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8곡 6낭 위선자, 가야바 대제사장
사기지옥 제6낭은 위선자들의 구덩이이다. 위선자들은 겉은 금칠을 하고 속은 납으로 된 망토를 입고 천천히 걸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겉은 황금색처럼 화려하고 유려한 체 하지만, 속은 무거운 납덩어리처럼 어둡고 무겁다. 위선자들이 받는 형벌은 금칠한 무거운 납덩어리 옷을 입고 힘겹게 걷는 것이다. 진리이신 예수님을 재판에 넘겨 죽게 한 대제사장 가야바(Caiaphas)를 여기서 만날 수 있다.
마귀들(말라브란케)로부터 몸을 숨긴 두 사람은 마치 수도사처럼 각자 떨어져서 걷는다. 단테는 앞에서 일어난 두 마귀가 서로 싸우다가 역청 연못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생쥐와 개구리'의 이솝우화를 연상하게 한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단테가 이솝우화를 말하는 것이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그 우화에서 개구리와 생쥐는 친구였다고 원수가 되어, 개구리가 생쥐를 죽이려고 갈대로 묶어서 연못을 건너다가 생쥐를 익사시켰지만, 독수리에게 둘 다 잡혀먹히는 신세가 된 것처럼, 두 시인도 악마들에게 잡아먹힐 것만 같은 두려움이 몰려왔다. 단테는 자신들의 상황이 생쥐와 개구리의 신세와 유사하다고 느낀 것이다. 독수리가 개구리를 잡았는데 생쥐도 잡아간 것처럼, 악마들이 단테를 잡아가는데 거기에 보너스로 자신의 스승(안내자) 베르길리우스까지 잡아가리라는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그 악마들은 우리 때문에 (치암폴로의) 속임수에 넘어가고 나가떨어지고 조롱거리가 되었으니 분명히 엄청 화가 났을 테고, 천성적으로 사악한데 화까지 난 악마들은 산토끼를 물어뜯는 사냥개처럼 더 악독하게 우리를 쫓아오리라.'고 단테는 생각했다.
지옥편 제23곡.
스승은 탈출계획을 말한다. 이 아래에 있는 경사를 타고 다음 구덩이로 갈 수 있다고 말하는 순간, 악마들이 단테를 덮치러 몰려온다. 악마들의 습격에 스승은 단테를 끌어안고 경사로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마치 불속에서 아이를 안고 뛰쳐나오는 어머니같다고 표현한다. 스승은 단테를 아들이라고 부르는데, 이제는 어머니 역할까지 하게 된 것이다. 지옥의 제6옥으로 달아나자 악마들은 그 경계를 벗어날 수 없어서 추격을 포기하게 된다.
사기지옥(제8환)의 6낭에는 죄인들이 모자가 달린 망토를 입고 모자를 쓴 채로 울면서 행렬을 지어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옷은 겉은 금칠을 했지만 속은 납으로 되어서 아주 무거운 옷이다. 이는 외식하는 자들이 겉으로는 화려하게 하지만 속은 다른 양면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위선자들은 겉은 밝게 하지만 실상은 고통스럽고 평안이 없고 무거운 고통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시인이 합류하며 걸으면서 말하는 토스카나(탈리아어) 말을 듣고, 두 죄인이 다가와 '너는 왜 이렇게 빨리 걷느냐?'면서 말을 걸어온다. 이들은 수도사 제복의 띠를 두르고 있었다. 단테는 자신을 피렌체 출신의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그 영혼들이 받는 형벌에 대하여 묻는다. 이들은 볼로냐 출신으로 '성모 마리아 기사단' 소속의 수도사 카탈라노(Catalano)와 수도사 로데링고(Loderingo)라고 밝힌다. 카탈리노는 교황파 가문 출신이고, 로데링고는 황제파 가문 출신이었다. 서로 다른 당파출신인데, 이들은 일방적으로 교황의 편을 들어 피렌체의 황제파 세력과 전쟁을 벌였고, 그 결과 주요 황제파 가문들이 자리잡고 있던 도시인 가르딩고가 완전히 파괴되었다. 종교의 가르침과을 배반하고 불화를 조장한 두 수도사는 위선의 죄로 지옥에 오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단테는 카탈라노와 로데링고에게 욕을 바가지로 퍼부으려다가 새로운 죄인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 죄인은 재판에서 예수님을 신성모독의 죄로 몰아서 십자가형을 당하도록 했던 대제사장 가야바(Caiaphas)였다. 가야바는 안나스의 사위인데, 예수님은 안나스에 의해 재판을 받고 다음으로 가야바의 재판을 받았고 최후에 빌라도의 재판을 받고 십자가 처형을 당하셨다.
종교인으로서 위선의 죄로 받는 가야바의 형벌은 사기지옥 제6낭의 바닥에 세 개의 못에 박혀 땅에 누워 있다. 지나가는 행렬의 모든 사람이 그를 밟고 지나가는데, 위선의 죄에 대하여 밟고 가는 모든 혼령들의 무게를 영원토록 견디어야만 하는 형벌을 받는다.
스승은 두 수사에게 제6낭을 빠져나가는 길을 묻자, 카탈라노가 대답하길, 근처에 바위가 있는데 그 바위를 올라가면, 거기에 구렁으로 가는 다리가 끊겨 있지만, 바닥과 기슭에 쌓인 폐허들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해준다. 수도사들이 다음 구렁으로 넘어가는 또다른 돌다리가 없다는 것을 전해 듣고 마귀대장 말라코다가 한 말이 거짓임을 알고 분노한다. 원래 마귀의 주특기는 거짓말이다. 베르길리우스는 화가 나서 말도 안하고 앞으로 걸어가고, 단테가 뒤따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