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곡 사기지옥 제5낭 나바르의 치암폴로의 익살극

8환 5낭, 사기지옥, 치암폴로의 익살극

by 오르 Ohr

마귀들의 행렬

(말라코다가 방귀로 신호를 보내자 나머지 악마들이 입으로 비슷한 소리를 내며 화답했다.) "내 일평생 동안 전투에 나선 적 몇 번 있지만 이런 기이한 나팔소리에 병사들이 발맞춰 움직이는 건 처음이다."


단테는 여러 행렬을 봤지만 마귀들과 두 시인이 행렬하는 광경은 생전 처음이었다. 걸어가면서 죄인들이 펄펄 끓는 끈적끈적한 역청의 강에서 나오려고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것은 마치 개구리처럼 목만 내밀고 있다가, 마귀들을 보자 허겁지겁 역청 속으로 몸을 숨긴다. 왜냐하면 마귀들은 갈고리와 쇠꼬챙이로 그들을 찌르고 괴롭히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두려움에 도망을 친 것이다.



나바르의 치암폴로(Ciampolo)

SE-a1c369b2-f97d-4283-967c-54a5eb9e4521.jpg 지옥편 제22곡. 나바르의 치암폴로(Ciampolo). 괴롭히기 좋아하는 마귀들이 치암폴로를 꼬챙이로 끌어냈다.

마귀 중 하나가 갈고리고 한 혼령의 머리카락을 꿰어서 그를 구덩이에서 끌어냈다. 마귀는 그의 가죽을 벗기며 즐거워했다. 베르길리우스는 그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그는 나바르(Navarre,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 북부에 걸쳐 있는 왕국)에서 왔다고 대답한다. 그는 이름은 치암폴로(Ciampollo)인데 두 시인과 대화하고 싶어했고 자신의 생애를 말하기 시작하는데, 악마 치리아토('맷돼지')가 이빨로 치암폴로를 물어뜯고 악마 리비코코('뜨거운 바람')가 작살로 그의 팔에서 살점을 찍어내고 악마 드라기냐초('괴수 용')가 다리를 후려친다. 이 때 마귀 대장인 바르바리치아('사악한 꼬리')가 "내꺼야"하고 치암폴로를 독차지해서 두드려 패기 전에, 베르길리우스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겠다며 선심을 쓰듯 말한다. *여기서 악마들은 고문하고 괴롭히기를 즐기고 있는데, 지옥의 무시무시한 형벌과 고통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갈루라의 고미타 수사(Friar Gomita)


이 구렁에 다른 이탈리아인들(토스카나 출신들)이 더 있느냐?

베르길리우스가 치암폴로에게 묻는다.


치암폴로는 대답한다. 토스카나는 아니고 주변지역의 인물들이 몇 명 더 있다고 말한다. "그들을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스승이 묻자, "가능한데, 그러려면 주변의 마귀들이 자리를 피해 주어야 한다. 죄인들이 밖으로 나오면 마귀들에게 고통을 당하기 때문에 마귀들이 있는 상황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마귀들이 자리를 피하면, 내가 휘파람을 불면 죄인들이 밖으로 나온다. 우리는 휘파람으로 마귀들의 동태를 서로 연락한다."고 대답한다.


치암폴로가 말하는 이탈리아의 죄인들은 갈루라의 고미타(Gomita) 수사와 사르디니아 출신의 미켈레 찬케가 있다. 고미타 수도사 니노 비스콘티 아래 부관직을 지내며 뇌물수수, 관직 매매 등의 부정부패에 연루된 인물이고, 미켈레 찬케고미타와 서로 고향이야기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단테 시절에 유명했었나 보다.



익살극: 악마들을 속인 치암폴로


Canto-XXII.jpg 지옥편 제22곡. 노리개였던 치암폴로를 놓친 마귀 알리키노와 칼카브리나가 서로 싸운다.


치암폴로에게 속아서 그를 놓친 마귀들 알리키노('장난꾸러기 요괴') 칼카브리나가 서로 다투다가 역청 늪에 빠져서 다른 마귀들이 그들을 구출하는 해프닝이 벌어진다.


마귀 카냐초('크고 사나운 개')가 치암폴로가 꾀를 쓰는 것을 듣고서 화를 내면서, "치암폴로가 역청으로 빠져서 도망치려고 속임수를 쓴다"고 한다. 그러자 마귀 알리키노('장난꾸러기 요괴')가 "그는 결코 도망치지 못한다"고 장담하면서 다른 마귀들과 내기를 하자며 등을 돌리는 순간, 치암폴로가 역청으로 뛰어들어 도망치고 말았다.


그래서 알리키노('장난꾸러기 요괴')칼카브리나, 두 마귀가 서로 다투게 된다. 칼카브리나가 발톱으로 알리키노를 할퀴고 서로 엉겨 붙어 싸우다가 역청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뜨거워서 서로 떨어졌으나 역청이 날개에게 들러붙어서 일어나지 못한다. 나머지 여덟의 마귀들이 그들의 구조한다.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이렇게 뒤범벅이 된 그들을 두고 자기들의 길을 계속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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