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르 Ohr Jan 06. 2022

12권 세이렌, 스킬라와 카립디스, 휘페리온의 가축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읽기 안내서

오디세우스와 그 일행은 '죽은 자의 땅'(저승세계)를 떠나서 키르케의 섬(아이아이아)으로 되돌아온다. 그런 후 12권에서 모험을 시작하는데, 세이렌의 유혹을 겪고, 스킬라와 카립디스 바다 괴물의 위험을 통과하고, 한 섬에 도착하여 신의 가축들을 배가 고파서 잡아먹는데, 저승세계에서 장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신의 가축떼를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너무 배가 고파서 잡아먹고 만다. 이로 인하여 헬리오스 태양신이 화가 나서 오디세우스 일행은 목숨을 잃고 혼자서만 살아남게 되는 이야기이다.



9. 키르케의 섬에 되돌아옴.


죽은 자의 땅으로 가서 예언자 테이레시아스(Teiresias)를 만나고 돌아온 오디세우스와 그 일행이 키르케가 있는 섬으로 돌아오는 것이 <오디세우스> 12권의 첫 장면이다. 오디세우스가 저승세계에서 만난 엘페노르(Elpenor)에게 약속한 대로 그의 시신을 매장해준다. 장례식을 치르고, 키르케와 그 하녀들은 푸짐한 음식과 음료를 가져와서 하루 종일 먹고 마신 후에, 저녁때 키르케는 오디세우스가 모험길에서 만나게 될 위험들을 경고해준다.


'정신 나간 사람들! 살아서 하데스 궁에 다 다녀오다니. 남들은 한 번 보는 죽음을 두 번이나 보셨구려. 오늘은 여기에서 음식과 술이나 드시면서, 날이 밝으면 떠나시도록 하세요. 내가 몸소 길을 가리켜 드리고, 모든 것을 충분히 알려 드리리다. 육지고 바다에서 여러분들의 항해술이 부족해서 난관이 오더라도 피해를 받지 않도록 말입니다.

키르케는 오디세우스가 앞으로 겪을 위험을 미리 알려준다. 


첫 번째 만날 위험은 세이렌 자매들(Seirenes)의 위험이다. 그들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며 선원들을 홀린다. 동료들의 귀를 밀랍(wax)으로 틀어막으라고 한다. 만일 오디세우스가 세이렌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고자 한다면 부하를 시켜서 자신의 사지를 배의 돛대에 줄로 꽁꽁 묶으라고 알려주었다. "그 소리를 듣는 순진한 자는 망하리라. ('woe to the innocent who hears that sound!)'' 설령 오디세우스가 '풀어달라'고 애원할지라도, 그럴수록 더욱 꽁꽁 묶으라고 부하들에게 당부하라고 했다.


두 번째 만날 위험은 두 바다 괴물이다. 이 두 바다 괴물 사이를 지나가야 하는데, 어느 괴물 쪽으로 가까이 감으로써 희생을 최소화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어차피 희생이 발생하는데 전부 다 죽을 수는 없고 희생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선택해야 한다. 희생을 막을 방법은 없다. 그 괴물은 카립디스(Kharybdis)와 스킬라(Schylla)인데, 카립디스는 소용돌이를 일으켜 사람들을 빠지게 하는 괴물이다. 모든 배들이 이 소용돌이에 빠져서 침몰하여 전원이 몰살하기 때문에 이 괴물을 피해야 한다. 따라서 다른 괴물 스킬라 쪽으로 가까이 가야 희생을 하더라도 최소로 줄일 수가 있다. 스킬라는 12개의 다리가 있고, 6개의 머리가 있어서, 머리 한 개마다 한 사람을 잡아먹는다. 따라서 6명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그래야 나머지 선원들이 살 수 있다. "감히 싸울 생각 마시오. 용기는 무의미한 것이오. 도주만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키르케가 충고한다. 스킬라는 여신은 아니지만 불멸의 존재이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키르케는 마지막 세 번째로 휘페리온(Hyperion, 헬리오스의 아버지) 태양신의 가죽떼가 풀을 뜯는 트리나키아(Thrinakia) 섬에 대하여 조언한다. 테이레시아가 경고한 것과 마찬가지로, 키르케도 같은 말을 한다. 선원들이 그 신의 가축떼를 잡아먹어서는 안된다는 경고이다. 만일 가축떼를 잡아먹으면, 배와 동료를 잃게 되고 오디세우스 혼자만 살아남는다고 경고한다.


