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읽기 안내서
오디세우스가 파이아케스 왕 알키노오스에게 자신의 모험 이야기를 이어간다. 10권에서는 바람의 왕 아이올로스(Aeolus)와 한 달을 머물다가 출항해서 10일 만에 배가 거의 고향 이타카(Ithaca)가 보이는 곳까지 왔는데 오디세우스가 잠을 자고 부하들이 아이올로스의 선물주머니를 여는 바람에 그만 폭풍이 일어나 다시 배가 원위치로 돌아가게 되었다. 다시 노를 저어서 가는데 거인 식인종이 사는 라이스트뤼곤 족(giant cannibals, the Laestrygonians)의 땅에 도착해서 인명피해를 입는다. 거기서 탈출한 동료들이 키르케(Circe) 여신이 사는 아이아이아(Aeaea, Aiaie) 섬으로 항해해서 거기서 1년을 머물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9권에서 오디세우스는 알키노오스 왕과 파이아케스 사람들 앞에서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모험을 시작한 이야기를 해주시기 시작한다. 키콘 족이 사는 이스마로스, 로터스 먹는 족속이 사는 오늘날의 아프리카 튀니지 땅, 거인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의 섬을 거쳐서 항해를 출발했다. 아제 바람의 왕 아이올로스에게 한 달간 머물게 된다.
크세니아(Xenia, ξενία)는 손님접대('guest-friendship')라는 그리스의 친절의 법칙이다. 제우스는 제니아의 수호자이다. 알키노오스 왕과 아레테 왕비 그리고 나우시카 공주가 그것을 잘 보여주었는데, 아이올로스도 그랬다.
이 섬은 히포테스의 아들, 불멸의 신들의 총애를 받는 아이올로스가 살고 있는 섬입니다. 6명의 아들과 6명의 딸이 있는데 남매간에 서로 혼인을 시켰습니다. 이 섬에서 한 달간 머물게 된 것은 아이올로스가 우리를 환대하며 트로이, 그리스 사람의 귀환 이야기 등 모든 것을 질문하여 대답해 주느라고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는 그분께 여행에 필요한 것을 준비해달라고 요청하자 제 항해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그가 준 선물은 9년 된 소가죽으로 만든 부대 - 바람 주머니 -를 주셨습니다. 이 바람 주머니를 꽉 묶어두고 있으면 서풍만 불고 나머지 바람이 불지 않도록 막아주어서 집으로 항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고향에 도착할 때까지 이 가죽 자루의 주둥이를 절대로 열어서는 안 되오. 만약 그런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당신은 10일 안에 고향 이타케에 도착할 것이오."
바람의 지배자 아이올로스가 '바람 주머니'를 선물로 주면서 이와 같이 경고했다.
우리는 서풍을 타고 집으로 항해를 시작했는데, 밤낮 쉬지 않고 직접 9일간 항해를 하다가, 10일째가 되어 고향땅 이타카가 보이는 곳까지 갔습니다. 고향 땅에서 불을 피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갔습니다. 그 때, 저는 너무 지쳐서 그만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배의 선원들은 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바람 주머니' 안에 무슨 선물이 들어 있지는 않은가 궁금해서 그 주머니를 풀고 말았습니다. 동료들이 저를 믿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이올로스에게 제가 무슨 보물같은 선물을 받은 줄 알고 직접 그것을 보고자 바람 주머니를 풀어버리는 순간, 그 안에 바람이 다 빠져나갔고, 고향땅으로 가는 서풍과는 정반대의 바람이 일기 시작해서 우리는 다시 아이올로스 섬으로 밀려오게 되었습니다.
지도자는 깨어 있어야 하며, 부하들은 자기 절제를 해야 했다. 부하들이 지도자에 대하여 부당하고 불명예스럽게 의심하는 것은 동체의 위기를 초래한다.
