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읽기 안내서
아테나는 지금 오디세우스를 늙은이로 변장시켰다. 오디세우스는 그의 충성스러운 돼지지기 에우마이오스(Eumaios, Eumaeus)를 찾아간다. 에우마이오스는 거지로 변장한 오디세우스를 환대하여 집에 들이고 식사를 대접하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마침내 오디세우스가 20년 만에 이타카 땅을 밟았다. 그러나 아직 여정을 마친 것이 아니다. 구혼자들이 오디세우스의 집에 주거하며 살면서 음식을 축내고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려고 하는 중이라고 아테나가 경고해주었다. 결국은 그 구혼자들을 쫓아내야만 했다. 아테나는 오디세우스를 늙은이로 변장시키고 충실했던 그 돼지지기를 찾아가라고 말한다. 14권 첫 장면은 오디세우스가 항구를 떠나 돌밭길을 따라 걸어가서 돼지지기가 살고 있는 높은 언덕으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돼지지기의 오두막과 가축 현황에 대한 묘사.
그 돼지치기가 주인이 떠나간 후 돼지를 치고자 왕비나 라에르테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손수 지은 것인데, 돌을 쌓아 올리고 가시덤불을 덮어서 올렸다. 뜰 밖으로는 검은 상수리나무를 쪼개서 빙 둘러 촘촘히 말뚝을 박았다. 뜰 안에는 돼지가 누울 장소로서 12 개의 우리를 서로 바짝 붙여서 만들어 놓았는데, 우리마다 50 마리의 한배 새끼의 돼지를 넣었고 수놈은, 숫자가 훨씬 적은데, 밖에다 재웠다. 이놈들을 잡아다가 교만한 구혼자들이 향연을 베풀어서 그 수가 줄어들었다. 매일 돼지지기는 가장 살찐 놈들을 골라서 보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현재는 360 마리가 남았다. 옆에서는 늘 4 마리의 개가 지키고 있는데 무섭기가 맹수와 같았다. 이 개 역시 감시인 돼지지기가 기르고 있었다. 돼지지기는 발에 황갈색 가죽으로 잘 만든 날씬한 샌들을 신었다. 다른 3 명의 돼지지기들이 지나갔는데 이들은 돼지를 저자에 있는 교만한 구혼자들에게 끌고 가면, 그들은 그걸 도살해서 고기로 마음껏 양을 채우는 것이었다.
높은 오두막에서 보니 초라한 나그네가 오는 것을 볼 수 있고, 늙은 거지가 지팡이를 떨어뜨리자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덤벼들었고, 돼지지기(the swineherd)가 급히 달려와서 돌을 던져 개들을 꾸짖지 않았으면 큰 일 날뻔한 것처럼 묘사한다. 에우마이오스가 늙은 거지를 맞아들인다. "영감님, 저를 따라서 움막으로 들어가시지요. 음식과 약주나 드시면서, 당신께선 어디서 오셨는지 그리고 당신께서 겪으신 세상 풍파나 들읍시다." 돼지지기는 돼지 두 마리와 보리와 포도주로 오디세우스를 대접했다. 먹을 것과 마실 것으로 대접한 후 이야기를 나눈다. 오디세우스가 돼지지기의 친절에 감사하자, "나그네나 걸인은 모두가 제우스 신의 이름으로 오시는 것이므로 우리의 조그만 선물은 그들을 맞아 대접해 올리는 것이지요."라며 거지와 나그네를 대접하는 것이 제우스의 뜻이라고 에우마이오스가 대답한다. 돼지지기는 현재 오디세우스 집안의 재산을 성실하게 관리하는 중이다.
돼지지기 에우마이오스로부터 이타카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말하면서, 주인은 트로이 원정을 떠났다가 멀리서 돌아가셨다고 소개한다. 돼지지기는 돌아가셨다고 믿는 주인 오디세우스에 대하여 애틋한 마음을, 그분이 떠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간직하고 있다. 대단한 충성심이다.
에우마이오스: "그분과 같은 친절하신 다른 주인을 결코 만날 수가 없는 터이오. 오늘날 내가 고국에 가서 내 눈으로 부모도 뵙고 싶지만, 그보다 더 서럽고 그리운 분은 세상을 떠난 오디세우스 왕이십니다. 아니 손님, 그분께서 이 자리에 계시지 않을지라도, 저는 그의 존함을 부르기가 황송합니다. 그분께서는 저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셨고, 진심으로 사랑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께서 안 계시더라도 존칭을 잊지 않았습니다."
