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읽기 안내서
텔레마쿠스가 돼지지기의 움막에 도착한다. 에우마이오스는 10년 만에 자기 외아들을 그리움 끝에 만난 것처럼 기뻐하며 연거푸 입 맞추고 흐느껴 운다.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저의 서광 텔레마코스여! 배를 몰고 필로스로 떠나신 후에 저는 더 이상 그대를 뵐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건만. 자, 어서 드십시오. 먼 길에서 오신 그대를 맞아 가슴을 열고 기뻐하게 하여 주십시오. 그대는 농원과 돼지 목부들을 그다지 찾아주시지 않았죠. 시내에서 지체하시다니 그 망할 놈의 구혼자들을 구경하고 싶으신 모양입니다." 에우마이오스가 말한다. 텔레마쿠스는 어머니가 누구와 결혼을 했는지를 묻자, "왕비께서는 쓰라린 고통을 참으시면서 그대의 궁에 머물러 계십니다. 밤낮을 눈물로 지쳐서 세월을 보내시고 계신답니다."라며 상황을 알려준다.
텔레마쿠스는 에우마이오스에게 나그네(거지 오디세우스)를 잘 돌봐주라고 부탁한다. 텔레마쿠스는 거지로 변장한 나그네가 아버지인 줄 모른 채 옷과 칼을 주었다. 거지로 변장중인 오디세우스는 아들에게 궁중의 상황을 파악하고자 말을 걸어본다. "궁중의 상황을 들어보니 너무도 화가 나는데, 만일 그가 오디세우스의 입장이라면 그 나쁜 구혼자들을 다 싸워서 물리치며, 결코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는 외아들 텔레마쿠스를 격려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것이다.
텔레마쿠스는 에우마이오스에게 왕궁에 들어가서 어머니 페넬로페에게 아들이 안전하게 돌아왔다고 전하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심지어 할아버지 라에르테스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한다.
텔레마쿠스: "자, 에우마이오스여, 곧바로 페넬로페 어머님께로 달려가서 내가 무사히 필로스에서 귀향했노라고 전하시오. 난 여기에 머무르겠소. 이 소식은 어머님께만 알려야 하오. 그리스 사람들이 알아서는 안 될 것이오. 그 자들은 나에게 대한 별별 계략을 꾸미고 있으니까 말이오."
에우마이오스: "잘 명심하겠습니다. 길에 불우하신 라에르테스 조부님을 뵈옵고 말씀을 여쭙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분께서는 최근까지도 오디세우스 왕 때문에 몹시 서러워하시면서도 농장을 돌보시고 마음이 내키실 때만 댁에서 비복들과 더불어 식음을 하신답니다. 그러나 도련님께서 배를 몰고 필로스로 떠나신 날부터는 식음이 전과 같지 아니하시며, 농장도 돌보지 않으신다고 말들을 합니다. 날마다 눈물과 한숨으로 앉아만 계시니 피골이 상접하셨다고 합니다."
텔레마쿠스: "어려운 일입니다. 슬프기야 한이 없겠지마는 할아버님께는 알리지 않기로 하죠. 사람들이 갈망하는 모든 것이 그들의 힘에 있을진대 우리가 우선 택해야 할 것은 아버님의 귀향이 될 것입니다. 자, 소식을 전하고 돌아오되 라에르테스 할아버님을 찾아서 들판을 헤매지는 마시오. 그러나 어머님께 아뢰어 아무도 모르게 시녀를 그곳에 보내도록 하시오. 할아버님께는 그녀가 소식을 전할 것입니다."
텔레마쿠스가 나그네를 환대하는 마음은 관습일 뿐만 아니라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다. 이 환대(Xenia, 크세니아)는 야만인이냐 문명이냐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낯선 사람이 신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손님은 떠날 때 자기가 가진 소중한 것을 주고 떠난다. 오디세우스는 텔레마쿠스와 에우마이오스에게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을 독려한다.
에우마이오스가 궁전으로 떠나고 이제 아버지와 아들만 남아 있다. 아테나 여신이 그 농장으로 다가온다. 오직 오디세우스와 개들만 아테나 여신을 볼 수 있었다. 아테나 여신은 아들에게 정체를 밝히고 구혼자들에 대항하여 연합하여 원수를 갚으라고 오디세우스에게 말한다. 이제 오디세우스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방 안으로 들어가자 텔레마쿠스는 깜짝 놀란다. 텔레마쿠스는 그러한 변신에 놀라서 상대가 신이 아닌지 의아하게 여겼다. 왜냐하면 신만이 쉽게 변장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네 아버지다.'라고 밝히지만 아들은 처음에는 잘 믿지 못한다. 오디세우스는 아테나 여신이 자신을 이렇게 변장하게 했다고 말한다.
아버지: "난 신이 아니니라. 어찌 나를 신으로 여긴단 말인가? 난 네 아버지이다. 아비 때문에 오랫동안 한숨과 고통으로 세월을 보내면서도 구혼자들의 손아귀에서 곤욕을 참아왔구나."
[ 아들에게 입을 맞추니, 여태껏 꿋꿋이 참아왔던 눈물이 뺨으로 흘러서 땅 위로 떨어졌다. 그러나 텔레마코스는 아직도 차마 아버지임을 믿지 못한다.]
