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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hr Dec 10. 2021

토마스 아퀴나스, 이성과 신앙의 종합

20대에게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10

안셀무스: 선험적 방법으로 신증명. 플라톤적

토마스: 경험적 방법으로 신증명, 아리스토텔레스적

스콜라 철학자 안셀무스(11세기)와 토마스(13세기) 비교



토마스 아퀴나스, 13세기 스콜라철학


안셀무스보다 200년 후에 토마스(1224-1274, 만 49세)는 로카세카의 아퀴노(Aquino) 가문의 군주의 아들로 태어난다. 그의 부모는 그가 5살 때에 몬테 카씨노에 있는 베네딕트 수도회에 그를 보냈다. 9년 동안 베네딕트 수도회에 있다가 나왔고, 나폴리 대학으로 갔다. 나폴리 대학은 교황청이 주관하는 대학인 볼로냐(Bologna) 대학의 경쟁대학이다. 토마스는 대학에서 논리학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 철학을 배웠고 도미니코 수도회를 알게 되었다. 나폴리 대학에서 5년간 학업을 마친 후 19살의 나이로 최근 새로 등장한 도미니코 수도회에 입단했다. 도니미코 수도회란 전통적으로 플라톤의 철학에 바탕을 둔 기독교와는 달리,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바탕을 둔 기독교 수도회였기에, 부모와 가족들의 반발이 심했다. 여기서 가족들이 계획한 일종의 납치 사건이 일어난다.



도미니코 수도회 (설교자 수도회) 가입


파리로 가는 토마스를 가족들의 계획에 따라 그의 형이 납치하여 가문의 성에 감금한다. 일종의 가택연금을 당한 것이다. 1년 동안 집에 갇혀 지냈지만 토마스는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 1245년 6월인가 7월에 감금상태에서 풀려나 나폴리로 가서 도미니코 수도원에 입단했고 이어서 파리로 가서 파리생활을 시작한다. 도미니코 수도회의 입단하는 것을 가족이 왜 반대했으며, 그 구걸하는 탁발 수도회인 도미니코 수도회에 입단한 의미는 무엇인가?


도미니코 수도회에 입단한 의미는 다음과 같다.
봉건제도와 연합하여 귀족화된 베네딕토 수도회와 영성을 거부하고, 복음적 가난을 선택해서 귀족에게만 복음을 전하고 수도원내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 거리로 나가 가장 작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설교자 수도회의 정신에 동의한 것이다.


토마스의 파리생활은 제2의 생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파리에서 스승인 쾰른 출신인 알베르투스 마그누스(Albertus Magnus)를 만난다. 토마스는 1245년부터 1248년까지 파리 대학에서 알베르투스의 제자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배운다. 그 당시 토마스는 '말 없는 황소'라는 별명을 가졌는데, 알베르투스 스승은 "언젠가는 이 황소가 그의 울음으로 전 유럽을 뒤흔들 것"이라고 예언했었다. 그만큼 머리가 컸고 영리했던 토마스는 중세의 큰 획을 그었다. (토마스의 또 다른 별명은 '천사 박사'이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기독교 교리를 위협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을 기독교 신학에 편입했다. '이성과 신앙의 조화'라는 이정표를 세운 가톨릭 교회의 스승으로 추앙받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재발견


중세의 가장 큰 특징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재발견이다. 십자군 전쟁은 이슬람 문화를 접하고 발달된 과학과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유럽으로 역수입되어서 유럽의 르네상스가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이 유럽 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재발견은 유럽 기독교 사회가 가진 지적체계에 균열을 가져왔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기독교 사회에 균열을 가져왔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그동안 기독교는 플라톤 철학으로 신앙을 설명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보기에 플라톤 철학은 성육신 교리와 기적 이외에는 기독교와 너무 잘 맞는다. 플라톤의 철학과 기독교 우주관은 보편적 실재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초월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내재성을 강조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사상에 입각한다. 초월을 강조하지 않기 때문에 기적을 거부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기독교 사상처럼 창조와 종말이 있고 시작과 끝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충격 때문에 파리대학에서는 1215년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 강의를 금지했다가 학생들의 거센 요구로 1255년에 다시 개설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재발견으로 말미암아 유럽은 '자연을 발견하는 시대'로 접어드는 계기가 되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기독교 신학과 조화롭게 편입시켜서 위기를 극복한 인물로 평가된다. 토마스는 스콜라 철학을 완성하였다.



이성과 신앙의 종합, 『신학대전』


신앙을 이성을 파괴하지 않고 이성을 넘어서고 완전하게 한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성을 추구하는 신앙'. 믿음으로 받아들인 것을 다 이해할 수는 없으나, 하나님이 주신 선물로 주신 이성으로 신앙을 좀 더 이해하고자 한다.