오디세우스: "...바로 올해 안으로 오디세우스께서는 오십니다. 이 달이 저물고 다음 달이 떠오르면 그분께서는 돌아와서 그분의 부인과 씩씩한 아들에게 잘못을 범한 자들 모두에게 벌을 내리실 것입니다."
에우마이오스: "영감님, 저는 그런 기쁜 소식에 대한 대가를 치를 수가 없을뿐더러, 오디세우스는 결코 귀향하지 못할 것입니다. ..."
에우마이오스와 오디세우스의 대화이다. 하인 에우마이오스는 오디세우스가 올해 안에 오리라는 것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돼지지기 에우마이오스가 10년 동안 주인 오디세우스를 만나지 못했는데, 그 충성됨이 변하지 않았다. 오디세우스가 늙은 거지가 된 것은 아내 페넬로페의 마음이 변심하지는 않았는지 모든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서 변장한 것이다. 에우마이오스는 구혼자들이 재산을 탕진하여 돼지를 잡아먹는데 분개한다. 오디세우스는 에우마이오스의 충성됨에 기뻐한다.
오디세우스는 에우마이오스로부터 이타카의 실상을 듣는다. 아들 텔레마쿠스가 아버지를 찾아 필로스로 떠난 사실과 구혼자들이 그를 해하기 위해서 매복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위험한 소식도 듣게 되었다. 이제 늙은 거지가 자기의 정체를 밝힐 차례이다. 오디세우스는 에우마이오스에게 자신은 크레타에서 부자 아버지와 첩 사이에 서자로 태어났다고 한다. 젊었을 때 그는 모험과 전쟁을 좋아해서 집과 가족을 떠났다고 한다. 그는 전쟁에서 명예를 얻었고 외국에서 많은 재물을 취할 수 있다고 했다. 트로이 전쟁에 함대를 이끌고 가서 10년간 싸운 후에 집에 왔다. 집에 도착하여 1달을 집에 머물다가 그후에 더 많은 보물을 획득하고자 9척의 배를 가지고 아이귑토스(Aegyptus, 이집트)로 다시 항해했다. 아이큅토스(Aegyptus, 이집트)의 강에 흰 배를 정박하여 척후병을 보내서 관측을 보냈는데 이집트 사람들의 곡식을 망가뜨리고 처자를 내몰고 남자들을 죽이고 말았다. 다음 날 새벽에 이집트 군대가 몰려와 부하들을 말살할 때, 제우스 신께서 꾀를 넣어주어서 왕의 말들이 끄는 수레로 가서 무릎을 껴안고 입을 맞추어 불쌍히 여겨달라고 자세를 취하자, 왕이 눈물을 흘리며 그를 전차에 태워서 궁으로 돌아갔다. 그는 왕의 자비를 입어서 이집트에서 7년간 머물렀고, 많은 재산을 축적했다고 한다. 그 사람은 이 주인공을 속여서 자기의 노획물을 나누어야 한다고 속인 후 리비아(아프리카 북단)로 향하는 호송선에 태워서 자기를 팔아먹고 막대한 돈을 벌려고 하는 계획을 꾸몄었다. 그 계획을 알고 배에 올라 크레타(왕은 이도메네우스)로 향하는데 제우스 신이 이 배를 파멸하려고 했었다. 크레타를 떠나 제우스의 뇌성벽력으로 배를 흔드니 동료들이 배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제우스 신이 주인공을 다시 한번 도와서 돛대를 잡고 9일간 표류하다가 10일째 데스프로티아(the Thesprotian, 그리스 북쪽)에 도달했다. 이 나라 왕 페이돈(Pheidon)이 그를 환대하였으며, 그의 아들이 그를 왕궁으로 데려가 조끼와 코트를 주었다. 7년간 칼립소와 함께 있었고, 1년간 키르케에게 있었으며, 나중에 표류하다가 파이아케스 나라의 해변에 도착해서 공주 나우시카의 안내로 알키노오스 왕의 궁전에 이르게 된 이야기를 각색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데스프로티아 왕 파이돈에게서 오디세우스의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페이돈 왕이 그를 환대하고 귀국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왕은 그에게 많은 보물을 주었고, 오디세우스는 귀국하는 방법을 알고자 도도나(Dodona)로 떠났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칼립소가 오디세우스에게 저승세계에 가서 예언자 테이레이시아스를 만나서 귀향 방법을 알아보라고 떠나보낸 것을 연상시킨다. 말을 지어내는 늙은 거지는 말한다. 파이돈 왕은 오디세우스를 고국으로 호송시킬 배를 대기시켰다고 했고, 오디세우스가 돌아오기 전에 그들은 나를 아카스터스 왕에게로 안내하도록 명했습니다. 그들은 나에 대한 사악한 생각을 품고서 나를 노예로 넘기려고 했습니다. 내 코트와 조끼를 벗이고 이 구멍 난 조끼며 누더기를 입혀주었습니다.
