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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Jan 01. 2022

6권 스케리아 해변에서 나우시카 공주 만남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읽기 안내서

<오디세우스> 6권의 주요 인물

오디세우스 - '오래 참는(Long-enduring)' 수식어가 붙음
알키노오스 Alchinous - 파이아케스(Phaeacian) 족의 왕
아레테 Arete - 파이아케스 족 왕비
나우시카 Nausicaa - 파이아케소 족 공주(처녀)
아테나 Athena - 오디세우스 귀향을 돕는 여신
포세이돈 Poseidon -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방해하는 바다의 신
스케리아 Scheria - 파이아케스 족이 사는 섬


파이아케스 섬이 <오디세우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6-13권까지 배경을 이루고 있다. 오디세우스의 모든 모험은 알키노오스 왕 앞에서 회상 형식으로 9-12권에 걸쳐서 이야기한 것이다. 이 나라 왕 알키노오스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역할을 할까? 나우시카 공주는 성품이 어떠하며 오디세우스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 궁금하다.   



나우시카와 오디세우스의 만남_해변가

스케리아 해변에서 빨래를 하러 나온 나우시카 공주와 소녀들


오디세우스가 파이아케스 족이 사는 스케리아(Scheria) 해변에서 잠을 잘 때, 아테나 여신이 잠자고 있는 알키노오스 왕의 딸 나우시카에게 날아든다. 아테나 여신은 나우시카와 동갑내기 디마스의 딸로 변신하여 꿈속에 나타나 내일 아침 일찍 해변으로 빨래를 하러 가라고 꼬드겼다. '이제 혼인 준비를 할 나이인데 빨래를 한 고운 옷을 입어야 한다'며 좋은 신랑을 만날 준비를 하라는 말이었다. 아테나 여신이 나우시카 공주를 통해서 오디세우스로 하여금 알키노우스 왕을 만나도록 일을 진행하고 있다파이아케스는 자신들을 괴롭히던 키클롭스(Cyclopes) 족을 피해서 지도자 나우시토오스(Nausithous)가 세운 도시국가이다. 알키노오스는 나우시토오스 다음으로 왕이 된 사람이다. 아테나가 디마스의 딸로 변신하여 꿈에 나우시카에게 말한다


"나우시카, 왜 이리 게으르십니까? 옷들을 이렇게 어지럽게 두시면 어떡해요? 이젠 공주시절도 얼마 남지 않았사오니 곧 혼인 준비를 하셔야지요. 이미 당신의 고향 파이아케스의 각처에서 많은 청혼을 받으신 터이니, 부왕께 여쭈시어 아침 일찍 수레를 내셔서 그 남자들의 의복이며, 가운, 밝고 널따란 융단을 싣게 하세요. 걷는 것보다는 그 편이 훨씬 편합니다. 빨래터는 여기서 멀기 때문입니다."


아침이 밝았다. 나우시카는 부모님께 꿈 이야기를 하려고 궁으로 달려갔다. 아버지는 이름난 왕자들과 회의차 출타하려고 준비 중이고 어머니 아레테는 진홍색 무늬를 넣은 비단을 짜고 있었다. 공주는 아바마마에게 튼튼하고 높은 수레와 노새를 빌리면서 아버지와 형제들의 빨래까지 하겠다고 말한다. 형제 5명이 있으나 2명은 결혼했고 3명이 총각으로 있음. 어머니는 여러 가지 음식과 포도주를 준비하고 목욕한 후에 바를 기름을 황금 항아리에 담아주셔서 공주와 소녀들은 오디세우스가 벌거벗고 자고 있는 해변으로 향한다. 빨래하고 목욕하고 기름을 바른 후 점심을 먹었고, 빨래한 옷이 마를 때까지 햇볕 아래에서 공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고운 팔을 가진 나우시카는 놀이를 주도했는데 그 모습이 일행 중에 뛰어나 마치 활의 명수 아르테미스 여신 같았다. 공놀이를 하다가 깊이 감도는 물굽이로 물이 빠져서 여성들이 일제히 날카로운 함성을 질렀다. 이 때 피곤에 지쳐 잠자고 있던 오디세우스가 눈을 뜨고 일어나 앉아 깊이 생각에 잠겼다. '저들이 누굴까? 잔인하고 야만적이고 문맹의 여인들일까 아니면 친절하고 인간적인 여인들일까? 젊은 여인들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산 정상에 거하는 님프들의 목소리 같기도 하고, 푸른 초장에 흐리는 강의 물소리 같기도 했어. 아무튼 직접 알아보기로 하자.' 