토마스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많이 인용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바탕을 둔 기독교 신학은 '자연 인식'에서 '신 인식'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감각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성이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촉각이 중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이 세상에서 보이는 것, 감각을 통하여 파악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자연 안에 신의 형상이 내재되어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 자연신학이 출발한다. 토마스는 신의 계시와 관계되는 문제가 아니라면 이성의 권리를 인정했다.


은총은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한다.

Gratia non tollit naturam, sed perficit.

토마스 아퀴나스 사상의 요체


중세가 암흑기가 아니라는 주장은 중세가 신학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고대의 플라톤 철학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치열한 이성적 논쟁이 있었음을 말한다. 토마스는 10년간 《신학대전》책을 저술했고 3부로 되어 있는데 1부는 신론, 삼위일체론, 창조론, 2부는 윤리학, 3부는 그리스도론의 주제를 다룬다. 토마스는 3부를 미완성으로 남기고 49세에 죽었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신학대전>은 512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이 책에서는 <반론>에 대하여 성경의 권위를 인용하며 반박하고 있고, 이 책에서 언급하는 '교부'는 아우구스티누스이며, '철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를 가리키는 것이다.


‘자연적 이성을 통해 인식되는 철학적 진리는 신앙과 모순하지 않으며, 이성은 신앙과 조화를 이루며 포섭될 수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의 핵심.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Fides quaerens intellectum)


신앙과 이성의 두 날개

"우리가 전 우주에 대한 온갖 모든 지식을 가지는 것보다, 하나님에 대하여 극소한 지식이라도 그것이 더 고귀하다. 하나님을 아는 최소한의 지식일지라도 그것이 인간의 영혼에 기쁨을 준다."


아우구스티누스, 안셀무스, 토마스 아퀴나스로부터 현대 신학에 이르기까지 이것이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Credo ut intelligam, 나는 이해하기 위해서 믿는다)이다. 믿음이 먼저 앞서 오고 이성을 사용해서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13세기 중세에 두 명의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가 있었다. 한 명은 토마스이고 나머지는 이슬람교도인 에베로에스였다. 이들은 이성과 신앙의 두 날개를 사용하자는 데는 공통적이지만, 무게 중심이 달랐다. 아베로에스는 철학의 위상이 신학보다 높다고 주장하며 철학과 신학이 충돌하면 신학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토마스는 신학의 위상이 철학보다 높다고 주장하며 철학과 신학이 충돌하면 철학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의 그림은 중세에 신학을 중심축으로 하여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해석한 토마스의 사상이 승리했음을 나타낸다.



토마스 아퀴나스, 우주론적 신존재 증명


토마스의 신존재증명은 자연인식에서 접근하는 신존재 증명으로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잘 반영하고 있다. 자연-인식에서 신-의식에 도달하는 존재증명 방식이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에 언급한 다섯 가지 신존재 증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신은 “부동(不動)의 동자(動者)”(unmoved mover)이다. 만물은 운동한다. 신은 그 운동을 시키는 동자이다. Argument from Motion(운동)

둘째, 신은 만물의 인과 법칙의 제일 원인(First-Cause)이다. Argument from Causation(원인)

셋째, 만물은 우연적 존재이지만, 신은 필연적 존재이다. Arugment from Contingency(우연성)

넷째, 만물은 상대적 가치(불완전)를 가졌으나, 신은 절대적 가치(완전)이다. Argument from Degrees(존재의 정도)

다섯째, 이 세상은 설계되었고 신은 그 설계자이다. Teleolgical Argument(목적)



아우구스티누스은 플라톤주의자, 실재론자이며,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주의자이다. 전자는 신인식에서 출발하여 자연인식의 방향으로 나가지만, 후자는 자연인식에서 신인식에 도달하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도입은 기독교에 일대 전환점이자 획기적인 일이다. 이러한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은 로마 가톨릭의 신학을 대표하게 되었다. 개신교와 천주교의 차이를 엿볼 수도 있다. 그러나 속단하지 말라.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과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이 대립된다고 속단해서는 안된다.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신앙의 근본적인 사상은 성경의 복음에서 나온 것이다. 스승 알베르투스 마그누스가 토마스에게 한 말이 이것이다.


신앙에 관한 진리에 있어서는 늘 아우구스티누스를 쫓아가도록 하고, 자연의 본성에 관한 문제 있어서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따르도록 하라. 스승 알베르투스의 말.

Saint Thomas Aquinas, Chromolithography by Louis Figuier, 1881.  Leemage /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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