아들: "아닙니다. 당신은 오디세우스, 제 아버님이 아닙니다! 어떤 신께서 자의로 오시지 않고서야 어찌 뜻대로 쉽게 젊어졌다가 늙어졌다 할 인간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늙고 누더기를 걸치셨었는데, 이젠 창공을 호령하시는 신들과 흡사하게 되셨으니 말씀입니다."
아버지: "네가 보는 바와 같이 바로 아버지니라. 무수한 고난을 겪고, 오랫동안 방황하다가 이십 년 만에 고국의 땅을 밟은 것이다. 이는 아테나 여신께서 하신 일이다. 여신은 힘을 가시고 계신지라 뜻대로 나를 변신시켜서 처음에는 걸인으로 그리고는 다시 미모의 젊은이의 모습으로 만드신 것이니라. 창공을 다스리는 신들께서 우리 인간에게 영광을 내리거나, 혹은 치욕을 내리는 것은 대수로운 일이 아니지 않겠느냐." [말을 마치자 오디세우스는 자리에 앉았다. 텔레마코스가 팔을 벌려 선량한 아버지를 얼싸안고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부자의 심중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테나 여신이 오디세우스를 숨기거나 정체를 드러내도록 도와준다. 아테나 여신은 오디세우스가 때때로 모습을 바꾸도록 도와준다. 아테나 여신은 그를 도와주고 그의 재능을 증진시키지만 그를 통제하지 않는다. 변모하고 변장하는 능력은 신적인 능력이다.
에우마이오스와 필로스에서 온 전령이 페넬로페에게, 텔레마쿠스가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구혼자들은 그 소식에 매우 당황한다. 구환자들은 모임장에 모여서 신이 텔레마쿠스의 생명을 살려준 것을 불평하고 있다. 안티노오스(Antinous)는 텔레마쿠스를 쥐도새도 모르게 죽이자고 하고, 암피노모스(Amphinomus)는 좀 더 신중한 입장을 취해서 신들이 살해를 허용해야 그 왕자를 죽일 수 있다고 제안한다. 구혼자들은 후자의 신중한 안을 채택한다. 신의 뜻에 거슬러서 왕자를 죽이려고 하는 구혼자들의 계획은 신을 무시하는 처사이고 어리석은 짓이었다. 신을 거스르는 인간의 계획은 무모하고 위험하고 어리석다. 안티노오스는 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폭력적이다.
안티노오스의 죽이자는 제안: " 사람들이 우리의 악독한 행위를 듣는다면 사람들을 야기할 것이며, 우리를 고장에서 몰아내어 이방인의 땅으로 추방하고 말 것이오. 자, 급히 서둘러 시내에서 먼 들이나 아니면 적어도 길에서라도 그 자를 붙들어 죽이도록 합시다. 그리고 그놈의 소유물이나 재산을 우리끼리 골고루 배당하여 나누어 갖도록 합시다."
암피노모스의 온전한 절충안: "아니, 동지들 난 텔레마코스를 살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한 왕을 살해함은 무서운 일인 것이오. 적어도 우선 신들께 지시를 구해야 하오. 그래서 만일 전능하신 제우스 신의 계시가 승인을 한다면, 나 자신도 살해하는 몫에 끼어들 것이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당부할 것이오. 그러나 신들께서 우리를 외면하실 경우에는 그대들에게 삼가도록 경고하겠습니다."
페넬로페는 자기 궁실에서 나와서 텔레마쿠스를 죽이려고 계획하는 안티노오스를 직면한다. 오디세우스의 아버지 라에르테스가 안티노오스의 아버지의 목숨을 살려준 일을 상기시키며, 오디세우스가 없는 이 때에 땅과 왕비를 빼앗으려 하는 것은 부끄러운 짓이라고 항변한다.
"안티노오스, 교만하고 교활한 그대여. 이타케 땅에서는 그대를 언변에서나 판단력에 있어서 또래 중에 가장 으뜸가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었소. 그러나 그대는 그런 위인은 결코 못 되는구려. 미치광이로다. 그대는 어인 일로 제우스 신께서 인정하고 계시는 청원을 들어주려고 하지 않고 텔레마코스를 죽음과 파멸로 빠뜨리려고 한단 말입니까? 의리를 버리고 범죄를 획책한다는 것은 모무한 짓이오. 그대 선친께서 민중의 반란을 모면하고 이곳에 피난해 계셨던 일을 잊었단 말입니까? 신친께서는 타피아 해적들과 합류하시어 우리의 동맹인 테스프로티아 사람들을 괴롭혔기 때문이죠. 그래서 민중들은 그 분을 파멸시키려고 했습니다. 생명을 앗아서는 부유하고 복된 생활을 송두리째 삼켜 버리려고 했단 말입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께서는 그들을 물리치시고 그들의 광적인 분노를 진정시키셨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배은망덕하게도 은인의 집을 삼키고, 그러고도 모자라서 부인을 괴롭히고 아들마저 살해하려고 들다니, 내게 너무하는 일입니다. 나는 그대에게 비노니, 행동을 거두고 다른 분들께도 무례를 멈추도록 명하십시오!"
배은망덕한, 은혜를 원수로 갚은 안티노오스에게 페넬로페 왕비가 항변한다. 에우리마코스(Eurymachus)는 텔레마쿠스를 해치지 않겠다고 거짓으로 페넬로페를 위안을 준다. 한편 에우마이오스는 농장으로 돌아왔고, 텔레마쿠스와 다시 거지로 변장해 있는 오디세우스와 셋이서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