출발하면서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에게 키르케가 알려준 경고를 말한다. 하지만 스킬라와 카립디스에 대해서는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부하들이 겁에 질려 노젖기를 포기하고 배 밑에 숨어버릴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면 이러한 위험을 미리 말할 것인가? 숨길 것인가? 여기서 지도자의 신뢰문제(Trust Issue)가 제기된다. 신뢰는 충분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신뢰해야 그러한 공유를 할 수 있다.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이 겁을 먹는 쪽으로만 생각해서 말하지 않았다. 이해도 되지만 '온전한 지도력'은 아니다. 정보를 공유하는 지도력은 너무 이상적인 걸까? 


10. 세이레네스, 세이렌들의 유혹


순풍을 받아서 항해를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아 괴조(怪鳥) 세이렌 자매(Sirens, Seirenes)들이 사는 섬 근처에 이르렀다. 세이렌은 몸통은 새이고 얼굴은 인간이다. 누구든지 그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그 소리를 듣고자 이끌려서 바다에 빠져 죽기 때문이다. 세이렌들 주변에는 그렇게 죽은 선원들의 뼈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오디세우스는 세이렌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싶어서 키르케가 당부한 대로 자신의 몸을 돛대에 묶도록 선원들에게 지시했다. "나를 꼼짝 못 하도록 돛대에 단단한 밧줄로 묶어지시오." 동료들은 일일이 귀를 틀어막고 노를 저으며 전속력으로 지나간다. 세이렌들 노랫소리로 오디세우스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이리 오시오. 그리스 인의 위대한 영광, 오디세우스여! 배를 대고 우리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소서. 아무도 우리 입에서 흘러나오는 황홀한 노랫소리를 듣지 않고는 검은 배를 타고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노래를 들으면 가시는 길에 기쁨이요, 많은 지식을 얻을 것입니다. 우리는 신들의 고의로 트로이 평원에서 그리스군과 트로이군이 겪은 고통, 이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오. 우리는 광대한 지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알고 있다니까요. 


오디세우스는 더 가까이 가서 듣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부하들에게 자시을 풀어달라고 명령했지만, 페리메데스(Perimedes)와 에우릴로코스(Eurylochos)가 이전에 오디세우스가 당부한 대로 밧줄로 더욱 단단히 묶어버렸다. 그렇게 세이렌 자매의 유혹을 통과했다.


유혹을 극복하기(Overcoming Temptations)

목표가 있으면 반드시 난관(obstacles)이 있다. 스킬라와 카립디스 바다 괴물의 경우, 매우 불쾌한 난관이지만, 대부분의 난관은 세이렌의 노랫소리처럼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온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절제력(Self-restaint)이 있어야 한다.


오디세우스 일행과 세이렌 자매들(세이레네스)의 유혹


바다괴물: 11. 스킬라, 12. 카립디스


세이렌의 섬을 지나고 얼마 가지 않아서 항로가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방랑자들(Wanderers, 떠도는 바위들 Planktai petrai, 서로 부딪히는 바위들 Symplegades)'로 불리는 바위 사이를 지나가는 것인데(1번), 이곳은 새도 지나갈 수 없고, 지금까지 어떤 배도 지나가지 못하고 가루가 되었는데, 오직 아이손(Jason)의 아르고(Argo) 호만 헤라 여신의 도움을 받아서 통과했을 뿐이다. 또 다른 항로(2번)는 스킬라와 카립디스 바다괴물 둘이 지키는 길이다. 여기서 오디세우스의 자존심이 발동했을 것이다. 키르케는 2번 항로로 가라고 했는데, 유일하게 아이손만 통과한 1번 항로로 도전해서 자신도 아이손만 못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보고 싶은 영웅심리가 발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멋지게 영웅적으로 보이는 것이 오히려 목표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하는 교만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오디세우스는 키르케가 알려준 두 번째 길을 따른다. 

