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니 푸치를 벌하는 카쿠스(켄타우로스)
반니 푸치가 하나님을 저주하자 뱀 한 마리가 즉시 그의 목을 휘감고 두 팔을 친친 감아서 머리와 꼬리로 묶어버린다. 감히 더 이상 하나님을 모욕하지 못하게 한다. 단테는 감히 하나님께 이토록 무례한 자를 보지 못했다. 단테는 그런 불경스러운 반니 푸치를 가증히 여겨서 그의 고향 도시인 피스토야(Pistoia)가 불타서 재로 되기를 바랐다. *단테가 피스토야를 싫어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곳은 기벨린당의 근거지이며 당쟁이 생긴 곳이다. 다른 뱀들도 하나님에게 저항하고 도전은 반니 푸치를 감았다.
반니 푸치가 정신없이 도망치자, 뱀들 잔뜩 달라붙은 상태로 켄타우로스(반인반마) 한 마리가 나타났다. 보통 켄타우로스는 앞의 제11, 12곡에서 폭력지옥(제7환)에 있는데, 이 켄타우로스는 도둑의 죄를 짓고 이곳에 와 있다. 스승은 그가 헤라클레스의 소떼를 훔쳤고 많은 사람을 죽여서 헤라클레스의 몽둥이 10대를 맞고 죽었으나 90대를 더 맞은 켄타우로스 카쿠스(Cacus)라고 단테에게 알려주었다. 그 카쿠스가 반니 푸치를 쫓고 있었다. 날개를 편 용 한 마리가 카쿠스의 목덜미에 타고 앉아 망령들에게 닥치는 대로 불을 뿜고 있었다.
세 혼령이 나타났다. 아뇰로, 부오스, 푸초 시안카토이다. 이들은 피렌체의 대도(大盜)들이다. 이 두 시인에게 다가와서 '누구냐?'고 묻는다. 그때 단테는 무시무시하고 처참하며 기이한 광경을 목격한다. 말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뱀과 사람이 서로 몸을 바꾸고 변신하는 광경을 묘사한다.
발이 여섯인 뱀(친파)이 한 망령(아뇰로)을 덮친다.
발이 여섯 달린 뱀 형상(친파, Cianfa)을 한 괴물이 세 명 가운데 하나(아뇰로)에게 달려들어 온 몸을 휘감고 달라붙는다. 담쟁이덩굴이 휘감는 것보다 더 심하게 얽어매었고, 뜨거운 초가 흘러내리듯 두 몸은 서로 달라붙더니 색깔이 뒤섞여 본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변형되었다.
둘의 머리는 하나가 되었고, 뒤섞인 두 몸에서는 두 얼굴이 있던 자리에 하나의 얼굴이 생겨났다. 뱀의 앞발과 인간의 두 팔이 사지가 되고, 허벅지와 다리, 배, 가슴은 한 번도 못 적이 없는 모습으로 변했다. 그 기괴한 형상을 한 괴물은 느릿느릿 걸어서 사라졌다.
다른 한 망령(부오소)의 배꼽으로 뱀이 전광석화처럼 들어간다.
전광석화처럼 재빠르게 도마뱀처럼 생긴 새끼뱀 한 마리(프란체스코 데이 카발칸티)가 부오소 도나티의 배꼽을 찌르고 그의 앞에 자빠진다. 부오소는 상처에서, 뱀은 입에서 서로를 마주하며 연기를 내뿜는다.
*단테는 이 대목에서 자신이 루카누스(Lucan)와 오비디우스(Ovid)의 변신을 묘사한 것보다 더 낫다고 자랑한다. 오비디우스의 '변신(metamorphosis)'에서 테베의 건설자 카드모스가 뱀으로 변하는 것과 아레투사가 샘으로 변하는 것을 묘사하는데 그보다 단테가 더 잘 묘사한다고 자랑을 한다. *아레투사는 디아나를 모시는 여신 중 하나였는데, 강의 신 알페이오스의 사랑을 받아 쫓기다가 디아나에게 부탁하여 샘이 되었다.
그 망령은 뱀이 되고, 뱀은 망령으로 서로 몸을 바꾸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진다. 그 망령은 뱀이 되어 혀를 날름거리며 떠났고, 뱀은 망령이 되어 '부오소(Buoso)'라고 이름을 부르며 추격한다. 세 번째 망령은 변신하지 않고 도망을 친다. 그는 피렌체의 도둑 푸초 시안카토(Puccio Sciancato)였다. 그런데 인간이 뱀이 되고, 뱀이 인간이 되는 몸을 도둑질 당하는 형벌은 영원히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