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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Jan 07. 2022

13권 파이아케스 떠나 이타카 도착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읽기 안내서

<오디세이아> 13권에서 알키노오스 왕과 파이아케스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오디세우스의 모험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제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를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다. 마침내 오디세우스는 고향 이타카(Ithaca, Ithace)로 돌아가려고 준비하고, 알키노오스 왕은 다시 한번 도와줄 것을 약속한다. 외눈박이 거인 아들 폴리페모스의 눈을 멀게 한 오디세우스에 대하여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포세이돈이 제우스에게 불평을 늘어놓자, 제우스는 파이아케스 사람들이 오디세우스를 도와준 것에 대하여 몹시 못마땅해하는 포세이돈의 불편함을 표출해도 좋다고 허락한다. 그럼 포세이돈은 이 불편함을 오디세우스 뿐 아니라 파이아케스 사람들에게도 표출한단 말인가? 아레테 왕비가 포세이돈의 후손인 것으로 아는데? 포세이돈이 어떻게 누구를 괴롭히는지 궁금하다.



파이아케스(The Phaeacian)를 떠남


파이아케스 섬의 항구, 고향땅으로 향하는 오디세우스.

다음 날, 알키노오스 왕은 오디세우스를 위한 푸짐한 선물을 배에 실어주고 모든 사람과 먹고 마시는 연회를 베풀어주었다. 잔치를 벌인 후 작별 인사를 한다. 이날 아침 이 배에는 움푹한 배의 갑판에 융단과 리넨을 깔아서 오디세우스가 뱃머리에 조용히 누웠을 때, 그는 깊고 달콤한 잠에 빠져 죽은 듯이 잠을 잤다. 죽음과도 같은 그 잠은 지난 20년간의 모든 고생들 - 10년 트로이 전쟁, 10년 바다를 떠돌며 모험한 기억들-을 잊게 해 주었다. 


다음 날 새벽별이 떠오르자, 배가 이타카 섬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그 땅은 포르시스라는 성스러운 항구인데 준험한 절벽의 두 곶이 경사를 이루어 거센 바람을 막아주고 있었다. 바로 이곳에다가 오디세우스를 내려줄 예정이다. 선원들은 곤히 잠들어 있는 그를 모래 위에 눕히고, 작별할 때 받은 보물들을 날라다가 길에서 약간 떨어진 올리브 나무 밑동 옆에 놓았다. 오디세우스가 깨기 전에 길손들이 와서 훔쳐 가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그리고는 항해에 능한 파이아케스 선원들은 다시 자기 집을 향해 떠나갔다. 


잠(Sleep)에 대하여

키르케의 약물과 연꽃 밥이 오디세우스 일행의 모든 생각들을 잊게 했듯이, 잠도 일시적으로 기억과 욕망과 의지를 지우는 역할을 한다.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에게 잠은 축복이다. 오랜 기다림과 시달림에 지친 그에게 쉼을 준다. 하지만 오디세우스에게 잠은 '함정'과 같다. 그는 깨어 있어 목적지를 향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잠은 지난 20년의 스트레스를 잊게 하는 '일시적인 피난처(temporary haven)'이고 고향에 돌아가는 것에 대한 준비다.



포세이돈의 위협


파이아케스 사람들은 포세이돈의 후손이다. 왕비 아레테가 포세이돈의 후손이다. 그런데 파이아케스 사람들이 포세이돈이 싫어하는 오디세우스를 도와주고 푸짐한 보물을 선물로 준 것에 대하여 기분이 나빴다. 제우스는 손님을 환대하는 행위(Xenia, 친절)를 좋아한다. 파이아케스 사람들이 과객인 오디세우스를 잘 대접한 것은 제우스가 기뻐하는 일이다. 복 받을 일이다. 그러나 포세이돈은 화가 나 있다. 파이아케스 왕이 탁월한 선원들과 배를 준비하여 오디세우스를 고향까지 태워다주고, 트로이에서 얻은 것보다 더 좋은 예물들을 선물로 주어서 보내다니 화가 났다. 포세이돈은 오디세우스도 싫어하지만, 파이아케스 사람들에게까지 화가 나 있다. 포세이돈은 파이아케스 사람들에게 배신감 또는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포세이돈이 제우스에게 자신의 불평을 늘어놓자, 제우스는 파이아케스 사람들을 보호하거나 변호하지 않고, 포세이돈이 맘 편한 대로 (화풀이) 하라고 허락한다. 인간과 신은 차별이 있음을 드러낸다. 