바다를 통과하려면 두 길이 있다. 1. '떠도는 바위들(떠도는 바위들, 서로 부딪히는 바위들)'이 있는 길. 오직 아이손의 아르고 호만 헤라 여신의 도움으로 통과했을 뿐, 그 외에


두 번째 항로를 선택해서 간다. 두 개의 바위가 치솟아 있는 곳이다. 그 바위들은 매끈하고 반질해서 사람이 내릴 수가 없다. 그 바위들 중간쯤에 컴컴한 동굴이 있다. 궁수가 화살을 쏘아도 닿지 못할 만큼 동굴의 높이는 높다. 바로 이 동굴로 배를 몰아가야 한다. 이 동굴 안에 스킬라(Scylla)가 앉아서 젊은 개가 짖는 것 같은 소리를 낸다. 그 모습을 보면 겁에 질리지 않을 수 없다. 발이 12개, 6개의 목이 긴 머리를 가지고 있고, 입안에서는 단단한 이가 세 줄로 촘촘히 나 있다. 두 번째 바위에는 키가 큰 무화과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그 밑에 키립디스(Charybdis) 괴물이 하루에 세 번씩 시꺼먼 물을 뿜어대다가 다시 세 번씩 물을 빨아들인다. 키르케는 절대로 카립디스 쪽으로 가까이 가지 말라고 했다. 가면 몰사한다고 했다. 그러니 6명의 희생자를 내더라도, 스킬라 쪽으로 가야지 생존자가 있다고 했다. 


이 난관에 봉착하자, 선원들이 앞으로 전진할 의욕을 상실했다. 오디세우스는 지도자답게 부하들을 독려한다. "키클롭스 외눈박이 거인의 동굴에 감금되는 것만큼 큰 위험은 없다. 우리는 끈기와 의지와 지혜로 탈출할 수 있었다." 이렇게 지난 날에 헤쳐온 역경을 상기시키며 이제 또 할 수 있다고 독려했다. 키르케는 '절대 무장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오디세우스는 그것을 어기고 무장을 하고 두 개의 긴 창을 들고 뱃머리로 갔으나, 스킬라는 보이지 않았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스킬라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키르케가 무장을 하지 말라고 했던 거였다. '카립디스와 스킬라 사이에서' 일행은 스킬라 쪽으로 갔고, 스킬라는 동료 6명을 잡아먹었다. 그들이 스킬라의 입에 물려 공중에 매달려 비명을 지르고 격한 고통에 '오디세우스'의 이름을 불러댔고, 손과 발이 몸부림쳤다. 모험길에서 보던 중 가장 비참한 장면이었다. 카립디스와 스킬라 바위를 통과하여 마침내 신의 섬 트리나키아(Thrinakia)에 도착한다.


지도자의 신뢰성(Trust), 정보 공유의 문제

오디세우스는 카립디스와 스킬라 바다 괴물을 만날 때 최소 6명의 선원이 죽게 된다는 정보는 한 마디로 공유하지 않았다. 당신이라면 부하들에게 정보를 공유할 것인가 말 것인가? 오디세우스의 결정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나?


13. 트리나키아(Thrinakia) 섬, 휘페리온의 가축떼


다음으로 오디세우스 일행이 도착한 곳은 태양신의 섬이다. 오디세우스는 그 섬을 지나가려고 했으나, 에우릴로코스가 선원들에게 쉼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서 들리게 되었다.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에게 그 곳의 가축 떼를 먹지 말 것을 맹세하게 했으나, 난데없는 엄청난 폭풍이 불고 비가 내리기 때문에 한 달(1개월)이나 그 섬에 갇혀 있게 되었고, 비축해둔 응식이 바닥이 나자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었다. 


