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곡 도둑들, 몸을 뱀에게 빼앗기는 형벌

반니 푸치를 벌하는 카쿠스(켄타우로스)

by 오르 Ohr

도둑이 당하는 형벌 몸을 뱀에게 빼앗기는 형벌이다. 그리스도인은 예수와 연합하여 인격과 개성이 있지만, 도둑은 뱀과 결합하여 개성과 인격이 없이 몸을 빼앗기는 고통과 형벌을 영원히 반복한다.



반니 푸치를 벌하는 카쿠스(켄타우로스)


D7Z60oDWsAEMrDD (1).jpg 반인반마인 켄타우로스 카쿠스와 그의 목덜미에 탄 용같은 괴물이 반니 푸치(Vanni Fucci)를 공격한다. 지옥편 제25곡.


반니 푸치가 하나님을 저주하자 뱀 한 마리가 즉시 그의 목을 휘감고 두 팔을 친친 감아서 머리와 꼬리로 묶어버린다. 감히 더 이상 하나님을 모욕하지 못하게 한다. 단테는 감히 하나님께 이토록 무례한 자를 보지 못했다. 단테는 그런 불경스러운 반니 푸치를 가증히 여겨서 그의 고향 도시인 피스토야(Pistoia)가 불타서 재로 되기를 바랐다. *단테가 피스토야를 싫어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곳은 기벨린당의 근거지이며 당쟁이 생긴 곳이다. 다른 뱀들도 하나님에게 저항하고 도전은 반니 푸치를 감았다.


반니 푸치가 정신없이 도망치자, 뱀들 잔뜩 달라붙은 상태로 켄타우로스(반인반마) 한 마리가 나타났다. 보통 켄타우로스는 앞의 제11, 12곡에서 폭력지옥(제7환)에 있는데, 이 켄타우로스는 도둑의 죄를 짓고 이곳에 와 있다. 스승은 그가 헤라클레스의 소떼를 훔쳤고 많은 사람을 죽여서 헤라클레스의 몽둥이 10대를 맞고 죽었으나 90대를 더 맞은 켄타우로스 카쿠스(Cacus)라고 단테에게 알려주었다. 그 카쿠스가 반니 푸치를 쫓고 있었다. 날개를 편 용 한 마리가 카쿠스의 목덜미에 타고 앉아 망령들에게 닥치는 대로 불을 뿜고 있었다.



세 혼령들의 변신, 피렌체의 대도(大盜)

kochthieves.jpg 지옥편 제25곡, 뱀지옥-도둑들. 다리가 여섯인 뱀이 도둑 아놀료(Agnolo Brunelleschi)를 공격하는 모습

세 혼령이 나타났다. 아뇰로, 부오스, 푸초 시안카토이다. 이들은 피렌체의 대도(大盜)들이다. 이 두 시인에게 다가와서 '누구냐?'고 묻는다. 그때 단테는 무시무시하고 처참하며 기이한 광경을 목격한다. 말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뱀과 사람이 서로 몸을 바꾸고 변신하는 광경을 묘사한다.


발이 여섯인 뱀(친파)이 한 망령(아뇰로)을 덮친다.


발이 여섯 달린 뱀 형상(친파, Cianfa)을 한 괴물이 세 명 가운데 하나(아뇰로)에게 달려들어 온 몸을 휘감고 달라붙는다. 담쟁이덩굴이 휘감는 것보다 더 심하게 얽어매었고, 뜨거운 초가 흘러내리듯 두 몸은 서로 달라붙더니 색깔이 뒤섞여 본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변형되었다.


둘의 머리는 하나가 되었고, 뒤섞인 두 몸에서는 두 얼굴이 있던 자리에 하나의 얼굴이 생겨났다. 뱀의 앞발과 인간의 두 팔이 사지가 되고, 허벅지와 다리, 배, 가슴은 한 번도 못 적이 없는 모습으로 변했다. 그 기괴한 형상을 한 괴물은 느릿느릿 걸어서 사라졌다.


다른 한 망령(부오소)의 배꼽으로 뱀이 전광석화처럼 들어간다.


전광석화처럼 재빠르게 도마뱀처럼 생긴 새끼뱀 한 마리(프란체스코 데이 카발칸티)가 부오소 도나티의 배꼽을 찌르고 그의 앞에 자빠진다. 부오소는 상처에서, 뱀은 입에서 서로를 마주하며 연기를 내뿜는다.


*단테는 이 대목에서 자신이 루카누스(Lucan)와 오비디우스(Ovid)의 변신을 묘사한 것보다 더 낫다고 자랑한다. 오비디우스의 '변신(metamorphosis)'에서 테베의 건설자 카드모스가 뱀으로 변하는 것과 아레투사가 샘으로 변하는 것을 묘사하는데 그보다 단테가 더 잘 묘사한다고 자랑을 한다. *아레투사디아나를 모시는 여신 중 하나였는데, 강의 신 알페이오스의 사랑을 받아 쫓기다가 디아나에게 부탁하여 샘이 되었다.


그 망령은 뱀이 되고, 뱀은 망령으로 서로 몸을 바꾸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진다. 그 망령은 뱀이 되어 혀를 날름거리며 떠났고, 뱀은 망령이 되어 '부오소(Buoso)'라고 이름을 부르며 추격한다. 세 번째 망령은 변신하지 않고 도망을 친다. 그는 피렌체의 도둑 푸초 시안카토(Puccio Sciancato)였다. 그런데 인간이 뱀이 되고, 뱀이 인간이 되는 몸을 도둑질 당하는 형벌은 영원히 반복되고 있다.

canto-25.jpg 지옥편 제25곡, 뱀지옥-도둑들. 다리가 여섯인 뱀이 도둑 아놀료(Agnolo Brunelleschi)를 공격하는 모습 WILLIAM BLAKE, 1827


사람⇔ 뱀의 변신


도적놈은 제 것과 남의 것이 구분이 없다. 인간이 아니며 짐승이다. 그리스도인은 예수와 연합하여 각각 개성을 존중하고 인격이 있다 하지만 도둑놈은 뱀과 결합하여 개성도, 인격도 없다. 인간이 짐승으로, 짐승이 인간으로 끊임없이 변신하는 고리를 끊는 길은 하나님께 대한 회개와 예수께 대한 믿음 뿐이다.


canto-25-22the-punishment-of-the-thieves22-william-blake.jpg 지옥편 제25곡. 도둑들에게 임하는 형벌. 윌리엄 블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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