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읽기 안내서
다음날 새벽에 텔레마쿠스가 도시로 들어간다. 유모 에우리클레이아가 가장 먼저 그를 알아보고 달려와 입맞추었다. 현명한 페넬로페가 내실에서 나와서 아들을 껴안고 얼굴과 두 눈에 입을 맞추고 흐느낀다. "나의 빛 텔레마쿠스, 드디어 돌아왔구나.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다." 어머니에게 헤카톰, 황소 백 마리를 제우스 신에게 올려드려 복수를 꼭 이루게 해 달라고 당부한다. 아들의 주위로 구혼자들이 몰려왔는데, 입에는 달콤한 말을 하지만 마음은 악의를 가지고 있었다(with fair words in their mouths and malice in their hearts).
아들은 어머니에게 메넬라오스에게 들은 말을 전달해준다. 오디세우스가 칼립소의 섬에 갇혀 있었으며, 고향으로 돌아올 힘도 없고, 배도 선원들도 없는 상태라고 메넬라오스에게 들었다고 말해주었다. 텔레마쿠스는 '아버지가 돌아오셨다'는 기쁨을 어머니와 나누고 싶었지만, 아직은 말할 수 없는 단계여서 '아버지의 생사를 아직 확인할 수 없었다'며 일부러 거짓말을 하고 보안을 철저히 유지한다. 텔레마쿠스와 함께 온 테오클리메노스가 예언하길, 오디세이아가 지금 이타카에 있으며, 복수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때쯤 에우마이오스와 오디세우스가 농장에서 도시를 향해서 들어갈 채비를 하고서 떠난다. 오디세우스는 거지로 변장한 채로 오고 있다. 오는 길에 낭패를 만났다. 구혼자들의 식사에 올릴 살찐 염소를 끌고 가는 돌리오스의 아들 멜란티오스(Melanthius)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가 에우마이오스와 오디세우스를 보자 욕설을 퍼부었다. 오디세우스는 피가 들끓었다. 다윗왕이 압살롬의 반란때문에 왕궁에서 피신할 때 시므이라는 사람이 다윗에게 욕설과 모욕을 퍼부은 장면을 연상했다. 염소지기(goatherd) 멜란티오스는 욕설을 길게 늘어놓고 모욕할 뿐 아니라, 발로 오디세우스 엉덩이를 차는 것이었다. 오디세우스는 달려들어 곤봉으로 때려죽일까, 아니면 번쩍 집어올려 머리통을 바닥에 박아 버릴까 생각하다가 참기로 하고 자제했다. 키클롭스에게 멋지게 보복했던 그 때는 참지 못했지만, 지금은 끝까지 잘 참고 있다. 인내는 계획을 이루는 중요한 성품이다.
두 사람이 도시에 진입하면서, 에우마이오스가 오디세우스(거지)에게 경고한다. 누군가 재미로 돌을 던져 모욕을 주거나 걷어찰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오디세우스는 수년간의 방랑 끝에 어떤 굴욕도 참을 수 있다고 말한다(Odysseus replies that he can withstand any humiliation after his years of wandering). 그들이 말하면서 도시로 들어갈 때 늙은 개 한 마리가 흙과 똥 무더기 사이에 누워있었다. 20년 전 오디세우스가 떠나기 전에 키웠던 개, 아르고스(Argos)였다. *아르고스는 100개의 눈을 가지고 잠도 자지 않고 지켜보는 그리스 신화의 거인이다. 아무도 늙은 거지로 변장한 오디세우스를 알아보지 못했는데, 늙은 개 아르고스는 즉시 주인을 알아본 후에 조용히 숨을 거둔다.
아르고스라는 완고한 오디세우스의 개였다. 주인이 멀리 떠나간 후부터는 아무도 돌봐 주지 않아서 말이나 소가 문간에 쏟아놓은 오물 더미 위나, 거름 더미 위에 버려져서 누워 있는 것이었다. 아르고스는 말할 수 없이 더러운 곳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이제 가까이서 오디세우스를 보더니 꼬리를 흔들며 양쪽 귀를 내려뜨렸다. 그렇지만 주인에게 다가올 힘이 없었다. 오디세우스는 외면하고 눈물을 닦았다. 재빨리 에우마이오스의 눈을 피하여 곧장 다음과 같이 말했다.
늙은 거지 오디세우스: "에우마이오스여, 이 개가 오물 더미에 누워 있다니 이상도 하구려. 생김도 훌륭한데요. 잘 생긴 모습에 어울리도록 걸음도 빠른지, 주인들 눈요기로 놔둔 애완용일 따름인지 모르겠군요."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 "아, 그렇군요. 이 개로 말씀드리자면 만리타국에서 세상을 떠난 분의 개입니다. 오디세우스께서 남겨두고 트로이로 떠나실 때처럼 생김새나 동작이 훌륭하다면, 이 개의 잽싼 속력이나 힘을 보시고 더욱 놀라실 것입니다. 깊은 숲 속에서라도 저놈에게 들키기만 하면 달아난 짐승이 없었고, 그 누구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답니다. 냄새 또한 예리하게 맡았습니다. 주인은 낯선 땅에서 숨을 거두시고, 게으른 부인네들은 누구 하나 더 이상 돌봐 주지 않는답니다. 종들이란 주인의 감시를 벗어나면 의무를 이행하려고 들지를 않는다니까요. 아, 전지전능하신 제우스 신께서는 노예로 전락하는 날부터 인간의 가치를 절반은 빼앗아 가는가 봅니다." 이십 년 만에 오디세우스를 보는 순간 개는 죽음의 암흑을 맞았다.
