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인구 절벽
저출산, 고령화, 인구 절벽의 문제가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도 미래를 예견할 때 한국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면서 한국을 여러 차례 지목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려는 시도를 하지만 별 효과가 없다. 인구 문제에 무감각했다가 서울대 경제학과 이철희 교수의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는 암울한 제목의 책을 접했다. <정해진 미래>의 저자인 서울대 보건대학교의 조영태 교수의 강의를 재미있게 들었다.
인구학적 상상력을 가져라!
현재 인구가 정해져 있고, 따라서 미래의 인구 상황도 정해져 있다. 이변이 없다. 아를 직시한다면 대응 방법도 나온다면서 '인구학적 상상력'을 제안한다. 먼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구 절벽'이 오고 사회 경제 문화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으니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는 다소 폭력적인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미래를 가만히 들여다볼 때 흘러가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 대처할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첫째는 노인의 문제이고, 둘째는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관한 것이고, 셋째는 외국인 노동자, 즉 이민 정책에 관한 것이다.
파워 시니어가 등장할 것이다.
이철희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이 가장 높다. 2021년 기준 65세 이상 고용률은 34.9%로, OECD 평균을 크게 상회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령자 일자리는 생계형 저임금 비정규직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2020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의 상대적 빈곤율은 40.4%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유능한 은퇴자들의 경험과 능력을 사회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철희 교수는 현재의 노인과 20년 후의 노인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주목한다. 현재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의 노인이 5% 정도라면, 미래에는 30%가 될 것이다. 지금 청년과 노인의 경험과 실력 차이가 매우 큰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이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이 급격하게 경제적, 사회문화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학적 상상력으로 20년 후의 미래를 보면, 청년과 노인의 경험과 실력의 격차가 지금보다는 현저하게 줄어든다. 부족한 청년의 일자리를 유능하고 경험이 많은 파워시니어가 대체할 수 있다.
종종 논의되는 '정년 연장'의 방안은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고용 연장'을 이철희 교수는 제안한다. 급여를 많이 받으면서 회사에서 눈치 보이는 그런 선배가 아니라, 급여는 조정하지만 자신의 경험과 재능을 살려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이철희 교수는 AGE-BLIND 사회로의 전환을 제시한다. 나이 불문하고 서로의 경험과 재능을 존중하는 사회가 유연하고 인구절벽에 대처하기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줄어드는 청년의 일자리를 파워 시니어와 여성들의 역할로 보완하고 대체할 수 있다.
이민정책은 인구절벽에 답이 되는가? 현재는 아니다.
미래의 초고령 사회와 인구 절벽의 문제에 있어서 결혼과 출산을 강요해서 될 일은 아니다. 역사는 자연스럽게 균형을 회복하려는 항상성을 통하여 건강한 사회로 언젠가 복원할 것이다.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은 이민 정책이다. 최근 5년간 한국에 유입된 외국인 노동자의 인구가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인구의 4.4%로서, 호주의 29%, 독일, 미국, 영국 등의 14% 에는 못 미치는 비율이다.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의 특징은 저임금, 저 숙련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고급 인력 유치에 대한 비자 시스템, 자녀 교육과 가족생활에 대한 배려가 미비하다. 우리나라도 이민을 나가는 나라에서 이민자가 들어오는 나라로 바뀌었듯이, 베트남도 앞으로는 이민자를 유치하게 될 것이다. 만일 고급 인력을 가진 외국인을 유치하려는 비자 시스템이나 정책이 마련되지 못하면, 일본, 싱가포르, 대만, 심지어 베트남에게 고급 인력의 외국인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외국인 고급 인력을 위한 비자 제도를 마련하고, 장기 체류 및 가족 동반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오국인 노동자 가족을 위한 교육, 의료, 주거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여 정착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민 정책은 '정해진 미래'를 대처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은퇴 이후 갑자기 '삼식이'(세끼 꼬박꼬박 먹는 은퇴자)가 되면서 구박받는 것은 좋은 그림이 아니다. 은퇴 이후에 일용직이든, 아파트 경비든, 박스와 고물을 주으면서 생계형 노동을 하는 선택만 있는 것도 아니다. 유튜브를 한다든지, 카카오브런치나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광고 수익을 받는다든지, 번역일을 한다든지, 영어를 할 수 있어서 영어 강의자가 희귀한 상황에서 외국인을 가르치는 일을 한다든지, 현재 하고 있는 경험을 살려서 얼마든지 일할 수가 있다. 시니어의 재능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근무 방식이나 근무 시간이나 근무 강도를 유연하게 적용해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경력과 기술과 지식, 인간관계를 지금의 노인보다는 더 잘 활용하는 사회가 열릴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40대, 50대, 60대는 은퇴 이후의 모델을 지금의 은퇴자의 모습으로 제한해서는 안된다. 인구 절벽, 초고령 사회가 파워시니어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