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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Jan 05. 2022

계몽주의자 볼테르의 <캉디드>

20대에게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19

볼테르의 팡글로스(라이프니츠) 풍자


이러한 낙관주의에 대하여 프랑스의 풍자소설가 볼테르는 그의 소설 <캉디드>에서 라이프니츠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볼테르는 필명이고 본명은 프랑스와 마리 아루에(François-Marie Arouet, 1694-1778)이다. 볼테르는 평민이고 조증이 있는 듯한 괴팍한 성질의 사람이다. 그는 장 자크 루소와 같은 사람을 배출하게 했고, 프랑스 혁명을 일으키는데 기여했다. 계몽작가로서 영국에 망명하던 시절에, 영국에서 1세기 앞서 일어난 무혈혁명의 영향을 보고 배우게 되었다. 1세기 전에 영국은 1649년 찰스 1세를 교수형에 처형했고, 명예혁명(1688년)이 일어나 의회가 왕권을 견제하는 영국의 정치적 변화를 이루었다. 이러한 영국의 정치적 종교적 자유의 분위기를 익혀서 프랑스로 돌아가 기성의 가톨릭을 비판하고 시민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풍자적인 글로 표현했다. 프랑스의 국기의 파란색은 자유를 상징하는 것이다.


볼테르는 근대세계의 낙관론에 동의할 수 없었다. 당시에 리스본 대지진이 일어났고 여러 재난들이 이 세상에 일어났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더구나 철학자들이 모든 답을 가지고 있는 듯한 사상가와 철학체계에 대하여 비판적이었다.


<캉디드>(1759)는 볼테르의 풍자소설이다. 볼테르의 풍자글은 당시 기득권 세력에 의해서 금지되고 불태워지기도 했었다. 이 책에서 그는 인간과 우주에 대한 낙관론을 철저히 부정한다. 주인공 캉디드(Candide)라는 청년의 이름은 순수와 정결이라는 뜻을 지닌다. 젊은 하인이었던 캉디드는 주인집 딸 퀴네콩드와 사랑에 빠져 애정표현을 하다가 걸린 죄로 주인의 성에서 쫓겨난다. 이 풍자소설은 환상이 담겨 있고 매우 속도감있게 전개된다. 실제 나라들과 가상의 나라 금이 풍부한 엘도라도를 팡글로스(Dr. Pangloss)와 캉디드가 여행하다가 마침내 그의 잃어버린 연인 퀴네공드(Cunégonde) 공주를 다시 만나는데, 이제 그녀는 늙고 추하게 되었다. 팡글로스는 라이프니츠의 낙관주의 철학을 가르치는 가정교사였다.


픙자적으로 전개되는 일련의 일화속에서 캉디드와 그의 스승 팡글로스는 끔찍한 사건을 겪기도 하고 여러 인간 군상들을 만나서 극심한 불행을 겪고 만다. 여기서 볼테르는 퀴네공드의 철학 가정교사였던 팡글로스 박사를 라이프니츠의 낙관론을 대변하는 인물로 그리고 있다. 팡글로스 박사는 무슨 일을 만나든지 긍정적이었다. 자연 재해와 고문, 전쟁과 강간, 종교적 박해와 노예생활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는 모든 가능한 세계들 가운데 최선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말하는데 웃음이 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런 재난속에서 팡글로스는 그의 낙관론적 세계관을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무슨 불행을 격든지 '이 모든 것은 가장 좋은 것을 위한 길이며, 이런 일들의 결국은 가장 완벽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확신을 거듭한다. 어떤 신념에 사로잡혀서 현실인식이 전혀 없고 현실을 타개하지도 못하는 무능한 철학교사 팡글로스를 통해서, 볼테르는 종교와 철학체계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팡글로서의 문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볼테르는 라이프니츠의 낙관론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라이프니츠의 말대로 작은 악은 큰 선을 이루는데 일조할 수 있다. 그런데 당시의 재난은 너무도 대단한 것들이었다. 1755년에 18세기 최대의 자연재해가 일어났다.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지진이 일어나 2만 명 이상이 죽었고, 해일이 밀려왔고 산불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서 볼테르는 신의 섭리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었다. 더 이상 라이프니츠의 낙관적 세계관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신이 선하다면 왜 이런 악재가 일어나는 것일까? 하필 왜 리스본이 타깃이 되는 것일까?


