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읽기 6권
<일리아스> 5권 끝에는 신들이 올림포스 산으로 물러가 전투를 관망한다. 6권에서는 신들의 개입없이 인간들의 싸움이 전개된다. '신들린 듯이' 싸우다가, 이제는 인간의 실력으로 싸운다는 뜻 같다. 5권에서 디오메데스가 맹활약하며 전투장면이 많았다면, 6권은 쉬어가는 장이다. 독자들이 피로하지 않도록 잠깐 쉬게 한다. 첫 부분 조금 싸움 장면이 나오다가 헥토르가 트로이 성으로 들어가서 트로이 성의 장면도 보여주고, 세 여인을 만나서 작별인사를 한다. 아내 안드로마케(Andromache)와 아들과 작별하는 장면이 유명하다.
아테나(미네르바)는 그리스 편을 드는 전쟁의 신이다. 헥토르는 선견자 헬레누스(Helenus)의 조언에 따라 어머니에게 '아테나 여신에게 제사를 드리라'고 당부한다. 왜 아테나 여신에게 제사를 드릴까 궁금하다.
1. 원로 네스토르(Nestor) vs. 헬레누스(Helenus)
2. 디오메데스와 글라우코스: 벨레로폰 이야기
3. 헥토르와 세 여인 - 헤쿠바(Hecuba), 헬레나, 안드로마케
운동할 때 신들린 듯이 잘할 때가 있다. <일리아스> 5권에서 디오메데스의 활약은 신들린 듯하다. 신들도 디오메데스를 감당할 수 없어서 아프로디테와 아레스도 부상을 당했다. <일리아스> 6권에서 첫 부분에서 잠시 전투를 하다가 벨레로폰 이야기, 헥토르가 트로이 성안에 들어가 세 여인을 만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6권은 숨 가쁘게 진행되었던 전투를 멈추고 쉬어가는 책이다.
신들이 관여하지 않는 전투에서 델라몬의 아들 아이아스(Ajax)가 트라키아(Thrace)에서 제일 잘 싸우는 아카마스(Acamas)를 죽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메넬라오스가 아드라스투스(Adrestus)를 생포한 장면이다. 아다라스투스는 메넬라오스의 다리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목숨을 구걸한다. 몸값(ransom)을 많이 내겠다고, 아버지가 부자라고 장황하게 설명한다. 메넬라오스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형 아가멤논이 달려와서 아우를 나무라며 지금은 전투 중이므로 정신이 해이해져서는 안 된다고 일깨워주고 아드라스투스를 죽인다.
넬레우스의 아들 네스토르는 알지브 병사(그리스)를 격려하고, 헬레누스는 트로이와 리키아 병사(트로이)를 응원한다. 네스토르는 승기를 잡고 있는 다아나(그리스) 병사들에게 전리품(spoil)을 탐하지 말고 전투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다아나의 용사들, 나의 동지, 아레스의 종들이여, 지체하지 말라. 죽은 자들의 전리품(booty)을 빼앗아 배로 가져 가지 말라. 모두 다 평지에 (죽여) 눕힌 후에 나중에 약탈해가도 늦지 않다"고 말한다.
트로이의 가장 현명한 선견자(augur)이자 프리아모스의 아들 헬레누스도 기세에 밀려서 일리엄(트로이 성)으로 후퇴하려는 병사들을 후퇴하지 못하도록 헥토르와 아이네이아스를 촉구한다. "이 곳에 진지를 구축하고 문 앞에 병사들을 집합시키시오. 전우들을 격려하여 용기를 불어넣어서 이곳에서 버티고 서서 적들과 싸우게 하시오."라고 말한다. 이 때 헬레누스는 헥토르에게 특별한 주문을 한다. 헬레누스가 프리아모스의 아들이며 헥토르와는 형제간이겠다. 헬레누스는 헥토르에게 성 안에 들어가서 어머니로 하여금 아테나 여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제사를 드리라고 말한다. 그리스를 편드는 아테나 여신을 달래지 않고서는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헬레노스는 헥토르에게 구체적으로 주문한다. "아테나 여신의 무릎 위에 어머니가 소유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의상을 바치도록 하시오. 어머니로 하여금 아직 채찍 맛을 보지 않은 한 살짜리 황소 12마리를 신전에 제물로 바치겠노라고 약속하게 하시오." 맹렬한 디오메데스의 공격을 방어하고 그를 물리치기 위하여 전쟁의 신 아테나에게 비는 제사이다. 헥토르는 형제 헬레노스의 조언을 따라서 병사들을 독려하고 전열을 가다듬은 다음에 트로이 성으로 들어가서 세 여인을 만난다. 주요 목적은 어머니 헤쿠바로 하여금 아테나 여신에게 제사를 드리게 하는 것이었다.
디오메데스는 하루 종일 싸우면서 처음 보는 트로이 명장 글라우코스를 대면한다. 글라우코스는 마치 신의 모습처럼 보였다. 디오메데스는 말한다. "그대는 누구시오? 지금까지 싸움터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구려. 당신이 인간이라면 내 공격을 견디지 못할 것이오. 그러나 그대가 신들 중의 한 분으로 하늘에서 내려왔다면 나는 그대와 싸우지 않을 것이오."
히폴로쿠스(Hippolochus)의 아들 글라우코스는 자신이 벨레로폰의 손자임을 밝힌다. 벨레로폰은 시시포스의 손자이다. 시시포스는 에필라(Ephyra)라는 도시국가를 세웠는데, 바로 고린도(코린토스)이다. 시시포스는 고린도에 페이레네(Peirene) 샘을 만들는데, 나중에 여기에서 손자 벨레로폰이 천마 페가수스를 만나서 괴물 키메라를 퇴치한다. 그 이야기는 아래의 블로그에 기록되었다.
