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르 Ohr Dec 15. 2021

11권 세번째 전투날, 전쟁신과 같은 大아이아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읽기 11권


<일리아스> 11권에서 19권이 세 번째 전투날을 묘사하고 있다. 여기서 주인공 아킬레우스가 다시 등장한다. 


그리스 장수 : 아가멤논, 디오메데스, 오디세우스, 아이아스, 에우리필로스(Eurypylus), 네스토르, 파트로크로스, 아킬레우스, 마카온(Machaon)

트로이 장수 : 헥토르와 파리스, 카롭스, 클라우코스(Glaucus), 안테노르의 Antenor의 두 아들 코온(Coon)과 이피다마스 형제, 소코스(Sosus), 오일레우스, 프리아모스 왕의 두 아들 안티포스와 이소스,  안티마쿠스의 두 아들 피산텔(Pisander)과 히폴로쿠스(Hipolochus)



아가멤논의 전투 준비


새벽의 여신이 빛을 비추었다. 제우스는 불화의 여신 에리스를 아카이오이족에게 보낸다. 미케네의 군주 아가멤논은 고함을 질러서 전쟁을 준비하도록 명한다. 아가멤논의 무장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이어진다. 정강이받이(greaves), 선물로 받은 흉패를, 어깨에 황금못이 박혀 반짝거리는 칼을 차고, 전신을 가려주는 방패를 걸쳤는데 방패 가장자리에 보기만 하면 사람을  돌로 변하게 만든다는 고르곤(Gorgon) 괴물의 머리가 새겨져 있었다. 방패 양 옆에는 전쟁의 신 아레스의 두 아들 공포와 패주(Panic and Rout, Phobos & Deimos)가 새겨져 있다.  온몸을 가리는 방패는 멜빵으로 어깨에 맨 후에 투구를 쓰도록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청동날이 박힌 창 두 자루를 집어 드니, 청동이 그에게서 멀리 하늘에까지 비쳤다. 아테나와 헤라가 크게 천둥을 쳐서 아가멤논의 명예를 높인다.


날이 밝아 아침이 되자 
투창이 서로의 진영에 비 오듯 쏟아져
목숨을 빼앗아 갔다. 

아침이 되자 투창이 비 오듯 쏟아져 서로의 목숨을 앗아갔다. 벌목꾼이 나무를 베듯이 아가멤논은 비에놀과 그 마부를 죽였고, 프리아모스 왕의 두 아들 사생아 아이서스와 본 자식인 안티푸스를 죽였다. 트로이군은 공포에 질려 도망치기 바빴다. 불화의 신 에리스는 자신만이 전쟁터에 머물러 바라보는 유일한 신이라고 흐뭇해한다. 나머지 신들은 올림포스 산의 골짜기에서 조용히 머물고 있다.


아가멤논 왕이 사자처럼 그들이 탄 전차에 달려들어 말을 세우고 안티마쿠스의 두 아들 피산텔(Pisander)과 히폴로쿠스(Hipolochus)를 생포했다. 그들은 엄청난 몸값(a large ransom)을 제시하며 목숨을 애웠했으나 왕은 동정을 베풀지 않고 그들을 갈겨버렸다. 먼저 피산텔을 창으로 심장을 찔렀고, 도망치는 히폴로쿠스의 양손과 목을 두 동강을 냈다. "아가멤논은 마치 공을 굴리듯 히폴로쿠스의 머리를 병사들에게 굴려 보냈다." 양진영의 보병과 기마병이 격돌했다. '젖꼭지 위 가슴을 창으로', '창이 골을 박살내고', '이마를 날카로운 창으로 찔렀다'는 표현들이 나온다. 아가멤논의 활약에 트로이인들이 도성쪽으로 도주한다.  가멤논의 활약을 이렇게 묘사한다.


사자가 소를 잡아 목을 찢고 피와 내장을 먹듯이, 아가멤논 왕은 적을 쫓아, 그의 앞에서 오리무중으로 도망가는 무리들을 베었다. 아가멤논 왕이 창을 맹렬히 퍼부었고 무수한 병사들은 속절없이 전차에서 쓰러졌다. <일리아스> 11권 아가멤논의 맹활약의 모습


트로이 마부들이 시체가 되어 그들의 부인에게 즐거움이 되기보다 독수리들에게 기쁨을 준다는 표현을 보고 빙그레 웃음이 났다.


불이 거대한 숲을 태우는 것처럼, 소용돌이치는 돌풍으로 불이 휘몰아쳐 빽빽한 숲을 소멸시키듯이, 아가멤논이 추격하면서 트로이군을 소멸하고 있었다. 트로이 군의 말은 빈 전차를 끌고 갔고, 마부들은 평원에 시체로 널브러져 이제는 부인을 기쁘게 하기보다 독수리들을 즐겁게 하게 만들었다. 