포세이돈의 불평: "오, 제우스 아버지시여, 저는 이제 불사의 신계에서도 위신을 잃었습니다. 인간들은 물론 나의 족속인 파이아케스 사람들까지도 저를 우러러보지 않습니다. 제 생각을 무시하고 오디세우스를 저렇게 안전하게 고향땅으로 데려다주었고, 더욱이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에서는 결코 얻지 못한 찬란한 예물들 - 청동이며 황금 그리고 금의옥상을 주어, 그는 아무런 해도 입지 않고 자기 몫의 전리품을 가지고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제우스: "안됐구나, 지구를 흔드는 최대의 권력자여! 무슨 말을 하시오? 모든 신들이 그대를 존경하는데 부족함이 없소. 우리들의 제일 맏이요, 가장 훌륭한 그대를 멸시한다니 될 말인가. 그러나 인간들이 자만에 빠져 그대를 경솔하게 대한다면, 그대가 옳은 대로 맘대로 처리하시오!"

포세이돈: "검은 구름의 신이여, 지금 파이아케스족의 더없이 아름다운 배가 호송에서 돌아오면 나는 안갯빛 바다에서 그것을 부숴 버릴 것이오. 이는 저들이 앞으로 자제하고 사람들을 호송하지 못하게 할 셈이오. 그리고 나는 또 그들의 도시를 높은 산으로 둘러쌀 것이오."

제우스: "이봐요, 우리 이렇게 합시다.  모든 백성들이 도시에서 바라보고 있을 때 모든 인간들이 놀라도록 그대가 배를 바로 육지 가까이에서 날랜 배 모양의 돌로 바꿔 버리면, 그들의 도시를 큰 산으로 둘러싸이게 만들 수 있소."


포세이돈이 파이아케스 사람이 오디세우스를 도와준 이유로 벌을 내리려 한다.

오디세우스를 고향 이타카로 데려다준 선원들이 배가 파이아케스 항구로 들어올 때,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포세이돈이 그 배들을 침몰시켰고, 그 항구 주변에 산을 만들어서 바다로 접근하는 것을 막아놓자, 파이아케스 사람들은 경악하고 말았다. 알키노오스 왕은 선친의 말씀이 생각났다. 포세이돈은 손님들을 안전하게 호송하는 것을 시기해서 배를 부수고 도시를 큰 산으로 둘러싸서 어둡게 할 것이라고 누누히 알키노오스의 선친 나우시토오스가 말했던 것이다. <오디세이아> 8장에서 알키노오스 왕이 오디세우스의 이름과 신상을 물으며 이것을 말했다. 아무나 호송할 수 없기에 손님의 신상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했었다. 그들은 포세이돈 신께 열두(12) 필의 황소를 제물로 올리며 제사를 드리고 기도한다. 


포세이돈은 누구를 막론하고 우리가 안전하게 호송하는 것을 몹시 시기를 하고 있고, 또 말씀하시기를 어느 때고 신은 안개 낀 바다를 건너 호송하고 돌아가는 튼튼한 우리들의 배를 파선하고 큰 산더미로 우리 도시를 덮을지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오디세이아> 8장, 포세이돈에 대하여 조상 나우시토오스가 예언함.


복잡한 삶의 속성에 대하여

손님 오디세우스를 환대하고 선물을 주고 집에 데려다준 것은 분명 선한 일이고 제우스가 좋아하는 일이었다. 동시에 오디세우스를 도와준 것은 포세이돈의 시기와 분노를 촉발했고, 그로 인하여 배가 침몰하고 바다로 나가는 항구가 산으로 막히게 되었다. 좋은 일을 하고도 화를 당하거나 어려움이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 삶은 복잡하고 간단하지가 않다. 어느 철인은 말한다. 역경과 고난이 있어야 제대로 가는 것이라고. 선을 행했는데 왜 고난이 있느냐고 항변할 일이 아니라고.



오디세우스가 깨어남


크로키 상태에서 깨어나 '여기가 어디지?' 하고 멍한 상태가 되는 것처럼, 이타카에 도착한 오디세우스는 죽음같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나 처음에는 이타카인 줄 몰랐다. 왜냐하면 아테나 여신이 그를 보호하고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게 하려고 안개를 둘렀기 때문이다. 깨어난 오디세우스는 파이아케스 사람들이 자신을 속이고 낯선 땅에 데려다준 줄로 알고 신음하며 손으로 무릎을 치면서 한탄하고 분노에 차서 말했다.


"아, 슬프다! 나는 지금 누구의 땅에 와 있는가? 이 고장의 사람들은 정의를 모르는 무법의 야만인들인가, 아니면 신에게 친절하고, 신을 신봉하는 사람들인가? 내 물건은 어디에다 두어야 할 것인가? 나는 어디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  참으로 나를 이와 같이 낯선 고장에다 데려다 놓다니, 파이아케스의 왕이며 고관들은 어리석고 고약한 사람들이구나. 그들은 나를 먼 이타케의 땅으로 보내주겠노라고 약속했었는데. 그러나 모든 것이 거짓이었어." 