글라우코스는 벨레로폰의 손자, 벨레로폰은 시시포스의 손자
글라우코스의 아버지는 히폴로쿠스, 히폴리쿠스의 아버지는 벨레로폰이다. 벨레로폰의 아버지는 글라우코스, 글라우코스의 아버지는 시시포스, 시시포스는 고린도 창설자.
벨레로폰이 모든 역경을 물리치고 리키아 왕 이오바테스(Iobates)의 막내딸 필로에와 결혼하여 히폴로쿠스, 이산드로스, 라오다메이아다 세 자녀를 둔다. 히폴로코스는 글라우코스를 낳고, 라오다메이아는 제우스 사이에서 사르페돈(Sarpedon)을 낳는다. 글라우코스와 사르페돈은 사촌지간이며, 사르페돈은 제우스 신의 아들이다.
이렇게 글라우코스가 자기 가문을 소개하자, 디오메데스는 창을 땅에 꽂고는 '우리 가문이 오랜 벗'이라고 기뻐한다. 할아버지 오이네우스와 벨레로폰은 친분이 있어 20일 동안 환대했고 선물도 교환했다고 한다. 디오메데스는 말한다. "나는 아르고스(Argos)에서 주인, 당신은 리키아(Lycia)에서 주인, 우리 서로 싸우지 말고 갑옷을 바꾸어 입읍시다."라고 제안한다. 이 장면에서 호메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크로노스의 아들 제우스가 글라우코스로 하여금 제정신이 아니게 만들었다.
But the son of Saturn made Glaucus take leave of his wits.
왜냐하면 글라우코스의 갑옷은 황금이고 디오메데스의 갑옷은 청동이어서 글라우스코스가 10배 손해 봤기 때문이다.
호메로스는 헥토르가 트로이 성문 안으로 들어가게 하여 트로이 성 안의 장면들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단순히 전쟁 만을 다루지 않고 지루하지 않도록 감성적인 장면을 삽입한다. 프리아모스 왕궁, 50개 돌로 만든 침실, 12개의 석조 기둥. 어머니 헤쿠바(Hecuba)에게 도착한 헥토르는 형제이자 선견자 헬레노스가 당부한 대로 아테나 신전에 제사를 드리라고 당부한다. 아테나는 그 제사를 받았으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Hecuba prayed, but Pallas Minerva granted not her prayer). 그리스 신화에서 신에게 제사를 드리고 소원을 요청하는 '조건'을 내는 것은 당연한 공식이었다고 한다.
헥토르가 다음으로 곳은 동생 알렉산드로스(파리스)의 아름다운 집이다. 아프로디테가 부상을 입은 알렉산드로스를 이 방으로 데려다주었었다. 알렉산드로스는 갑옷을 손질하고 있었다. 형은 동생을 겁쟁이라고 혼내켰다. 동생은 자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 것에 대하여 사과한다. 형은 전쟁에 나가 싸우라고 말하고, 동생도 나가겠다고 말한다. 헥토르와 제수씨 헬레나의 대화이다.
헬레나: 저는 죄가 많은 여자입니다.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훌륭한 분의 부인이 되고자 했으나, 지금 남편은 전혀 줏대가 없는 양반입니다. 헥토르시여, 들어오셔서 잠시 앉아 쉬세요. 저와 바보같은 알렉산드로스의 죄 때문에 아주머니가 목숨을 잃는 것을 원치 않아요.
헥토르: 앉으라고 권하지 마시오. 지체할 수 없소. 서둘러 떠나야 하오. 전쟁에 나가기 전에 집에 있는 아내와 아들을 보고 가야겠소.
헥토르가 집으로 갔으나 아들만 있고 아내는 집에 없다. 서로 어긋났다. 아내는 전투를 보러 성벽에 올라갔다. 못 보고 전쟁에 나가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집을 나가는데 어느 문에 이르러 아내 안드로마케를 만났다. 아내는 남편에게 전쟁에 나가지 말고 성 안에 있으라고 한다. 이번에 나가면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안드로마케: 당신의 무용이 파멸을 자초할 것입니다. 갓난애를 생각하고 저를 생각해 주세요. 그리스군이 당신에게 맹공격해서 당신을 죽이고 말 거예요. 아들을 아비 없는 자식으로, 부인을 과부로 만들지 말아 주세요.
헥토르: 내가 비겁자처럼 전쟁을 회피한다면 무슨 낮으로 여자고 남자고 간에 트로이 백성을 대한단 말이오? 그렇게 할 수 없소. 나는 언제나 선두에 서서 용감하게 싸우며 아버지의 명성과 내 명성을 지키도록 배웠소.
안드로마케: 당신이 끌려가며 울부짖는 소리를 듣기 전에 전에 쌓아 올린 흙더미가 죽은 나를 덮어주었으면!
헥토르가 아들 스카만드리오스를 보려 하자, 사람들은 이 아이를 아스티아낙스라고 부른다. 빛나는 투구의 말총머리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아들이 무서워서 운다. 헥토르는 투구를 벗는다. 아들을 안고서 축복한다.
" 제우스 신, 모든 신이시여, 이 아이가 트로이의 일인자가 되게 하소서. 힘이 탁월하게 하소서. 그 힘으로 트로이를 다스리게 해주소서."
헥토르는 아들을 보며 말없이 미소 짓는다. 안드로마케는 남편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린다. 전투를 위해 밖으로 나간다. 나가면서 성문에서 동생 알렉산드로스를 만나서 격려한다. "그대는 용감한 전사이니 아무도 그대를 얕잡아 볼 수 없다네. 트로이아인들이 널 욕할 때 가슴이 아프고 슬펐다네. 자 떠나자. 그리스 군을 몰아내자." 전투장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