<일리아스> 11권 아가멤논의 맹활약의 모습



제우스가 헥토르에게 보낸 메시지


트로이 군들이 성문으로 도망칠 때, 올림포스 산에서 이를 지켜보던 제우스가 전령인 무지개 여신 이리스를 헥토르에게 보내서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가멤논이 창이나 칼에 부상을 입기 전에는 공격하지 말라. 그가 부상을 당하면 공격을 하라.'는 메시지였다. 아가멤논은 계속해서 안테노르의 두 아들을 죽인다. 먼저 이피다마스를 죽였고, 이를 본 동생 코온이 복수를 하려고 달려들어 아가멤논의 팔뚝 한 가운데를 찌른다. 하지만 아가멤는은 칼로 그의 목을 잘랐다. 부상을 당한 아가멤논은 전투에서 퇴장한다.


헥토르는 이것을 제우스 신의 공격 신호로 읽었다. 헥토르가 트로이아인들을 격려하고 공격하게 한다. "트로이, 리키아, 다르다니아 전사들이여, 용기를 내시오. 용감하게 나가 싸웁시다." 다나안(the Danaans)는 그리스 연합군을 말하고, 다르다니안(Dardanians)는 트로이 연합군을 말한다. 다나안과  다르다니안, 헷갈리지 말자.


이제는 트로이가 공격할 차례이다. '세 번째 전투날'에는 밀고 밀리는 접전이 크게 3차례나 펼쳐진다. 헥토르가 9명의 장수를 죽였고,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가 끝까지 저항하며 트로이군을 격퇴한다. 


이 광경을 본 헥토르가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에게 달려든다. 디오메데스가 창을 던져 헥토르의 투구를 맞춘다. 헥토르는 잠시 정신을 잃다가 어서 정신을 차리고 죽음을 모면한다. 디오메데스는 헥토르를 잡을 기회를 놓친다.


헥토르가 디오메데스의 창에 투구를 맞아 정신을 잃는다. 알렉산드로스는 활로 디오메데스의 오른쪽 발바닥을 맞춘다. 11권 세 번째 전투 오전과 점심때 상황



부상당한 그리스 장수 디오메데스와 오디세우스


알렉산드로스의 활이 디오메데스의 오른쪽 발바닥을 관통했다. 디오메데스는 고통스럽게 전차를 몰아 함선으로 후퇴하고, 오디세우스만 홀로 남아서 선전한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장수들에게 포위되었다. "오디세우스는 이제 적진에 혼자다! 그리스 군은 한 사람도 그의 옆에 없다. 모두들 겁을 먹고 도망쳤다." 아무리 영웅이지만 속으로 갈등이 있었다. '후퇴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지금 후퇴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는데, 하지만 명색이 장수가 아닌가.'


'아아,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군사들 앞에서 겁을 먹고 달아난다면 큰 불행이다. 혼자 버티다가 붙잡히는 날에는 더 참담하리라. 다른 다나안 군사들을 제우스께서 쫓아내셨도다. 내가 왜 마음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 싸움터에서 도망치는 것은 비겁한 짓이고, 전쟁터의 영웅은 상처를 입든 안 입든 꿋꿋이 버텨야 하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적진에 홀로 남아 싸우는 오디세우스의 고민


이렇게 두 마음을 먹는 동안에 트로이아 군이 진격해서 그를 포위한다. 여러 마리의 사냥개와 혈기 왕성한 청년들이 야생 멧돼지 한 마리 - 희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자기 동굴에서 나오는 멧돼지 - 를 잡으려는 것과 같았다. 턱을 덜거덕대며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는 멧돼지 소리를 들으면서 사방에서 공격하는 형국이다. 아무리 멧돼지가 사나워도 개들과 사냥꾼들도 뒤로 물러서지 않듯이, 지금 트로이 군이 그렇게 오디세우스를 포위하고 물러서지 않는다.


