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압력을 통해 높이 솟구치고 자유로워진다.
사람은 무게를 통해 가벼워지고, 사람은 압력을 통해 높이 솟구치고 자유로워진다. 키르케고르 <성찬의 위로> 부록: 위기 및 여배우의 삶에서의 한 위기
위대한 배우가 무대에서 또는 영화촬영에서 느끼는 압박과 무게감은 엄청나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긴장과 압박이 있기 때문에 탁월한 연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장항준 감독의 흥행작 <왕과 사는 남자>에서 유해진(엄흥도 역)와 박지훈(단종/이홍위 역)의 열연이 호평을 받고 있다. 그 배우들은 그만큼 엄청난 압박과 고도의 긴장속에서 자유롭게 날개를 펴고 훨훨 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짐을 벗어버리면 가벼워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사람은 무게를 통해서 가벼워지고, 압력을 통하여 솟구치고 자유로워진다는 키르케고르의 통찰이 역설적이지만 정확하다. 키르케고르는 한 여배우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배우는 무대에서 긴장한다. 하지만 새처럼 자유롭고 가볍게 신들린 듯 연기한다. 그 무게가 배우를 가볍게 해준 것이다. 그 중압감이 그 배우를 하늘로 날아오르게 한 것이다. 배우 대기실에서는 불안할 지 몰라도, 무대 위에서는 자유를 얻는 새처럼 행복하고 가벼운 것이다. 오직 지금의 중압감으로 인하여, 무대에서는 자유롭고 행복하고 가벼운 것이다.
공연하는 사람이 공연 전에 긴장하고 불안한 것은 매우 중요한 힘의 원천이다. 짐을 짊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편안하고 가볍게 된다.
한알의 밀알이 싹을 튀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공간과 압박이다
한 알의 밀알이 싹을 띄우고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데 필요한 것은 조그마한 공간과 압력이다. 압력을 견딘 것이 아니라 압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조금의 공간이나 빈틈이 생기면 씨앗이 썩게 된다. 썩는 것과 죽는 것은 다르다. '한 알의 밀알이 죽어야 산다.' '죽어야 많은 열매를 맺는다.' 무슨 일이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작은 공간만 있으면 충분하고, 거기에 반드시 압력이 필요하다.
강연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사람 앞에 서는 일에는 엄청난 부담과 압력이 생긴다. 그 스트레스로 인하여 무대에 오르면 가볍고 자유롭게 훨훨 날 수 있는 것이다. 이 역설적인 비법을 잘 활용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