<오디세이아> 13장. 오디세우스가 이타카 땅에 도착했으나 알지 못하고 파이아케스 사람들에게 속은 줄 알고 화를 낸다. 그가 물건들을 세어보니 하나도 잃은 게 없었다. 고향 땅을 그리워하며 한숨을 내시고 울면서 해변을 따라 걷고 있을 때, 아테나 여신이 젊은 목자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다가왔다. 오디세우스는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이 땅이 어느 땅입니까? 누가 살고 있습니까?" 하고 묻는다. 아테나 여신은 이 땅을 설명하며 이름은 '이타카(이타케) 섬의 포르시스(Phorcys) 항구'라고 알려준다. 


오디세우스는 기뻐하며 아테나 여신(변신해서 몰라봄)에게 자신을 숨기고' '크레타에서 자신의 물건을 훔치려 한 사람을 죽이고 나온 도망자(a fugitive)'로 소개한다. 파이아케스 사람들이 그에게 동정을 베풀어서 그가 잠자는 동안에 이 섬 이타카로 데려왔다고 말한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라'는 것은 <오디세이아> 11장 저승세계에서 만난 아가멤논이 오디세우스가 집에 도착하면 이렇게 하라고 조언한 것이다. 


이때 아테나 여신은 아름답고 늘씬하고 솜씨 있는 여인으로 변신하여, 오디세우스의 말솜씨와 지모가 인간 중에 가장 뛰어나다고 칭찬하며, 둘 다 기교를 부리는 면에서 아테나 여신 자신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테나 여신도 기교를 부려서 자신을 숨겨왔기에 자신이 오디세우스를 일마다 때마다 도와주고 있는 것을 그가 몰라본 것이라고 말한다. 


"제우스의 딸 아테나, 늘 그대 곁에서 음모에 걸려드는 것을 보호해 주고, 파이아케스의 모든 시민들에게서 환영을 받도록 해 주었소. 파이아케스의 우두머리들이 출발할 때 당신에게 주었던 보화를 숨기려고 온 것이오. 또 그대의 훌륭한 집 안에서 어떤 고통을 참아야 할 것인가를 말씀하려 하오.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도 그대가 유랑에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리지 마시오. 그리고 모든 고통을 조용히 감수하시고, 사람들의 학대를 참고 견디십시오."

아테나 여신이 오디세우스를 돕기 위해 다가왔다. 

현명한 오디세우스는 그동안 도와주었던 아테나 여신에게 감사하며 말한다.


"여신이시여, 저는 우리의 모든 그리스 젊은이들이 트로이 땅에서 전쟁을 할 때 제게 베풀어 주신 친절이 얼마나 지대했는지를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프리아모스의 강력한 도시를 점령한 후에 신께서 그리스 사람들을 분산시키셔서 우리가 배를 타고 떠나자, 저는 제우스의 따님인 그대를 결코 뵙지 못하였고, 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시기 위해서 제 배의 곁에 계심을 결코 알고 있지 못하였지요."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과거) 때 도우신 것은 잘 기억하지만, 최근 모험길에서 동행하시는 줄을 몰랐다고 말한다. 오디세우스는 기뻐하며 고향 땅에 엎드려 입을 맞추고 두 손을 벌려 요정들(나이아드 요정들, Naiad nymphs)에게 기도하고 하고 아테나 여신에게 선물을 올린다. 이어서 오디세우스 집안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설명하고 구혼자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말한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집안이 아가멤논 왕의 집안처럼 비운을 맞을까 봐 두려워하고 아테나 여신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늙은 거지로 변장한 오디세우스


흥미롭게도 아테나 여신은 오디세우스를 늙은 거지로 변장시켜서 신분이 노출되지 않게 한다. 그리고 돼지 사육사에게 찾아가라고 알려준다. 그는 오디세우스의 집안의 충성된 종이다. 아테나 여신은 지금 아버지를 찾아 모험을 떠난 아들 텔레마쿠스를 스파르타에서 데려오겠다고 말한다. 말을 마치고 아테나 여신이 지팡이(wand)로 오디세우스를 건드리자 살들이 주름지고, 머리에서 금발이 벗겨지고, 피부가 늙게 변했고, 옷은 더럽고 찢어진 누더기를 입었다. 이렇게 둘은 계획을 짜두었고, 아테나 여신은 아들을 찾으러 스파르타(라케다이몬)로 떠난다.

 

늙은 거지로 변신한 오디세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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