저는 다시 아이올로스 바람의 왕에게 도와달라고 했지만, 그 왕은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그가 도와주려고 했지만, 우리가 이렇게 바람에 밀려온 것은 신들이 우리를 미워하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런 바람의 도움도 받지 않고 7일간 밤낮 노를 저었는데, 고향땅과는 정반대인 험악한 라모스(Lamus) -텔레필로스(Telepylos)라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오늘날의 이탈리아의 해변이며 교양없는 거대한 식인종 라이스트뤼곤 족이 사는 땅이었습니다.
이 항구에 도달하니 가파른 바위가 둘러져 펼쳐져 있었고 입구는 좁았습니다. 물결은 죽은 듯이 잔잔했습니다. 모든 배들이 들어가고 저만 해반에서 떨어져서 항구 밖 바위에 닻줄을 매었습니다. 저는 바위에 기어올라가 사람이나 짐승들의 움직임이 있는지 살펴보았으나 아무것도 안 보이고 다만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만 보였습니다. 오디세우스가 궁금한 것은 여기 사는 이들이 야만인인가 문명인인가 하는 것이었다. 문명인은 친절을 베풀 것이고 야만인을 만나면 해를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는 두 명을 뽑아서 저의 보좌관과 함께 정탐을 보냈습니다. 그들은 샘에 물을 길으러 온 한 소녀를 만났습니다. 라이스트뤼곤 왕 안티파테스(Antiphates)의 딸이었습니다. 그녀는 자기 어머니 여왕에게로 정탐꾼들을 인도했습니다. 만나보니 몸집이 산봉우리만 한 거대한 부인이었는데, 보기에도 몸서리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그 부인이 남편 안티파테스를 불렀고, 우리 일행을 몰살시킬 궁리를 했습니다. 즉석에서 한 명을 식사로 해치우자 다른 두 명은 황급히 탈출을 했습니다.
힘센 라이스트뤼곤 족이 모여들어 절벽에서 묵중한 돌을 던지니 배에서 비명이 일었고 배들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전멸한 시신들을 점심 식사로 먹기 위해서 작살로 찔러 꼬챙이에 끼워 갔습니다. 모든 배는 전멸했고, 항구와 떨어져서 묶어둔 제 배 한 척만 살아서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
키클롭스가 동료들을 인육으로 먹더니, 여기 라이스트뤼곤 족도 동료들을 인육으로 잡아먹는다. 불행이 불행을 부른다는 말처럼, 어려움이 연속될 때가 있다.
12척의 배였었는데 지금은 오디세우스가 타고 있는 1척의 배만 항해해서 키르케(Circe)의 섬에 도착했다. 그 섬에서 2일 동안 쉬면서, 밖에 나가 사슴을 잡아서 동료들을 먹였다. 아이아이아 섬은 키르케(Circe)라는 마녀가 사는 섬인데, 키르케는 오케아노스의 딸 페르세(Perse)와 헬리오스(Helios) 사이에 태어난 딸이었다.
고기 파티를 벌이고 잔 다음 날 아침, 섬 중간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동료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동료들은 비명을 질렀습니다. 살육을 당하고 잡아먹힌 동료들 생각에 이 섬 주민들이 무서워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비명을 지른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동료의 반, 즉 20명을 선발해서 정탐꾼으로 보냈습니다. 키르케 궁전을 찾아갔는데, 궁전 주변에는 늑대와 사자들이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데 덤벼들지 않고 꼬리를 흔들며 아양을 떠는 개와 같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들은 키르케의 마법에 걸려 짐승으로 변한 선원들이었습니다.
그들이 궁전 정문에 들어서자 안에서 키르케가 베를 짜면서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큰 소리로 주인을 부르자 그녀가 나와서 반갑게 안으로 안내했습니다. 모두들 들어갔지만 불길한 예감을 느낀 에우릴로코스 만은 뒤처져 있었는데, 들어간 동료들이 그녀가 준 음료수를 마시자 키르케가 갑자기 지팡이(wand)로 그들을 쳐서 돼지로 변신시키더니 우리에 가두는 것을 보았습니다. 에우릴로코스는 밖에서 지켜보다가 이를 보고 저에게로 달려왔습니다. 놀란 나머지 말문이 막혀 한참 말을 못 하다가 정신을 가다듬고서 동료들이 마법에 걸려 돼지로 변해 우리에 갇혀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기억이나 목표가 없이 사는 사람은 동물과 같다. 소원이나 목표를 의식하는 것은 인간이 지닌 가장 중요한 속성이다.
