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곡 사기지옥의 도둑들- 뱀지옥

지옥 8환 7낭, 뱀지옥

by 오르 Ohr

베르길리우스, 인간의 이성과 지혜 상징


두 시인은 사기지옥(제8환)의 제7낭(구렁)에 와있다. 이곳은 뱀들이 득실거리는 지옥이다. 각종 뱀들이 바닥에 우글우글하다. 도둑의 망령들이 뱀에게 형벌을 받고 있다. 악마에게 속은 줄 알고 베르길리우스(23곡)의 심기는 불편했다. 그가 평정을 회복하자 온화한 얼굴로 단테를 대해준다(21행).


*베르길리우스의 심기가 불편한 이유는 마귀들에게 속아서 길을 제대로 인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르길리우스는 길 안내자일 뿐만 아니라 영적인 안내자이며, 인간의 이성과 지혜를 상징한다. 영적 여행을 할 때 인간의 이성과 지혜는 한계가 있고 신의 은총이 필요함을 암시하고 있다. 베르길리우스는 안내자 역할에 몇 차례 실패하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두 시인은 끊어진 다리로 갈 수 없어지자, 스승은 한 바위의 꼭대기 쪽으로 그를 높이 들어 올리며, 저리로 타고 올라가라고 명한다. 베르길리우스는 육체가 없으니 '무게가 없지만', 단테는 육체가 있으니 바위에서 바위로 올라가느라 지쳐 있었다. 오르자마자 너무 지쳐서 그만 주저앉아 버린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를 훈계하며 힘을 실어준다.


“지금이야말로 네가 게으름을 던져 버려야 할 때구나. 깃털 방석을 깔고 앉거나 비단 이불을 덮고 자면서는 명성을 얻지 못한다.”


명성 없이 인생을 낭비하는 자는

공중의 연기나 물 위 거품과 같은

흔적만을 세상에 남길뿐이니라.


자, 일어나라! 무거운 육체에 눌려

주저앉지 않으려면, 모든 전투를

승리하는 정신으로 호흡곤란을 이겨 내라.


우린 더 높은 계단까지 가야 한다.

그놈들을 따돌렸다고 모두 끝난 것이

아니다. 내 말을 이해했다면 힘을 내라.


지옥편 제24곡. 베르길리우스가 지친 단테를 독려하다.


앞에서의 길들보다 더 힘들었지만 그의 길을 간다. 바로 이때 바닥(일곱째 구렁)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아래를 내려다보았으나 전혀 분간할 수가 없다. 이어서 일곱째 낭과 여덟째 낭을 갈라놓는 가장자리(아취)에 이르게 된다. 형벌받는 도적들의 모습을 보려고 제7낭(구렁)의 다리를 건너 제방(堤防) 아래로 내려간다.



8환 7낭, 도둑이 가는 뱀지옥

inf.24.jpg 사기지옥(제8환), 제7낭, 뱀들의 지옥-도둑들이 가는 곳



거기서 흉측하고도 징글징글한 각종 뱀들을 본다. 죄인들의 손이 뒤로 젖혀져 뱀들로 묶여 있고, 발도 묶여 있다. 차마 형용할 수 없는 어떤 비참한 죄인의 모습을 보게 된다. 뱀 하나가 날라 오더니 죄인의 어깨 사이의 목을 물어버린다. 놀랍게도 그 순간 그 영혼이 불에 타서 재가 되어버린다.


그런데, 그 재가 다시 모아져서 500년 만에 재에서 되살아나는 불사조(Phoenix)처럼 순식간에 재로 변해 없어졌다가 몸으로 다시 나타난다. 이처럼 도둑질한 죄인들은 뱀에게 물리고 불에 타서 사라지는 고통을 영원한 반복하고 있다. 자신의 몸을 도둑질 당하는 형벌이다.


뱀은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미움의 대상이다. 뱀은 간계, 음험함과 증오의 표상이다. 도둑은 지옥에서 뱀에게 물리고 끔찍한 고통을 당한다. 특히 도둑은 자신의 몸을 도둑질당하는 영원한 형벌을 받는다.



반니 푸치, 피사토이아 대성당의 성물도둑


500년 만에 재에서 불사조로 일어난다고 하는데, 뱀에게 물리고 불타서 재가 되었다가 다시 몸이 된 그 죄인이 누구인가? 바로 토스카니 출신의 파시토이아(Pistoia) 사람 반니 푸치(Vanni Fucci)였다. 단테는 그 죄인이 살았을 때 포악한 사람이란 것을 알았노라고 선언하자, 그 죄인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났음을 알고 수치감을 느낀다. 그는 자기의 피스토이아의 대성장에서 성물을 훔친 죄로 도둑의 지옥에 떨어졌다고 고백한다.


반니 푸치는 단테에게 자신의 수치감을 앙갚음하듯이 독설을 퍼붓는다. 피사토이아(Pistoia)에서 단테가 속한 백파의 겔프당이 흑파의 겔프당에 패배해서 쫓겨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네게 고통이 있도록 내가 그걸 말했도다!"

images.jpg 지옥편 제24곡. 반니 푸치. 뱀에게 공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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