오디세우스가 집에 돌아왔다. 집을 회복하려는 소망때문에 그의 교만과 영웅심을 억누르고, 모든 고난과 굴욕을 참을 수가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신들의 시련과 연단을 겪어서 이리저리 던져졌다. 이제는 더 이상 보호할 아무런 허영도 남지 않았다. 오디세우스의 유일한 소망은 자기 허영이나 교만이 아니라 집안과 가족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그를 보자 숨을 거두며 죽어가는 아르고스(개)를 보면서 그 꿈이 실현되기 시작했다.
늙은 거지 오디세우스가 자기 집에 20년 만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오디세우스는 지팡이에 기대어 있고 늙고 추한 거지꼴을 하고 있고 차림새는 비참할 정도였다. 아들 텔레마쿠스가 에우마이오스에게 오디세우스(거지)에게 음식을 전달하며 식탁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더 얻도록 하라고 지시한다. 텔레마쿠스가 에우마이오에게 지시한다.
"이걸 가져다가 저 손님에게 드리도록 하오. 그리고 그분께 일러 모든 구혼자들께 돌아다니며 구걸을 하도록 하시오. 수줍어한다는 것은 아쉬운 자에게는 이롭지 못한 법이라오."
돼지지기는 오디세우스에게 수줍어하지 말고 돌아다니며 구걸을 하라고 말한다. 오디세우스가 자기 집에서 거지꼴로 구걸을 하고 다니다니 눈물나는 장면이다. 홀 안에는 악사가 한창 노래를 부르고, 구혼자들은 거지로 변장한 오디세우스의 집에서 맘껏 떠들며 음식을 축내고 있었다. 주객이 전도되었다. 그가 주인인 줄 모르고, 구혼자들이 '그가 누구냐, 어디서 왔느냐'고 서로 묻는 장면이 어이가 없다. 이때 아테나 여신이 오디세우스를 도와서 누가 음식을 줄 착한 사람인지 누가 무례한 사람인지 구분하도록 지혜를 주었다. 대부분의 구혼자들이 거지를 불쌍히 여기 음식을 주었지만, 안티노오스는 에우마이오스에게 화를 내며 왜 이상한 거지를 데려와서 잔치를 망치느냐고 짜증을 내면서, 진짜 왕인 오디세우스에게 의자를 집어던졌다.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이번에도 또다시 분노를 참아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안티노오스와 오디세우스가 격론을 벌인다.
안티노오스: "어느 신께서 이따위 기생충을 보내어 우리의 이 연회를 망쳐놓는단 말인가? 내 식탁에서 물러나 저 중앙에 가서 서 있거라."
오디세우스: "당신은 댁에서도 남에게 소금 한 톨 안 주는 사람, 남의 식탁에 앉아서도 나에게 빵 한 쪽 집어줄 생각도 않으시다니. 많이도 쌓여 있는데 말입니다."
안티노오스: "나를 조롱하다니, 네가 곱게 이 집을 떠날 것인지 볼 것이다."
오디세우스: "제 말씀은 들으십시오, 고명하신 왕비님은 구혼객들이시여. 그리고 제 심중에 품은 말씀을 올리도록 해 주십시오. 정말로 소나 하얀 털박이 양, 이런 자기의 재산 때문에 싸우다가 얻어맞는다는 것은 서럽지 않으나, 지금 안티노오스께서는 인간에게 그토록 많은 재난의 화근을 가져다주는 저의 굶주린 창자 때문에 저를 갈기셨습니다. 만일 거지를 위하여 신이 계셔서 분노를 느끼신다면, 안티노오스에게 혼례식 전에 죽음을 면치 못하게 해 주십시오."
안티노오스: "이 거지야, 조용히 앉아서 처먹기나 해. 그러지 않으려면 딴 곳으로 꺼지란 말이야. 그따위 소리를 지껄이다가는 이 젊은이들이 손발을 묶어 집에서 끌어내어 껍데기를 벗겨놓을 테니."
오디세우스는 안티노오스가 신의 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구혼자들도 신들이 나그네를 학대하는 안티노오스를 벌할 것이라는 사실에 동의했다. 안티노오스는 발 받침대를 집어 들어서 오디세우스의 오른쪽 어깨 척추 부분을 후려쳤다. 오디세우스는 바위처럼 우뚝 서 있었다. 안티노오스의 일격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들 텔레마쿠스는 아버지가 학대받는 것을 보고서 괴로워했으나, 역시 자신의 감정을 참는다. 에우마이오스는 왕비에게 짧게 말하고서 다시 농장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오디세우스와 텔레마쿠스는 구혼자들과 함께 왕궁에 남게 된다. 아버지와 아들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모든 굴욕을 참아내고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영광을 드러내는 것을 절제하고, 허영을 억누르고 있다.
오디세우스가 이 나라의 왕이다. 그러나 지금 늙은 거지로 변장하여 이 나라를 집어삼키려는 구혼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구걸을 한다. 오디세우스가 구혼자들을 개별적으로 테스트하는 것인데, 구혼자들 집단은 이미 유죄이다. 그들의 불명예스러운 행동으로 오디세우스를 알아보지 못하고 무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