저는 즉시 활을 어깨에 메고 칼을 들고서 에우릴로코스에게 키르케의 궁전으로 안내하라고 명했습니다. 그러자 에우릴로코스는 겁에 질린 채 다시는 그곳에 가고 싶지 않다며 차라리 도망치자고 했습니다. 부하 에우릴로코스가 키르케에게 가지 않게 해달라고 사정한다.
'오, 하늘이 내리신 분이시여, 저의 뜻을 묵살하고 저를 그곳으로 데려가지 말아 주십시오. 오직 여기에 남도록 해 주십시오. 저는 당신께서 다시는 돌아오시지 못하리라는 것도, 당신의 동료 중 그 누구도 데려오지 못하시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차라리 여기 남은 동료들과 함께 전속력으로 도망칩시다. 지금 우리는 이 무서운 악운을 벗어날 수가 있습니다.'
저는 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그를 남겨두고 배를 떠나서 숲을 따라 키르케의 저택에 이를 무릎, 콧수염이 난 젊은이의 모습으로 변신한 황금 지팡이를 든 헤르메스를 만났습니다. 그는 키르케의 마법을 풀 수 있는 '몰리(Moly)'라는 약초를 주면서 몇 가지 당부했습니다.
'이것은 그대를 불운으로부터 구해서 생명을 보호해 줄 것이오. 그러면 키르케의 마술에 관한 것을 모두 알려 주겠소. 키르케가 그대를 향해 그녀의 기다란 마술 지팡이로 치려고 들거든, 그대의 허벅지에서 날카로운 칼을 뽑아서, 단칼에 베어버릴 듯이 키르케에게 덤비시오. 그러면 그녀는 몸을 움츠리고는 그대에게 잠자리를 같이하자고 할 것이오. 그때 당신께서는 그 여자의 잠자리를 거절하지 마십시오. 그래야만 그녀가 그대의 동료들을 풀어주고, 당신을 돌봐 줄 테니까요. 그러나 여신께 축복된 자들의 성실한 맹세로 그녀가 새로운 고통을 주지 않고, 당신의 옷을 벗기도록 할 때에는 당신을 연약하게 한다든지 비굴하게 하지 않도록 하시오.' UTIS
젊은이로 변장한 헤르메스가 오디세우스를 돕는다. 헤르메스가 그를 도운 것은 제우스의 심부름이 아니라 헤르메스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이다. 직접 키르케를 물리치지 않고 약초를 주어서 오디세우스가 물리치게 간접적으로 돕는다.
키르케를 만나니 저를 은장 의자에 앉히고 황금 컵에 약을 탄 물을 주어서 마셨으나 저는 마술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지팡이로 나를 때리며 돼지로 변하게 하여 돼지우리에 집어넣으려 했지만, 그 마력은 저에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 젊은이(헤르메스)가 준 '몰리'라는 약초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허벅지에서 칼을 꺼내들어 베어버릴 기세로 마녀 키르케에게 달려들었더니, 그녀가 움츠리면서 제 무릎을 잡고 애원했습니다.
'그대는 뉘십니까? 어느 민족이십니까? 그대는 어디서 오셨으며, 혈족은 어찌 되십니까? 그대가 이 마약을 들이키고도 홀리지 않는다니 너무나 놀랍군요. 분명히 당신께서는 용감무쌍한 오디세우스 일 것입니다. 황금 지팡이의 신, 쾌주자께서 늘 말씀하시기를 트로이를 떠나가는 길에 들릴 것이라던 그분이시군요. 자, 그러면 칼을 칼집에 넣으시고 침대로 가서 사랑의 단꿈을 꾸면서 서로를 신뢰하는 길을 찾도록 하시지요.'
