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8환 5낭, 부패한 정치인
정치적, 종교적으로 공금을 횡령하고, 재산을 축적한 지도자, 뇌물을 받는 지도자들이 사기지옥의 다섯 번째에 떨어져 있다. 탐관오리(barrators, grafters)와 공금횡령자들이 펄펄 끓는 끈적끈적한 역청 속에서 잠겨 있는 벌을 받는다. 죄인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역청에서 벗어나려 하면, 주변에 있는 마귀들이 날아와서 창이나 꼬챙이를 이용해 죄인들의 영혼에 고통을 주고 있다.
단테가 이곳에서 유난히 공포에 떤다. 단테가 피렌체에서 추방당할 때 공금횡령으로 고발되었기 때문이다. 사기지옥의 다섯 번째 다리를 통과하며 다리 위에서 두 시인은 죄인들이 벌 받는 모습을 보고 있다.
잠시 후 하늘에서 말레브란케(Malebranche, '사악한 앞발톱'이라는 뜻.)라는 고약한 마귀 한 마리가 어떤 죄인의 영혼 허리를 둘러메고 날아온다. 마귀는 그 죄인을 '끈적끈적한 역청'이 끓고 있는 도랑에 처박으며, 이곳에 있는 죄인들은 탐욕에 눈이 먼 탐관오리들이라고 말한다.
*'끈적끈적(sticky)'한 손은 도둑질이나 공금횡령을 상징한다. 탐관오리, 공금횡령, 뇌물을 받은 자는 이처럼 지옥의 펄펄 끓는 역청에 빠져 고통을 당한다.
다리 밑 도랑의 절벽에는 마귀들이 숨어 있다. 역청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역청 위로 몸을 내미는 죄인들이 있으면 마귀들이 날아가서 창이나 갈고리로 그를 찔러 고통을 준다.
여기에는 자기의 직권을 남용하여 사익을 꾀한 탐관오리들이 벌 받고 있다. 그 꼴은 요리사들이 조수들을 시켜 가마솥에 넣은 고기가 떠오르지 않도록 갈고리쇠로 밀어 넣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사기지옥 제5낭 탐관오리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에게 잠시 기둥에 숨어있으라고 말하고, 마귀들을 만난다. 떼 지어 오는 마귀들은 마치 동냥을 얻으러 온 거지 떼들이 달려드는 것 같았다. 스승은 그 마귀의 대장 '말라코다(Malacoda, '사악한 꼬리'라는 뜻)에게 자신들이 신의 뜻으로 지옥여행을 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다음 도랑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마귀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마귀들의 대장 말라코다는 아주 친절하고 겸손하게 두 시인에게 여섯 번째 구덩이(제6낭)에 이르는 다리는 1266년 19시에 무너졌으니, 바위 굴 속에 있는 돌다리로 건너가야 한다고 말한다. 예수님으로 인해 지옥이 흔들리는 것이 원인이다.
대장 말리코다는 열 놈의 마귀들 - 알리키노, 칼카브리나, 카냣초 등 - 에게 두 시인을 안내하라고 한다. 열 놈의 마귀들의 이름은 스카르밀리오네(‘산발한 머리’), 카냐초(‘크고 사나운 개’), 루비칸테(‘빨강’), 바르바리치아(‘곱슬 수염’), 리비코코( ‘뜨거운 바람’), 드라기냐초(‘괴수 용’), 치리아토(‘멧돼지’), 그라피아카네(‘할퀴는 개’), 파르파렐로(프랑스 전설의 인물), 알리키노(‘장난꾸러기 요괴’), 칼카브리나(의미 불명확)이다. 이 가운데 리더인 바르바리치아(Barbariccia, '곱슬 수염')가 '엉덩이로 트럼펫을 불면서(방귀를 뀌다)' 출발을 알린다. 물론 악마들의 행동이 다 그렇듯이, 또 다른 돌다리 따위는 없었고, 그저 거짓말일 뿐이었다.
그러나 단테는 스승과 단 둘이 건너가고 싶어 한다. 마귀들이 이를 악물고 달려들 것 같았기 때문에 겁을 먹은 것이다.
"선생님, 이게 다 뭡니까? 길을 아신다면 안내 없이 우리끼리 가시지요. 전 저놈들에게 원하는 게 없어요."
사기지옥 제5낭 탐관오리. 단테가 스승에게 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