트로이 군이 공격한다. 오디세우스가 먼저 창을 날려 데이오피테스의 어깨를 찔러 쓰러뜨리고, 다음으로 도온과 엔노무스를 죽인다. 그리고 전차에서 뛰어내리는 첼시다마스의 젖가슴 방패 밑부분을 찌른다. 오디세우스는 소커스의 동생 카로프스에게 부상을 입힌다. 이 때 소커스가 돌진한다. 소커스의 창이 오디세우스의 방패를 뚫고 흉패(가슴막이)를 파고 들어가 옆구리 살을 갈기갈기 찢었다. 아테나 여신이 보호하사 내장은 무사하다. Ulysses knew that his hour is not  yet come. 오디세우스는 아직 죽을 때는 아님을 감지하고, 자세를 바꾼 후에 소코스에게 외쳤다. 자신이 죽을지 안 죽을지를 판단하는 이런 표현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넌 반드시 내 창에 쓰러질 것이며, 나에게 영광만 더해줄 것이다. 네 영혼을 하데스에게 바치마!" 도망하는 소코스에게 던진 오디세우스의 창이 그의 양 어깨 사이 중앙을 지나 가슴으로 관통해서 나왔다. 오디세우스가 입을 연다. "네 부모께서 네 눈을 감겨 주지 못할 것이다. 독수리들이 날개로 덮어서 게걸스럽게 너를 뜯어먹으리라. 그러나 내가 쓰러지는 날엔 우리 동포들이 나에게 합당한 장례식을 치러줄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디세우스가 소크스와 그의 방패로부터 육중한 창을 뽑으니, 피가 솟구쳐서 적잖이 놀랐다. 


트로이 군이 함성을 부르며 여전히 오디세우스에게 달려들자, 오디세우스는 후퇴하면서 동료들을 불렀다. 큰 소리로 세 번을 부르니, 메넬라오스가 듣고서 아이아스를 데리고 달려왔다. 


오디세우스가 소코스의 창에 옆구리를 부상당하고, 메넬라우스와 아이아스가 그를 도와서 퇴각한다.


메넬라오스와 아이아스가 와 보니, 마치 굶주린 야생 자칼들이 창에 찔린 뿔 달린 수사슴을 둘러싸 있듯이, 트로이 군들이 오디세우스를 에워싸고 있었다. 자칼들이 죽은 수사슴을 뜯어먹지만 그때 사자가 나타나니 자칼들이 도망가서 사자에게 먹이를 빼앗기는 것과 같았다. 영웅 오디세우스는 후미에서 창으로 적들을 막고, 아이아스는 앞에서 방패를 들고 오디세우스 옆으로 바싹 다가선다. 트로이 군들이 도망치고, 메넬라오스가 오디세우스의 손을 잡고 부하의 전차에 오른다. 아이아스와 메넬라오스는 주변의 트로이군들을 물리치고 함선으로 퇴각한다. 



전쟁의 신과 같은 아이아스(Ajax)


전쟁의 신과 같은 (Great Ajax, like the God of War) 아이아스가 메넬라오스와 함께 오디세우스를 구출하는 장면이다.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도 아이아스와의 격돌을 피한다. 그 이유를 무엇일까? 제우스는 헥토르에게 '강한 자와 싸우지 마라'고 조언을 주었고, 중세의 Alexander Pope의 번역본을 보니까, 헥토르가 손에 힘이 빠져있는 것을 염려해서 아이아스와의 대면을 피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大) 아이아스의 위엄, 오디세우스 구출하는 대 아이아스. 재빠른, 거대한, 힘 있는, 위대한 아이아스


일단 알렉산더 포프(Alaxander Pope, 1688-1744)의 서사시에 나타난 '위대한 아이아스'가 오디세우스를 구출하는 장면을 살펴보자.


대(大) 아이아스, 전쟁의 신같은 이, 참여한다

아이아스가 거대한 탑같은 방패를 들자,

흩어진 무리들이 두려워 날듯이 평원으로 달아나네.


승리에 찬 아이아스가 패주하는 무리들을 추격하며,

먼저 프라아모스의 아들 도리클루스를 참살하고,

강한 판도쿠스에게 부상을 입혔고,


리산드로스가 땅에 쓰러져 피를 흘리게 했으며

겨울비로 불어오른 급류가 

산에서 홍수 난 평원으로 쏟아지듯이


터진 원천에서 쏟아진 물이 소나무와 상수리나무를 덮고

마을의 진흙들을 바다로 쏟아내듯이,


용맹한 아이아스는 도주하는 무리를 압도하여,

사람, 명마들, 전차들을 한 덩어리로 굴려버렸다.

그러나 헥토르는 아이아스의 대량학살 현장에서 멀리서,

왼쪽에서 질주하며, 전쟁의 물결을 지배한다:


591행~621행, 알렉산더 포프(Alaxander Pope, 1688-1744)의 서사시



대(大) 아이아스의 위엄, 헥토르가 피하다


아이아스, 그의 방패가 커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 장면을 묘사하는 알렉산더 포프(Alaxander Pope, 1688-1744)의 서사시를 읽어보자(664행~669행).