아름다운 마녀 키르케가 오디세우스에게 애원한다.
키르케는 새 옷을 준비하고 목욕물을 준비하고 푸짐한 만찬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도무지 음식이 입에 넘어가지 않자, 키르케가 저의 근심의 이유를 물었습니다. 저는 '동료들이 돼지로 있는데 어찌 멀쩡한 정신으로 먹을 수 있겠느냐? 저들을 자유롭게 풀어달라'고 요청하자, 키르케는 9살 먹은 돼지로 있는 동료들을 끌어내어서 한 명 한 명에게 소생하는 마약을 발라주었습니다. 그랬더니 키르케의 마술로 자랐던 털이 빠지고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보다 젊고, 보다 아름답고, 보다 늘씬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라에르테스의 지체 높은 아들, 철저한 오디세우스여, 그대는 쾌속선 쪽 해변으로 가십시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배를 뭍으로 끌어올리고, 물품과 도구들을 동굴 속에다 보관하고, 그대의 동료들을 데리고 다시 돌아와 주십시오.'
키르케가 오디세우스에게 자신의 궁전에 머물 것을 요청한다.
귀향의 목표를 잠시 잊고서 아내에게 돌아갈 마음도 잊고서, 아름다운 마녀 키르케의 달콤한 말과 미모에 유혹된 것은 동료 에우릴로코스가 경고한 것처럼 위험한 일이다.
배에 돌아가자, 동료들이 기뻐하는데 외양간에 있던 송아지들이 들판에 있던 어미소가 돌아왔을 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기뻐하듯이 했습니다. 물품은 동굴에 보관하고 동료들을 데리고 키르케 궁전으로 가자고 했지만, 에우릴로코스(Eurylochus)가 '그것은 덫이니, 빨리 돌아가자'고 동료들에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에우릴로코스는 '키클롭스의 동굴에 갔다가 동료들이 희생된 일'을 상기시키면서 동료들을 만류하자, 저는 아무리 가장 친한 동료라고 하지만 그를 칼로 베어버리려고 했으나, 동료들이 말렸습니다. 결국은 동료들과 함께 에우릴로코스도 마지못해 따라서 키르케 궁전에 갔고, 키르케의 섬_아이아이아 섬에서 꼬박 1년 동안 날마다 고기와 술로 잔치를 벌이며 지냈습니다. 우리는 방랑 길에 너무 지쳐 있었기 때문에 이런 만찬을 통해서 기쁨을 누렸던 것입니다.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도 잊고 말입니다.
오디세우스는 귀향이라는 목표를 잊고 말았다. 한 동료가 1년이 지난 후 그것을 일깨워 주었다. 키르케의 궁전에서 떠날 것인지 머물 것인지는 본인의 자유이고 선택인데 키르케의 요구대로 머물렀다.
그러던 어느 날 신임하는 동료가 집으로 돌아갈 것을 일깨워주어서 저의 완고한 마음이 동요되었습니다. 저는 그 날 밤 키르케의 침대에서 그녀의 무릎에 엎드려, 고향에 돌려보내 준다는 약속을 지켜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라에르테스의 지체 높은 아들, 선견지명을 지닌 오디세우스여. 당신의 뜻이 아니거든 우리 집에 더 이상 머무르지 마십시오. 그러나 당신께서는 먼저 다른 여행을 하셔야 합니다. 무서운 페르세포네의 하데스 고장(저승세계)에 가셔서, 테베의 테이레시아스의 영혼을 맞이해야 합니다. 아직도 굳건한 장님 예언자 말씀입니다. 죽었지만 페르세포네는 그에게 이성을 내렸고, 단지 그에게만 이지를 주었습니다. 나머지는 그림자를 스쳐갈 뿐이랍니다.'
