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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Nov 25. 2021

왜 신화와 철학을 알아야 하나?

뮈토스와 로고스, 신화와 철학 이야기

1988년에 PBS 다큐멘터리로 미국의 유명 방송인 빌 모이어즈와 죠셉 캠벨의 대담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것은 이후에 《신화의 힘》(The Power of Myth)이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 유학시절에 이 대담프로그램을 대학교 도서관에서 비디오로 찾아서 봤다. 막연했지만 그저 그것을 듣고 있었다. 그땐 잘 모르면서 시청하기만 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알고 싶어도 헷갈리기만 하고 잘 모르겠다. 올림푸스의 12신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사람인지 신인지 모호했지만, 그 모호함을 동경하고 사랑했다. 알고 싶었다. 마치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가 조국을 구하려 크레타 섬에 괴물 미노타우르스를 죽이러  미궁(迷宮, labyrinth)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따라서 미궁에서 무사히 나올 수 있었듯이, 최근 나도 신화에 대한 무지라는 미궁에서 탈출하고자 한줄의 실타래를 따라가면서 '그리스 신화'에 대한 무지의 미로를 탈출하는 중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영어로 소개한 토마스 불핀치는 신화를 알지 못하면 아름다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삶에서 재산을 늘리거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지식만이 유용하다면 신화는 별 쓸모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를 더 행복하고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지식이 꼭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신화는 아주 중요하고 유용한 지식이다. 고대 신화는 문학의 원천이고 문학이야말로 덕을 기르고 행복을 키우는 우리 삶의 고귀한 밑거름이기 때문이죠. 신화를 알지 못하면  아름다운 문학작품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감상하기가 어렵답니다."

신화를 알지 못하면  아름다운 문학작품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감상하기가 어렵답니다.


왜 신화(뮈토스)를 알아야 하나?


《신화의 힘》이라는 방송대담을 보면서 인상깊었던 것은 첫 장면이다. 사회자가 핵심 질문을 던진다.  "왜 하필 신화입니까? 왜 신화에 신경을 써야하죠? 신화와 우리 삶과 무슨 상관이 있죠?"(Why myths? Why should we care about myths? What do they have to do with my life?) 그 때 켐벨은 이렇게 대답한다. "계속해서 당신의 삶을 사세요. 그게 좋은 삶인 거죠. 신화를 배울 필요는 없어요(Go on, live your life, it's a good life, you don't need mythology)."


이와 같은 켐벨의 대답은 불친절한 듯하다. 우리가 왜 신화를 공부해야 하는지 질문하자, '당신이 잘 살고 있다면 신화를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돼지에게 진주를 던질 필요가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관심도 없이 억지로 공부를 시킬 의도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신화, 뮈토스(Mythos)는 우리가 찾지 않아도 우리의 무의식과 문화와 예술 속에 이미 있는 공기와도 같은 존재인데 그것을 찾는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는 뜻이리라. 신화는 정신의 문헌(the literature of the spirit)이다. 로고스(Logos)는 논증하는 말이고 뮈토스는 이야기하는 말로서, 세계의 근원과 인간 존재의 진리를 규명하는 상호보완적인 방식이다. 내가 지금 여기 살아 있는데, 로고스와 뮈토스를 일부러 공부할 의무를 느낄 필요가 무엇인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만일 삶을 제대로 의미있게 잘 살고 있다면.



왜 철학(로고스)를 알아야 하나?


'왜 신화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켐벨의 대답은 '왜 철학인가?'에 대한《소피의 세계》에 나오는 선생님의 답이 떠오른다. "누구도 너한테 철학을 좋아하라고 강요하진 않아. 하지만 철학은 중요해. 철학은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를 다루니까. 그런 건 학교에서 배우지 않잖아?" (《소피의 세계》2권, 45쪽)


결국 존재의 근원, 진리의 근원에 대한 물음에서 뮈토스와 로고스에 관심을 가진다. 독일의  문학가 괴테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 3,000년을 설명할 수 없는 이는 하루하루를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채 살아가게 되리라."


결론은 삶의 의미이다. 의미있게 사는 것이다. 진리 안에서 해방된 삶을 사는 것이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하게 하리라.' 신화를 알면 예술과 문학과 철학이 보이고, 사람과 세상이 보인다. 특히 신화는 인간의 무의식의 세계를 조명해준다. 윤리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는 원시 세계 그대로를 보여준다.


뮈토스와 로고스는 서로 대립한다기보다 존재의 근본을 찾아가고 인간의 삶의 의미를 찾는 두 가지 방법이다. 둘은 상호보완적이다.


94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유학갔을 때 대학  도서관에서 비디오와 오디오로 된 동영상 자료들을 빌려보았다. 책을 읽기보다는 그게 편할 것 같고 진귀하고 흥미로운 자료들을 닥치는 대로 접하고 싶었다. 도서관의 다양한 자료들을 접하면서 풍성한 요리 앞에서 무엇을 먹을까 즐거운 고민을 하는 듯한 체험을 했다.

이 사진은 아리아드네와 테세우스이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따라서 테세우스가 미궁을 빠져나오듯이 신화와 철학도 안내를 받으며 나가면 지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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