헥토르는 긴 창, 칼, 큰 돌을 가지고

진중을 허물고, 적진을 무너뜨렸다.

아이아스를  깊이 숙고한 후 (헥토르가) 피했다.

팔의 힘이 떨어진 느낌이 들어 두려웠다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편파적인 제우스가 헥토르 편을 들어서

하늘의 왕좌에서 아이아스의 마음에 공포를 쏘아주었다.



스카만데르 강가 전투


트로이 성에 강이 흐른다. 인간은 그 강을 스카만데르(Scamander)라고 부르고 신들은 크산토스(Xanthos)라고 불러서 이름이 두 개다. 나중에 '아킬레우스와 스카만데르 강'이 중요한 주제로 부각된다. 


아이아스가 스카만데르 강둑 옆 전쟁터 가장 왼쪽에서 싸우고 있다. 헥토르가 아이아스와 싸우기를 꺼리고 제우스도 피하라고 말한다. 동시에 제우스가 공포심을 아이아스에게 불어넣어 아이아스도 이쪽 저쪽 두리번거리면서 천천히 뒷걸음질 친다. 사자같은 아이아스가 본의 아니게 퇴각한다. 아이아스는 '큰 방패'를 보면 그인 줄 알 수 있다. 트로이 연합군이 아이아스의 방패를 맹타격한다. 


네스토르와 이도메네우스도 합류해서 트로이 군과 싸운다. 헥토르는 다른 편에서 싸우고 있기 때문에 아이아스 일행과는 만나지 않고 있다. 헥토르는 스카만데르 강둑 옆에서 네스토르와 이도메네우스를 상대했다. 헥토르가 상대를 수없이 쓰러뜨렸다. 그리스 군에 헥토르의 진격을 저지하고 있을 때, 헬레나의 남편 알렉산드로스가 세 개의 가시달린 화살로 의술에 뛰어나고 용맹한 마카온(Machaon)의 어깨를 명중했고, 그리스군은 퇴각하기 시작한다. 


마카온은 의술의 신 아스클레오피오스의 아들로 그리스군에게 중요한 인물이다. 네스토르가 부상당한 마카온을 전차에 태우고 함선이 있는 곳으로 후퇴한다. 헥토르는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전진한다. 무수한 시체를 뛰어넘는다. 차축이 피에 잠길 정도다. 헥토르가 적진에 들어가자 그리스군이 혼란에 빠졌다. 창과 칼과 돌을 가지고 적진을 쉴 새 없이 누비면서 아이아스만은 피했다.


아이아스는 단신으로 트로이군과 그리스군 중앙에 서 있다. 아무도 아이아스를 무너뜨릴 수 없었다. 에우리필로스가 아이아스를 지원한다. 알렉산드로스가 또다시 활로 에우리필로스를 겨누어서 오른쪽 허벅지를 명중시킨다. 화살은 부러지고 촉이 그의 허벅지에 박혔는데 동료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다. "자, 텔라몬의 위대한 아들 아이아스를 구출하시오." 부상당한 에우리필로스는 이렇게 외쳤다.  


네스토르와 마카온도 마차로 후송되어 돌아왔다.  아킬레우스가 함대 고물에 서서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아킬레우스는 부상당한 사람이 마카온이 아닌지 확인하고 오라고 파트로클로스를 네스토르에게 보낸다. 


아킬레우스가 파트로클로스를 심부름시키러 부르는 그 순간, 호메로스는 '나쁜 일의 시작되었다'고 기록한다.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 대신 나가 싸우다가 죽게 될 것을 암시한다.



아킬레우스를 설득하는 네스토르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는 명장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니다. 원로 네스토르는 이 사실을 아킬레우스에게 알린다.


아킬레우스에게 말씀하시오. 
위대한 마카온만 피를 흘리는 게 아니오.
우리들의 명장들이 다쳤소.
오디세우스, 아가멤논, 미오메데스
강인한 에우필로스도 피를 흘리고 있소.

아킬레우스는 용맹스러운 분인데 이토록 관심도  동정도 없으십니까? 우리 함대가 화염에 싸여 병사들이 전멸할 때까지 기다리실 작정입니까? 아킬레우스의 심부름을 온 파트로클로스에게 원로 네스토르가 부상자들을 알려준다.


네스토르는 670행-762행에 걸쳐 자신이 젊었을 때의 무용담을 이야기한다. '이제 자신은 노인이라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서 안타깝다. 그런데 젊은 아킬레우스가 저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전우들이 피흘리는 것을 보고만 있으니 더욱 안타깝다'는 심정을 토로한다. 