볼테르는 리스본 대지진 사건을 소재로 하여 근대의 낙관주의를 풍자했던 것이다. 여행객들을 실은 배가 리스본 해안에서 좌초되어 배에 있는 거의 전원이 죽게 되었다. 남을 물에 빠져 죽게하고 자기만 살아남은 한 명의 선원이 있었다. 도대체 정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팡글로스는 그의 낙관주의의 색안경으로 모든 사건을 바라본다. 대지진의 참사 후에 리스본에 도착해서 수만 명이 죽고 부상당한 처참한 광경을 바라보면서, 팡글로스는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 이후에는 더욱 처참한 광경이 벌어지는데, 팡글로스가 교수형에 처형되고 칼로 절단을 당했으나 간신히 살아남아서 매를 맞고 이 소설이 영화같이 판타지이고 풍자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노예선의 배 젖는 노역을 하다가 캉디드와 배에서 재회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팡글로스는 라이프니츠의 예정조화설, 즉 모든 일이 선하게 조화를 이루어가도록 예정되었다는 신념을 견지한다.


마지막 장면은 캉디드와 퀴네공드가 약속한 대로 결혼을 하고, 팡글로스와 여행중에 합류하게된 비관주의 사상가 마르틴 등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데, 결론적으로 캉디드가 "모든 것이 잘 될 것이지만, 우리는 우리의 정원을 가꾸자"고 제안한다. 탁상공론이나 신념에 심취하지 말고 손과 발을 움직여 무슨 일이든 해야한다, 현실을 살아야 한다는 뜻이리라. 추상적인 철학적 질문에 천착하지 말고 인간에게 유용한 일을 하자는 메타포를 함축하고 있다. 볼테르는 우리에게도 '우리의 정원을 가꾸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볼테르는 사변적인 철학을 싫어하고 행동하는 참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부자도 하루아침에 망할 수 있고, 아무리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불행하기 그지없다. 진정한 행복이 있다면, 땅을 다서 내 손으로 노동하고 가꾸어 열매를 얻는 것이다. 세상이 어떠하든지 우리가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우리의 정원을 가꾸는 일이다. 거대 자본주의의 파도 속에서 우리가 할 일은 손과 발로 직접 노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라는 표현을 캉디드는 사용한다. 입장이 다른 사람을 관용하고 함께 더불어 이 정원을 가꾸워야 한다. 이 우리에는 마르틴(비관주의자), 팡클로스(낙관주의자), 그리고 퀴네공드 공주를 다 포함하는 우리인 것이다.


볼테르에 따르면, 낙관주의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개혁할 것은 개혁해야 할 것이다. 볼테르의 사상은 프랑스의 시민혁명에 큰 영향을 주었다. 로크의 시민저항권, 개인의 재산권과 천부적인 인권도 자유민주주의의 발달에 큰 도움을 주었다. 당시 볼테르는 30년 전쟁을 일으킨 기득권을 가진 기독교가 사회의 진보를 방해한다고 보았다. 관용이 없는 근본주의가 문제라고 했다. 볼테르의 독설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만사가 형통할 것이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뜰을 가꾸어야만 합니다. "All that is very well, but let us cultivate our garden."

주인공 캉디드의 마지막 말에 볼테르의 핵심 사상이 들어 있다.


다음으로 영국의 데이비드 흄을 만나보자. 그는 경험론의 끝판왕으로서 경험론을 철저하게 사용하여서 결국은 회의주의에 이르게 됨을 증명해주었고, 학문이 존재하는 기반을 무너뜨리는데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후에 칸트는 흄의 회의주의라는 도전에 응답하여 칸트의 초월철학 또는 선험철학을 발전시키게 된다.




볼테르의 <캉디드>는 어떤 책인가?


30장으로 되어 있는 책이다. 젊은 청년 캉디드는 3차원적 인간인데 전세계를 경험하면서 수많은 불행을 접한다. 팡클로스와 퀴네공드, 모두가 죽었는데 나중에 살아서 만나게 우여곡절을 나누게 된다. 18장에 엘도라도가 나오는데 지상낙원, 유토피아를 말하는 듯한데, 여기서 종교와 사회에 대한 이상적인 모습을 말하고 여기에서 캉디드는 많은 재산을 얻게 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공간적 상상력'이 대단하다. 프랑스, 네덜란드, 베네치아, 남미, 불가리아, 터키(콘스탄티노플), 파라과이, 수리남, 영국 등을 순회하며 전쟁과 사건과 재난 등을 목격한다. 마치 계몽주의 철학자들은 세상은 진보한다고 하는데, '세상에는 왜 이토록 많은 악이 존재하며 재난이 존재하는가? 왜 교회는 부패하고 국가는 전쟁을 하는가?'라고 볼테르는 묻고 있다. 볼테르의 사상은 프랑스 시민혁명으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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