그는 덤불에서 기어 나와 나뭇가지를 꺾어 몸의 중요 부위를 가리고 그 처녀들에게 도움을 청할까 해서 찾아간다. 야만인같이 벌거벗은 그를 보자 처녀들이 다 도망가는데 나우시카만 선 채로 있었다. 아테나 여신이 그녀에게 용기를 주어서 다리가 떨리지 않게 했던 것이다. 나우시카 앞에 서서 오디세우스는 잠시 망설인다. 처녀의 무릎에 매달려-탄원하는 자세- 애원할까 아니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공손한 말로 '시내로 안내하고 입을 옷 좀 달라'고 설득할까를 망설이다가,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공손한 말로 애원하는 편을 선택했다. 오디세우스 하면 '칭찬을 잘하고, 말을 잘하는 꾀돌이'로 유명하지 않은가. "그대는 제우스의 딸 아르테미스 여신과 같이 아름답소. 그대와 결혼하는 남자야말로 최고로 행복한 사람일 것이오. 당신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아직 내 눈으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이오. 보고 있자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오."라고 미모를 칭찬하고는 필요한 옷 한 벌을 달라고 부탁한다. 


나우시카의 윤리적 선택

나우시카는 상반되는 두 문화적 관습을 두고 갈등한다. 첫째는 이렇게 불행을 당한 사람은 신들이 미워하는 사람이니 도울 필요가 없다는 관습이고, 둘째는 이방인과 거지들을 돕는 것이 미덕이라는 관습이다. 나우시카는 후자를 선택하고 오디세우스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 자신의 나라로 데려가겠다고 이야기한다. 나우시카는 도망친 시녀들을 불러 오디세우스를 목욕시키고 옷과 음식을 제공하라고 지시한다. "모든 나그네와 과객은 모두 제우스 신께서 보내신 것이니, 작은 도움이라도 주어 환영하도록 하자. 이 손님께 음식을 드리고 강으로 모셔가서 목욕을 시켜 드리렴." 오디세우스가 목욕을 하고 기름을 바르고 옷을 입었는데, 아테나가 그를 유난히 키가 크고 장엄하고 머리와 어깨를 아름답게 해주니, 그의 위엄과 아름다움에 공주가 놀라고 만다. 시녀들도 오디세우스의 '변모(transformation)'에 놀라며 그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준다.


"이 분께서 신성한 파이아케스 땅에 오심은 올림포스를 장악하신 모든 신들의 뜻임이 분명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분은 못나 보이더니 지금은 너른 하늘을 지닌 신들과 같단 말이야. 집이 여기여서 내 남편이라고 불릴 수 있다면, 또한 머물러만 주신다면? 그러나 얘들아, 와서 손님에게 음식과 마실 것을 올리렴."

나우시카가 목욕하고 기름을 바른 멋진 오디세우스를 보고 감탄한다



나우시카 공주가 오디세우스를 안내한다.


나우시카와 오디세우스의 만남. 파이아케스_스케리아 해변


나우시카는 오디세우스에게 수레에 함께 타고 도시로 들어가자고 초대했다가, 다시  생각을 바꾸어서 '들판과 경작지를 지나서는 혼자서 도시로 들어오도록'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보면 '이 나라의 공주가 본국의 남자들을 무시하고 낯선 남자와 놀아난다'는 소문을 퍼트릴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과수원도 있는 아버지의 숲에서 피신해 있다가 공주 일행이 시내에 도착했다고 생각될 무렵에 시내도 들어와 아버지 알키노오스 왕의 궁전으로 가라고 알려준다. 궁전에 도착하면 아버지보다는 어머니 아레테 왕비를 찾아가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탄원하라고 알려준다. 어머니를 잘 설득하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나우시카 공주는 이 나라 사람들은 활이나 화살을 잘 다루는 궁수들은 없고 돛과 노와 배에 대하여 잘 아는 뱃사람들밖에 없다는 것도 알려준다.


해가 서산에  기울고 오디세우스는 숲에 도착했을 때 무릎을 꿇고 아테나 여신에게 보호해달라는 기도를 올린다. 아테나 여신은 그 기도를 들었지만, 포세이돈이 오디세우스를 해치지 않을까 주의하느라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돕는 것은 조심스럽다. 지혜롭게 도와야 한다. 나우시카는 좀 더 경험이 있는 부모님께 도움을 부탁하라고 지혜롭게 오디세우스에게 말했고, 아테나 여신도 눈에 띄게 오디세우스를 돕지 않은 것은 포세이돈이 화를 낼 것을 조심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도 누군가를 도울 때 다른 사람이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도록, 당사자가 상처 입지 않는 방법으로 지혜롭게 도와야 할 것을 자연스럽게 교훈한다.


공주와 과객 모티브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이다. 공주는 아름답고 순수하고 젊은 처녀인데 허름한 옷을 입었지만 핸썸한 과객에게 끌린다. 그 과객은 그보다 나이가 좀 많고 경험이 많은 면에서 매력적이다. 남자가 젊은 처녀를 마음을 열게 해서 둘은 사랑하게 된다. 이것은 여러 문화에 나타나는 이야기의 주제이다. <나우시카와 오디세우스의 만남>은 '공주와 과객 모티브'를 담고 있다.


호메로스의 작품에서 나우시카아는 오디세우스에게 호감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별다른 감정은 없는 것으로 나온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나중에 나우시카아는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쿠스와 결혼하고 두 아들을 낳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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