다음은 10년 전 원정길을 떠날 때 아킬레우스의 아버지 펠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의 아버지 메노이티우스가 아들들에게 당부한 말을 상기시키면서, 아킬레우스를 설득해달라고 파트로클로스에게 당부한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아들 마카온 

아킬레우스의 아버지 펠레우스

파트로클로스의 아버지 메노이티우스


아버지 펠레우스는 아들 아킬레우스에게 선봉장 중에 나가 싸워서 다른 장군들보다 우위를 차지하도록 명했었다. 메노이티우스는 아들 파트로클로스에게 말했지. 메노이티우스가 아들 파트로클로스에게 아킬레우스를 잘 인도하라고 당부한 것을 네스토르가 상기시켜준다.


내 아들아, 아킬레우스는 너보다 더 고귀한 피를 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네가 그보다 나이가 위이지 않니? 아킬레우스에게 지혜롭게 조언하고, 옳은 길로 인도하면, 그에게 이롭게 되도록 너를 따를 것이다.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는데 왜 잊었느냐?'고 네스토르는 파트로클로스에게 말한다. 아킬레우스를 잘 설득해달라는 말과 함께 네스토르는 파트로클로스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말을 한다. 아킬레우스가 나가 싸우지 않는다면, 그의 무장을 빌려 있고서 전쟁에 나가보라는 제안이었다. 그러면 트로이 군이 파트로클로스를 아킬레우스로 오판하고 싸움을 멈출 것이고, 그리스군이 숨을 돌릴 수 있다는 제안이다. 



에우리필로스의 상처에서 '검은 피'가 흘렀다. 


마음이 움직였다. 파트로클로스가 네스토르의 방에서 나와 오디세우스의 함대 근처를 지나다가 고, 부상당한 에우리필로스를 만났다. 다리를 절면서 싸움터에서 물러나고 있다. 머리와 어깨에 땀이 비 오듯 하고 상처에서 검은 피(black blood)가 샘솟듯 흘러내렸다. 그는 태연했으며, 파트로클로스는 동정심을 느끼며 슬픈 어조로 물었다. "불쌍한 군주, 다아나의 조언자 에우리필로스여, 그리스군이 헥토르를 저지할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우리가 그의 창에 쓰러질 것 같습니까?" 그가 답한다. "고귀한 파트로클로스여, 그리스군에게 희망이 이미 사라졌소. 트로이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소. 그러니 나를 함대에 데려다주시오, 내 허벅지에 화살촉을 빼주고 따뜻한 물로 검은 피를 환부에서 닦아내고, 케이론(Chiron)에게서 익혀 배웠다는 그 약초를 발라주시오. 내가 듣기에 의사 마차온은 부상당해서 그의 막사에서 치료를 요하고 있고, 의사 포달리리우스(Podalirius)는 평원에서 트로이군과 싸운다고 들었소." 파트로클로스는 그의 부탁대로 했으며, 약초를 발라 통증을 완화시키고 피를 멈추게 해주었다.


헥토르가  그리스 방어진을 처음으로 뚫었다. 디오메데스조차 생각하기를 '제우스가 트로이편을 들어서 그리스가 진다.'고 생각한다. 호메로스는 그리스군은 물론 독자까지도 '아킬레우스의 등장'을 사모하게 만든다. 아킬레우스의 빈 자리가 얼마나 큰지를 극대화시켰다. 그리스가 궤멸하기 직전인데, 이 작품은 트로이가 패할 운명으로 지어졌다. 그리스가 수세에 밀리게 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트로이의 패망을 열망하게 만들었다. 호메로스는 '마카온의 부상(the wounding of Machaon)'을 활용해서 아킬레우스가 이 전쟁에 등장하게 구성했다. 아킬레우스는 절친 파트로클로스를 네스토르에게 보내서 '부상당한 사람이 마카온이 맞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네스토르는 파트로클로스에게 아킬레우스를 설득하라고 당부한다. 과연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일리아스> 11권에서 아가멤논은 안테노르의 두 아들 코온과 이피다마스 형제를 죽였다. 아가멤논이 먼저 동생 이피다마스를 죽였고, 코온은 아가멤논에게 부상을 입혔으나, 코온은 아가멤논에게 죽는다. 디오메데스는 창으로 헥토르의 투구를 맞추었고, 파리스는 디오메데스에게 활을 쏴서 부상을 입힌다. 오디세우스는 홀로 적에게 둘러싸여 싸우다가 소코스에게 부상을 입었고, 대 아이아스가 그를 부축하고 철수했다. 의술을 가진 마카온은 파리스에게 부상을 당하고 그리스 진영으로 철수한다.

작가의 이전글 10권 디오메데스와 오디세우스의 야간정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