밤이 되자 이타카 평야에 도달했고, 나를 배에 밧줄로 묶어놓고 그들은 배에서 내려 바닷가에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나는 신들이 풀어주어서 물속으로 헤엄쳐서 도망쳤고 그들은 나를 찾아보다가 포기하고 배로 돌아갔습니다. 이처럼 신들이 나를 숨겨주셔서 착하신 주인어른의 농장으로 데려다주셔서 여기에 오게 되었다고 하며 여기까지 오게 된 모든 설명을 마쳤다.
돼지지기는 늙은 거지가 말한 대로 오디세우스가 돌아오리라는 말을 믿지 못하고, '거짓 희망을 말할 필요는 없다. 그런 말 하지 않아도 제우스의 뜻대로 당신을 잘 대접하겠다'고 돼지지기는 말한다. 그러나 늙은 거지는 맹세코 주인이 돌아올 것이며, 그 말이 사실이면 자기에게 코트와 조끼로 옷을 입혀주고, 사실이 아니면 자신을 절벽에 떨어뜨려 거짓말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다른 거지들에게 알리라고 말한다. 늙은 거지로 변장한 오디세우스가 말한다.
"당신의 마음속에는 의심이 너무나 많아서 맹세로서도 당신을 믿게 하질 못하겠군요. 그러면 우리 서로 올림포스를 다스리는 신들을 증인으로 말씀을 나눕시다. 만약 이 집으로 주인께서 돌아오시는 날엔, 나에게 코트와 조끼로 옷을 입혀주시고, 내가 가고자 염원하는 달리키온으로 가게 해 주시오. 그러나 주인께서 오시지 않는다면, 나는 오시리라고 단언하는 바이지만, 그대는 사람을 보내서 나를 험준한 절벽 밑으로 떠밀게 하여 다른 거지들이 거짓을 말하는데 경종을 올리시오."
푸짐한 저녁식사를 차려주었다. 신에게 먼저 술과 고기를 바치는 것을 잊지 않는 경건함을 보여준다. 늙은 거지는 술이 들어가자 트로이 전쟁 영웅담을 말한다. '오디세우스가 우리 대장이었고 다음이 메넬라오스이며, 자기가 세 번째 높았다'고 말한다. 그 때 오디세우스에게 너무 추워서 코트를 좀 달라고 했던 일화를 말하면서, 돼지지기에게 자기에게 코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돼지지기는 오늘 밤에는 빌려주어 추위를 피하게 할테니, 한 벌 밖에 없는 조끼도 빌려줄 테니 다음 날에는 원래 입고 온 옷으로 갈아입고, 조끼와 코트를 놓고 가라고 말한다.
불을 피우고 양과 염소 가죽을 깔고 잠자리를 준비하고 늙은 거지(오디세우스)에게 두껍고 커다란 코트를 주어서 지독하게 바람이 불면 덮으라고 남겨두었다. 젊은이들과 사람들이 잠을 청하지만, 돼지지기는 돼지를 떠나 이곳에서 자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며 돼지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오디세우스는 자기가 없는 사이에도 에우마이오스가 자기 재산을 이토록 관심을 보이고 잘 지키는 것에 내심 기뻤다. 돼지지기 에우마이오스는 칼을 어깨에 메고, 두거운 코트를 입고, 개나 사람을 대비하기 위해서 염소털과 날카로운 창을 집어 들고 돼지가 있는 곳으로 잠을 자려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