하루는 오디세우스가 잠이 들자, 에우릴로코스가 선운들을 설득하여 태양 신의 가축떼를 잡아먹자고 했다. 굶어죽느니 항해를 하다가 신의 저주를 받아 죽는 편이 낫겠다고 에우릴로코스가 말했다. 그들은 풀밭에 나가 가장 살찐 소들을 몰고 와서 신들께 기도하고 넓적다리 하나는 태워서 신들께 바치고 나머지는 꼬챙이에 꿰어서 구워 먹는다. 고기 냄새가 진동해서 오디세우스가 잠에서 깨어나 보니, 부하들이 맹세를 깨고서 가축떼 몇 마리를 죽인 것을 알게 되었다. 


소를 보던 요정 람페티에(Lampetie)가 휘페리온에게 가서 이 사실을 알렸고, 태양 신 휘페리온은 신들의 회의에 가서 제우스와 다른 신들에게 오디세우스의 선원들이 자신의 가축떼를 죽였는데 그들을 벌 주라고 요청했다. 제우스가 이에 동의해서, 오디세우스의 배를 바다 한가운데서 번개로 산산조각 낼 테니 화를 풀라고 헬리오스에게 말한다. 


곧바로 불길한 징조가 나타났다. 했다. 벗겨낸 소가죽들이 땅 위로 기어다녔고 먹다 남은 꼬챙이의 살점들이 음매 하고 울었다. 6일 동안 소고기 잔치를 벌였고 7일째 폭풍우가 멎었다. 그들은 배에 돛을 올렸고 출항했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끼더니 돌풍이 불어 돛대가 부러지고 부러진 돛대가 키잡이의 머리를 쳐서 절명시켰다. 천둥과 번개가 치더니 오디세우스의 배를 산산조각 내고 말았다. 


결국 부하들은 바다에서 전부 죽었고, 오디세우스 혼자만 살아서 배의 부서진 조각을 잡고 바람에 떠밀려 다녔다. 서풍이 그치고 남풍이 불기 시작했고, 남풍은 끔찍하게도 스킬라와 카립디스 쪽으로 그를 몰고 갔다. 카립디스가 그 때 바닷물을 빨아들이고 있었는데, 그가 붙들던 배의 잔해가 소용돌이 속에 빨려 들어가자 그것을 놓고 바위 위로 뛰올라 무화과 나뭇가지를 잡고 매달렸다. 그 바위에 무화과나무 하나가 서 있었다는 것을 앞에서 말했는데 여기서 그게 생명을 구해주는구나. 호메로스의 글을 허투루 읽으면 안 되겠다. 이렇게 연결되다니. 오디세우스는 무화과 나뭇가지를 붙잡고 있었는데 올라가지도 내려가지 못하고, 카립디스가 다시 물을 뿜어 올리는 때 - 하루에 세 번 빨아들이고, 세 번 뿜어 올림 -를 기다렸다가, 물을 뿜어내 빨려 들어갔던 배의 조각(용골부분)이 솟아오르자 다시 그 위에 올라타 두 손으로 노를 저었다. 만일 그 때 스킬라 괴물이 나왔더라면 죽었을텐데 마침 나오지 않아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마침내 칼립소(Calypso) 여인의 섬에 도착했다. 여기까지가 오디세우스그 알키노오스 왕과 파이아케스 사람들에게 한 이야기이다. 그 뒤부터는 그가 파이아케스 나라에 도착했을 때 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배의 용골(Keel)을 잡고 표류하다가 다시 카립디스(소용돌이)가 있는 곳까지 떠밀려와 무화과 나뭇 가지를 붙잡고 버티는 오디세우스


8) '죽은 자의 땅' - 키르케의 섬 - 세이렌 유혹 - 11) 카립디스 -  스킬라 - 태양신의 섬, 트리나키아 - 14) 칼립소의 섬/7년 - 파이아케스 섬 - 고향 이타카









작가의 이전글 11권 저승세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