오디세우스와 칼립소가 진수성찬을 마주하며 대화를 나눈다. 칼립소가 그에게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로 만들어 줄 테니 여기 머물라고 은근히 회유한다. 칼립소가 오디세우스에게 불사의 존재가 되게 하겠다고 제안한다.


만약 그대가 고향 땅에 닿기 전에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어야 할 운명인지 안다면, 날마다 그리는 그대의 아내를 보고 싶은 열망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나와 함께 머물며 이 집을 지키고 불사의 몸이 되고 싶어질 거예요. 불멸의 여신인 내가 당신의 아내보다 더 아름답지 않던가요!


과연 칼립소의 파격적인 제안에 오디세우스는 어떻게 반응할까? 그의 아내를 만나는 것은 10년 트로이 전쟁, 20년 모험, 30년 만일 텐데, 늙은 아내를 선택하기 위해서 불멸의 미인 칼립소를 떠날 수 있는가? 오디세우스의 속마음을 들어보자.  


페넬로페를 당신과 비교할 때 아름다움이나 체격에 있어서 당신보다 너무나 못하지요. 그녀는 인간이고, 그대는 영원히 젊은 불멸의 여신입니다. 그럼에도 나는 집에 돌아가서 귀향의 날을 보기를 날마다 원하고 바란다오. 설혹 신들 중 어떤 분이 또다시 포도주 빛 바다 위에서 나를 난파시키더라도 나는 가슴속에 고통을 참는 마음을 갖고 있기에 참을 것이오. 나는 이미 전쟁터에서 많은 것을 겪었고 많은 고생을 했소. 그러니 이들 고난들에다 또다시 고난이 닥쳐도 나는 기꺼이 감당하겠습니다.

<오디세우스> 5권 22-24절. 칼립소의 제안을 거절하고 마음을 굳게 먹은 오디세우스


오디세우스는 불멸의 존재보다 차라리 인간으로 겪는 고통을 선택했고, 신의 완전함보다 인간의 불완전함을 선택했다. 호메로스가 불멸 불사 무한의 신들보다 유한한 인간의 삶이 더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이라고 역설하는 대목이다.


다음 날 아침 오디세우스는 여신 칼립소의 도움으로 4일 동안 뗏목을 만든다. 뗏목을 다 만들자, 칼립소가 물과 식량과 포도주를 실어주었고, 5일째에 항해를 시작한다. 오디세우스가 17일 항해하자 목적지 파이아케스 섬이 볼 수 있었다. 


포세이돈에게 고난을 당하다


그런데 그 순간 포세이돈이 아이티오페스 족에게 제물을 받고 돌아가는 길에 항해하는 오디세우스를 발견하고 오디세우스를 응징하기로 한다. 자기가 참석하지 않은 신들의 회의에서 오디세우스를 돕기로 한 것도 너무도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포세이돈의 삼지창으로 바다에 큰 파도가 일게 해서 오디세우스의 뗏목을 위협하자, 오디세우스는 죽음의 공포를 경험한다. 차라리 전쟁터에서 명예스럽게 죽는 것이, 바다에서 허무하게 빠져 죽는 것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빠져 죽게 되었을 때, 바다의 요정 이노 레오코테아( Ino Leucothea, 세멜레가 죽은 이후 디오니소스를 키운  디오니소스의 이모.)가 그를 발견하고 불쌍히 여겨 자신의 스카프(머릿수건, 또는 베일이라고도 함)을 주어서 가슴에 감으면 임시로 불멸의 존재가 되니 안전하게 육지까지 헤엄쳐 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 대신 육지에 도착하면 뒤를 돌아보지 말고 스카프는 바다로 돌려달라고 한다. 오디세우스의 반응은 어땠을까? 꾀가 많고 의심이 많은 그는 이노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뗏목을 버리고 떠라라>는 것이 자신을 죽이려는 신들의 올가미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뗏목이 박살 날 때까지는 떠나지 않겠다고 한다. *이노는 디오니소스의 친모다.


포세이돈의 어마어마한 파도공격으로 긴 뗏목이 산산조각이 나자, 오디세우스는 가슴 밑에 이노가 준 스카프를 감고서 헤엄치기 시작했다. 포세이돈은 충분히 오디세우스를 괴롭혔다가 생각하고 그냥 가도록 놔주었다. 아테나 여신이 바람을 다스려서 오디세우스를 파이아케스 족이 사는 스케리아 섬에 도달하게 순풍을 불어주었다. 기회나 환경은 예상치 않게 다가온다. 포세이돈은 오디세우스를 죽이려고 고난을 주었지만, 바다 요정 이노는 고난당하는 오디세우스를 도와주었다. 



파이아케스 족의 나라에 상륙하다


포세이돈이 고난을 주었지만, 이노 여신이 스카프를 주어서 오디세우스가 2일 동안 살아서 육지로 헤엄쳐 갈 수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바다에서 이틀 밤낮으로 떠 있었다가, 삼 일째 새벽이 돼서야 뭍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파도와 날카로운 암석 때문에 해안에까지 가는 것이 절망적이었다. 큰 파도에 떠밀려 바위에 부딪쳤지만, 아테나 여신의 도움으로 상처를 입지 않았고, 헤엄쳐서 좀 더 안전한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오디세우스는 이 때 기도를 올린다. 포세이돈과 여러 신들에게 올린 기도였다.


"오, 신이여, 그대가 누구이든 들으소서! 전 바다를 건너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피해 오랜 숙원 끝에 그대를 찾아온 것입니다. 불사의 신들께서도 유랑해 오는 인간을 멀리하지는 않는다고 하오니 오랜 고난과 역경을 거쳐 그대 물결에 와서 엎드려 있으니 바라건대 신이여, 나를 굽어살피소서.


이 말을 듣자 신은 곧장 물결을 멈추고, 파도를 진정시켜 잔잔하게 하고는 그를 강어귀로 무사히 보내주었다. 양쪽 다리는 맥이 빠지고 억센 두 팔은 힘이 빠졌는데 바다로 말미암아 그의 정신이 지쳐 있었던 탓이다. 온몸이 부었고, 입과 콧구멍에서는 짠물이 콸콸 흘러나왔다. 그래서 말이 막히고 숨이 막혀서 기절해 넘어져 있으니 얼마나 기진맥진했는가를 가히 알 수 있었다. 숨이 돌고 정신이 들자 그는 여신이 준 스카프(베일)을 풀어서 바다로 흐르는 강 속에 떨어뜨렸다. 거대한 파도가 그걸 되밀어서 강 밑으로 보내자, 이노가 다정스럽게 손으로 받았다. 


오디세우스가 기진맥진했지만, 이노 요정이 당부한 말을 잊지 않고 스카프(베일)를 가슴에서 풀어서 바다로 돌려주었다. 그는 숲으로 와서 낙엽을 덮고 잠이 들었다. 아테나 여신도 그의 눈을 감겨 잠을 퍼부어주고, 잠을 통해서 쓰라린 고통을 재빨리 잊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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