'라에르테스의 지체 높은 아들 오디세우스여, 배는 깊이 물굽이가 도는 오케아노스 옆에 대놓고 혼자서 하데스 궁전에 가 보시오. 거기에는 스틱스의 지류인 냇물, 플레게돈(Φλεγέθων, Phlegethon, 불의 강)과 코키토스(Κωκυτος, Cocytus, 탄식의 강, 눈물의 강)가 아케론(Ἀχέρων, Acheron, 슬픔과 비통의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지점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하나의 바위가 두 개의 성난 강을 합류시켜 주고 있지요.
플레게돈(불의 강)과 코키토스(눈물의 강)이 만나는 이 지점에 이르러 영웅이시여, 말씀드린 대로 사방 한 팔 길이의 구덩이를 파고 그 주위에 모든 죽은 이들에게 잔을 부으시오. 먼저 꿀을 타고 다음에는 달콤한 포도주를 섞은 다음 세 번째는 물을 넣고, 그리고는 이 위에 하얀 보리 식사를 뿌리시오. 죽어서 무력한 사람에게 무수히 간청을 올리고, 이다케로 돌아가면 새끼를 배지 않은 제일 훌륭한 암소를 올리고, 화장용 연로를 보물로써 채우고, 테이레시아스에게만 따로 점이 없는 제일 훌륭한 검은 양을 골라서 올리겠노라고 맹세를 하십시오. 이렇게 맹세를 올리고 죽은 이들에게 애원을 한 다음, 숫양 한 마리와 검은 양 한 마리를 잡아서 머리를 에레보스(Ἔρεβος, Erebus, 어둠/흑암의 신) 쪽으로 향하여 올리되, 그대는 돌아서서 강기슭을 바라보도록 하십시오.
그러면 영혼들이 많이 몰려들 것입니다. 그다음 그대는 동료를 불러서 무참히 칼에 베인 채로 누워 있는 양의 가죽을 벗기도록 하고, 불에 그을려서 거대한 하데스에게 기도를 올리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그대는 허벅지에서 시퍼런 칼을 빼서 무력한 죽은 이들의 머리가 피 가까이로 오지 않도록 하면서 테이레시아스의 말을 기다리시오. 그러면 민중의 우두머리, 예언자가 급히 올 것입니다. 그가 비로소 그대가 갈 길이며, 거리와 망망대해를 건너갈 방법을 알려 줄 것입니다.'
키르케는 귀향길을 알려줄 수 없기에 저승에 가서 테레시아스를 만나라고 말한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저는 온 궁전을 돌아다니며 부하들을 깨워 저승세계로 갈 준비를 시켰습니다. 바로 그 때 엘페노르(Elpenor)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궁전 지붕에서 자다가 땅바닥으로 떨어져 즉사했습니다. 전우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서 비몽사몽 술에 덜 깨서 일어나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것을 잊고서 걸어오다가 떨어진 것입니다. 모인 동료들에게 저는 계획을 알렸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아마도 여러분들의 고향으로 가리라고 생각하고 있겠지요. 그러나 키르케께서는 우리에게 다른 길을 지시해 주었소. 하데스와 무서운 페르세포네의 처소(저승세계)로 가서, 테베의 테이레시아스의 영혼을 찾아가도록 말이오.'
아침에 오디세우스가 부하들에게 저승세계에 갈 것을 말한다.
내 말을 듣고 동료들은 혼비백산하여 신음하고 머리를 쥐어뜯었습니다. 엘페노르의 죽음을 뒤로하고 배로 가는데 키르케가 우리 뱃전에 숫양과 검은 양을 매달아 놓아 주었습니다.
술 취해서 위험한 곳에서 자다가 깨어나 죽고 말았다.
키르케가 사는 아이아이아 섬은 오늘날 프랑스 령인 코르시카 섬이다. 코르시카 섬보다 좀 더 큰 - 바로 밑에 위치한 - 섬은 이탈리아 령인 샤드레냐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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